LG전자, B2B 매출 3년간 두배로 늘린다
구 회장 취임후 사업본부 부활
올 LG전자 매출의 32% 예상
TV는 플랫폼 수수료 증가
새 먹거리 로봇·충전도 B2B
완성차 전장사업도 승승장구
경기 침체로 전 세계 가전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LG전자의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이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기업을 고객으로 한 사업은 일반 소비자 대상 판매보다 상대적으로 경기 영향을 덜 받기 때문이다.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때부터 강조한 B2B 사업이 위기 속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모양새다.
4일 전자·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LG전자 B2B 매출은 전체 매출의 32%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20년 약 16%였던 것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이상 뛴 숫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올해 LG전자 매출은 전년보다 2.6% 성장한 85조6588억원으로 추정된다.
B2B 사업은 구 회장이 일찌감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키워온 분야다. 회장 취임 이후 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를 부활시킨 것도 구 회장이다. 2009년 신설된 BS사업본부는 2011년 HE사업본부로 넘어갔다가 2018년 부활했다. 구 회장은 100% B2B 사업인 전장 사업에도 대대적으로 투자해왔다.
LG전자가 B2B 사업에 힘주는 이유는 경기와 밀접하게 연동되는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사업에 비해 경기 침체에서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여파 등으로 개인 소비자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B2B 사업은 새로운 캐시카우가 될 수 있다고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B2B 사업은 단위 매출 규모가 크고 일반 소비재보다 시장 경기 변동 등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고 말했다. 한번 기업 고객을 잡으면 장기적으로 거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 결과 LG전자의 모든 사업부에서 B2B 사업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전통적으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사업이 주였지만, 최근에는 빌트인 가전과 상업용 냉난방 시스템 등 B2B 매출 성장세가 뚜렷하다. 업계에서는 2021년 가전 매출의 10%대 중반을 차지하던 빌트인 가전 매출이 올해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TV를 담당하는 HE사업본부는 기업을 대상으로 한 플랫폼 사업을 키우고 있다. LG전자는 TV를 통해 기업과 고객을 이어주는 플랫폼 전략을 펴고 있다. 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앱을 TV 속에 넣어주는 대신 이들 기업에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올해 플랫폼 사업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높게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LG전자가 새 먹거리로 찍은 로봇과 전기차 충전 서비스 등도 모두 기업 대상 서비스다. 현재 BS사업본부가 로봇과 전기차 충전 서비스,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 등을 맡고 있다. 업계는 올해 LG전자 로봇 사업 매출액이 작년보다 두 배 뛸 것으로 추정한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도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BS사업본부 매출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5G 특화망을 내세워 네트워크 장비부터 물류 로봇, 종합 관제 시스템 을 한 번에 판매하는 계획도 세웠다.
전기차 부품을 만드는 VS사업본부는 LG전자의 B2B 사업의 핵심으로 꼽힌다. 올해 수주잔액만 100조원으로 예상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VS사업본부는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텔레매틱스, 전기차 구동 부품을 납품한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LG전자는 경기 변화에 둔감한 B2B 매출이 확대돼 분기 평균 1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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