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출금리 인상폭, 과거 금리상승기의 2배
금융당국 집계에서 지난해 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대출금리를 올린 폭이 과거 기준금리 인상기에 비해 훨씬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인상폭이 컸던 만큼 향후 기준금리 조정이 이뤄졌을 때 시중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져도 은행이 감당할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감독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4일 '은행 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브리핑을 통해 "2022년 연중 국내 기준금리 인상폭 대비 은행 여·수신금리 상승폭이 미국 주요 은행과 과거 금리 상승기를 웃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해 국내 주요 5대 은행의 평균 금리 상승폭(신규 취급액 기준)을 살펴보면 대출금리는 2.79%포인트, 수신금리는 3.25%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각각 연중 기준금리 인상폭(2.75%포인트)의 101.5%, 118.2%에 해당한다. 2000년 이후 기준금리 인상기가 총 4차례 있었는데, 앞선 3차례 인상기(2005년 10월~2008년 8월, 2010년 7월~2011년 6월, 2017년 11월~2018년 11월)에는 평균 54.5%, 75.8%에 그쳤던 수치다.
대출금리의 경우 전체 대출에서 변동금리 조건을 택한 비중이 과거에 비해 커진 게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부원장은 "만기가 짧고 고정금리 상품이 부족한 전세·신용대출이 과거에 비해 많이 증가하며 변동금리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수신금리의 경우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 시장 경색이 심해지며 수신 유치 경쟁이 벌어진 탓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은 은행의 경영관리 평가에서 사회적 책임 활동에 대한 평가 비중을 높이겠다며 이 같은 금리 변동폭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과도했던 금리 인상폭을 조정하고 나설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 부원장은 "기준금리가 오를 때 시장금리가 더 큰 폭으로 올랐다면 기준금리가 떨어질 때 더 크게 떨어질 측면이 있다"며 "그정도는 은행이 감당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감원은 내년까지 은행 지배구조에 대한 중점 감독·검사에 나서고 이사회와 면담을 늘리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 계획을 공개했다. 지배구조 감독·검사의 경우 우선 서면자료를 수시·정기적으로 점검하는 상시감시가 이뤄질 예정이다. 현장검사와 관련해서는 이사회의 전문성이나 최고경영자(CEO)로부터의 독립성, 경영 승계 절차 운영의 적정성이 점검 대상 예시로 거론됐다.
금감원은 은행 경영관리 평가에서 내부 통제·지배구조 관련 항목 비중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한다. 경영실태 평가는 총 6개 항목(자본 적정성, 자산 건전성, 경영관리 적정성, 수익성, 유동성, 시장리스크 민감도)을 기준으로 이뤄지는데, 그동안 내부 통제에 관한 평가 비중은 '경영관리 적정성'의 7개 하위 항목 가운데 하나에 그쳤다. 금감원은 향후 내부 통제를 별도 상위 항목으로 구성해 비중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배구조의 경우 경영관리 적정성 가운데 4개 하위 항목이었지만 향후 6개 항목으로 늘릴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6~10월에 시행한 이상 외화송금 검사 결과에 따라 최대 업무 정지·면직 조치를 내리기 위한 절차에도 착수했다. 검사 대상 금융기관 13곳 가운데 9곳에 조치 예정 내용이 사전 통지됐다. 이 부원장은 "이상 외화송금 규모가 크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에는 은행 본점의 고위 임원을 포함해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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