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여 상장사 순익 27조원 '뚝'···인플레에 매출은 495조 증가
'영업손실 32조' 한전 악영향
영업이익률 2%P 이상 떨어져
기업 몸집 커졌지만 내실 약화
반도체 영업익 적자 전망 등
1분기까지 실적 한파 가능성
‘3고(고물가·고환율·고금리)’ 파고에 600여 개 코스피 상장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27조 원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3조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대표적 수익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2%포인트 이상 떨어졌지만 매출은 물가 상승에 증가액이 495조 원에 달했다. 코스피 상장사들이 지난 한 해 몸집은 커졌으나 내실은 약화된 셈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 12월 결산 상장기업 604개사(금융업 등 제외)의 지난해 매출액(연결 기준)은 2814조 9183억 원으로 전년(2319조 8841억 원) 대비 21.3% 증가했다.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9조 4124억 원으로 전년보다 14.7% 감소했고 순이익도 131조 5148억 원으로 17.3%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이 줄어든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상장사들의 매출은 개별 기준(690개사)으로도 지난해 1492조 7292억 원으로 전년보다 11.76%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6.0%, 36.2% 감소했다. 인플레이션 덕에 매출은 늘었지만 원자재 값 상승과 이자 비용 증가로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과 순이익률도 각각 5.66%, 4.67%로 전년보다 2.39%포인트, 2.18%포인트 내렸다. 1000원어치 제품을 팔았다고 할 때 원가·인건비 등을 뺀 영업이익은 56원이고 세금 등을 낸 후 기업이 실제로 손에 쥔 돈은 46원에 불과했다.
코스피 실적 한파는 천문학적 적자를 낸 한전의 영향이 컸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2조 7000억 원이었고 순손실도 24조 4000억 원으로 상장사 순이익 하위 1위를 기록했다. 한전을 걷어낸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 변동률은 전년 동기 대비 -0.35%에 불과했다. 반대로 누적 순이익 1위 삼성전자(005930)를 제외하면 전체 순이익 감소 폭이 36.33%로 19%포인트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연결 매출액 비중은 10.74%에 달했다.
매출액은 17개 업종 모두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운수장비(87.68%), 운수창고업(53.51%) 등 9개 업종에서 증가한 반면 한전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은 영업이익이 30조 원 넘게 빠지며 적자가 지속됐고 순이익도 전년에 이어 마이너스였다. 흑자 기업은 전년보다 35곳 줄어든 455개사였고 적자 기업은 35곳 늘어난 149개사였다. 적자 전환 기업 중 LG디스플레이(034220)가 3조1955억 원의 손실을 보며 부진이 가장 깊었다. 이어 넷마블(251270)(-9414억 원), 효성화학(298000)(-4482억 원) 순으로 적자가 컸다.
금융회사들도 부진을 면치 못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9.6% 줄었고 순이익은 7.9% 감소했다. 특히 증권업의 순이익이 51% 급감하며 반 토막 났다. 주요국의 가파른 긴축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다. 다만 고금리의 수혜를 입은 은행은 순이익이 14.7% 증가했다.
지난해 1조 원 이상 영업이익을 낸 코스피 상장사는 1년 전보다 6곳 줄어든 46개사로 분석됐다. 삼성전자·현대차와 SK·포스코 등의 대기업은 자리를 지켰지만 원자재 가격 부담이 컸던 고려아연 등은 탈락했다. 동학개미의 활약에 힘입어 수익이 크게 늘었던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NH투자증권·삼성증권·키움증권 등도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원이 무너졌다. 다만 메리츠증권은 15%가량 이익이 늘며 1조 클럽에 새로 가입했다.
올해에는 1조 클럽 기업이 더욱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정유화학, 바이오 진단 기기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000660)가 대표적이다. 메모리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적자 전환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밖에도 코로나 특수가 끝난 진단키트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 금호석유(011780), SK스퀘어 등이 1조 클럽에서 이탈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분기에도 ‘실적 한파’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영업이익과 지배주주 순이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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