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획득 호주, 새 '국방전략보고서' 발표 임박...中 위협에 '역대급' 국방비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 반열…중국 위협 대응 차원
호주, 새 '국방전략보고서' 이달 공개…역대급 국방 예산
한국과 인태 전략 협력 강화…K-방산에도 기회
지난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미국의 핵 추진 잠수함을 배경으로 나란히 선 미·영·호주 정상. 3국 군사동맹 오커스(AUKUS) 결성 1년반 만에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 결과 호주에 대한 핵 추진 잠수함 조기 공급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미국의 버지니아급 핵잠 최대 5척을 예정보다 10년 앞당긴 2030년대 초까지 인도한다는 것이 골자다.
호주는 이로써 세계 7번째 핵잠 보유국에 오른다. 미국 인도분을 비롯해 총 13척으로 구성된 핵추진 잠수함 편대를 완성하는 데 최대 2400억 달러(약 313조)를 투입할 전망이다.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을 관망하고 있는 호주가 유래없는 국방력 증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막대한 경제력을 앞세워 호주의 앞마당인 태평양 도서국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 때문이다.
안보·경제적으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오커스, 쿼드(Quad),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등을 통해 호주를 위시한 동맹과 우방국을 결집시켰다 . 이에 맞서 중국도 아시아를 넘어 유럽, 중동까지 우군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이같은 미중 전략 경쟁 심화 속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2월 '인도 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 외교의 구심점을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넓혀가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한국여성기자협회 주관 '인도 태평양 안보 협력' 현장 취재차 호주를 찾았다. 2021년 한국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은 호주는 우리 정부가 협력을 심화, 발전시켜가야할 유사 입장국(like-minded country)이자 중견국이다. 시드니-멜버른-캔버라로 이어지는 취재 여정을 통해 '번영하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위한 한-호주 파트너십의 협력 지점을 모색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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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다펜스는 아발론 공항이 자리한 질롱(Geelong)시 15만㎡ 부지에 대규모 생산 기지를 건설 중이다. 해외 진출 1호 공장으로 내년 완공이 목표다. 한화디펜스 현지 관계자는 이 공장에서 우선 호주 정부와 최대 1조 원 규모로 수출계약을 체결한 K-9 자주포 호주형 모델 생산에 나서고 '레드백' 수주에도 성공한다면 그 생산의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기대를 나타냈다.
호주 새 '국방전략 보고서' 공개 임박…중국 위협에 역대급 국방비
한-호주 간 방산 협력 확대는 호주의 전면적인 군사력 증강 움직임과 맞물린다. 지난해 5월 정권 교체에 성공한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노동당 정부는 이르면 이달 새로운 <국방전략 보고서(DSR)>를 내놓을 예정이다. 반년간 준비한 이 보고서는 역대 최고의 국방 예산을 들여 1970년대에 머물고 있는 호주의 노후화된 국방력을 전면 개편한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솔로몬 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하며 호주의 코 앞이라 할 수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들에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이 30년 만에 솔로몬 제도에 대사관을 재개설하고 일본이 외무상을 솔로몬·쿡 제도 등으로 잇따라 파견해 환심 사기에 나선 것도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남태평양 요충지에 손길을 뻗치는 중국에 대한 견제 행보이다.
호주가 미국, 영국과의 군사동맹 오커스(AUKUS)를 통해 핵 추진 잠수함 획득에 나선 것도 그런 차원이다. 시슬스웨이트 부장관은 국제 통상에서 아태 지역의 개방된 해양 운송로가 무척 중요하다면서 "해안선이 매우 긴 섬나라 호주를 수호할 수 있는 최고의 국방력을 갖추려면 핵 추진 잠수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호주의 핵잠 획득이 역내 군비 경쟁과 핵무장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상황. 취재 과정에서 만난 호주 조야의 인사들은 호주가 획득하는 핵 추진 잠수함은 결코 핵무기가 아니며 모든 과정이 NPT 체제를 준수하는 가운데 투명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한결같이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은밀하게 군사력 특히 핵 무력까지 증강해온 중국을 비판하며 역내 '군비 불균형'의 균형을 이뤄가는 과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한-호주…인도태평양 전략 접점은
호주는 지정학적으로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하고 있다. 오커스 동맹은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안보협의체)와 파이브 아이즈(미·영·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공동체)의 핵심 일원이다. 역내 위협 요소를 강하게 인식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의 공조를 강화해 온 호주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에도 적극적이다.
호주 정부와 싱크탱크 인사들은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일제히 환영하며 협력 의지를 나타냈다. 한국과 호주의 인태 전략은 유사점이 크며 양국이 공유하는 규칙, 규범을 함께 지켜나가면서 전략적 균형점을 찾아나가자는 말이었다.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중견 국가인 두 나라는 외교·국방장관 2+2 회의를 통해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MIKTA(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5자 협의체)를 비롯한 소다자 틀을 통한 연대도 발전시켜가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과 미국, 호주 국장급이 처음으로 지역전략대화를 갖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논의하기도 했다.
K-방산 부르는 호주…군사 교류 협력도 진전 중
ASPI의 브리스토 박사는 호주 내 방위산업 제조 시설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하면서 "양국 간 방위산업 파트너십을 통해 무기 구매뿐 아니라 호주 자체 방위 역량 증대를 위한 협력 확대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런 파트너십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세계적 화두가 된 '공급망 다각화' 측면에서도 의미를 갖는다.
군사 교류 측면에서의 진전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은 2021년 탈리스만 세이버(Talisman Sabre), 지난해 피치블랙(Pitch Black) 훈련에 최초로 참여하는 등 호주와의 연합 훈련도 꾸준히 확대 중이다.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의 핵 무력 강화 그리고 이에 맞서는 미국 동맹국들을 위시한 서방의 결집. 강대국 간 패권 경쟁의 심화는 우리에게 고차원적 외교 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3각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편 호주 같은 가치 공유 중견국들과 연대하며 소다자 협력의 지평을 넓혀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인도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질서의 안정과 평화, 번영을 구현하는 국제사회의 가치 있는 일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YTN 김희준 (hijun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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