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석유값 다시 오른다"… 엑손모빌·셰브론 2년 연속 홈런칠까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3. 4.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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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가 하루 116만배럴 규모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원유 가격이 급등하자 세계 에너지주가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작년에 유가 급등으로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엑손모빌(XOM), 셰브론(CVX) 등 에너지 관련주가 하루 만에 5% 안팎 급등했다. 올 들어 금융 시스템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춤하던 에너지 관련주가 2분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 따르면 전날 감산 소식이 나오자 석유 생산업체와 유전탐사 개발업체 등은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를 비롯한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하루 116만배럴 규모 원유 생산을 줄이기로 했다. 자발적 감산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됐다. 예상치 못한 OPEC+ 감산 결정으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는 발표 직후 배럴당 81.7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이후에도 79~80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다.

다국적 석유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이날 각각 5.9%, 4.2% 상승했다. 석유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시총 1조9100억달러·약 2510조원)이고 2위 엑손모빌(4727억달러·약 621조원), 3위 셰브론(3240억달러·약 425조원) 순이다.

작년에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으로 정유제품 마진이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아람코는 지난해 총 1611억달러(약 211조원) 순이익을 기록했고, 엑손모빌은 총 557억달러(약 73조원), 셰브론은 365억달러(약 47조원) 순이익을 올렸다.

하락장이었던 작년 뉴욕 증시에서 엑손모빌은 80%, 셰브론은 55% 급등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기업이 전쟁으로 폭리를 누렸다며 초과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한때 60달러대에 이르는 등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자 주가가 주춤했으나 다시 반등한 것이다.

작년 석유기업은 막대한 현금 창출로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작년 말 엑손모빌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기존 300억달러(2023년까지)에서 500억달러(2024년까지)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미 엑손모빌은 작년에만 152억달러어치 자사주 매입을 시행했다. 미국 정치권의 '횡재세' 주장에 맞서 기업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셰브론은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시기에도 배당을 늘리는 등 35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으로 손꼽힌다.

석유기업 주가는 결국 유가인 셈이다. 수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에너지 주식이 더 큰 단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더 급등해야만 한다. 지금처럼 전쟁, 인플레이션과 같은 위기 순간에 이익을 보는 구조 때문에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에 대한 대중 이미지는 악역일 때가 많다.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남은 기간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70~90달러에서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전략비축유가 계획대로 2분기에 추가 방출될 것이며, 세계 경기는 위축 국면에 있기 때문에 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 시기에 OPEC 감산이 하루 400만~500만배럴 단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 정도의 감산은 이전 70~80달러대 박스권 가격에 대부분 반영됐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기 침체 시기에는 OPEC의 감산 조치에도 국제유가는 단기 반등에 그치고 하락세를 지속했으며 유가 상승 전환은 경기 저점 확인,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향하게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티나 텅 CMC마켓 애널리스트는 OPEC+의 추가 감산으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재개방, 서방 경제제재에 대항한 러시아의 감산 등을 고려할 때 100달러 유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업스트림 위주로 주가가 반짝 올랐다. 이날 코노코필립스(COP·9.3%), EOG리소시스(EOG·5.9%) 등 기업은 업스트림 기업이며 마라톤페트롤리엄(MPC·0.6%), 발레로에너지(VLO·0.8%) 등은 다운스트림 기업이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유전 측정·자원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슐럼버거(SLB·6.6%) 주가도 올랐다.

한편 월가 큰손들은 이미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정유주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달 23일과 27일 이틀 동안 옥시덴털 주식 370만주(2억16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23.6%까지 늘어났다.

해외 증시와 기업분석 정보는 유튜브 '월가월부'에서 볼 수 있습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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