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vs 한동훈, 누가 부적격 검사인가 2

최승호 2023. 4. 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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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임은정 vs 한동훈, 누가 부적격 검사인가>는 임은정, 한동훈, 두 전 현직 검사의 삶을 통해 ‘무엇이 대한민국 검사로서 올바른 삶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편에서는 두 사람이 검사로 같이 임관한 2001년부터 임은정 검사가 징계를 당하고 검사 블랙리스트에 올라 처음으로 부적격 심사 대상에 오른 2016년 초까지의 이야기를 다뤘다. 2편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 간 이어진 두 사람의 행보를 다룬다. <편집자 주>

문재인 정부는 왜 임은정 검사를 검찰개혁의 견인차로 발탁하지 않았나?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검찰 안에서 외친 임은정 검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했을 때 자신이 검찰개혁에 쓰여지기를 원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 검사로 대표되는 특수부 검사들을 선택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을 임명한 이유에 대해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 그리고 공소유지를 잘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 인사는 윤석열 사단의 독식이었다. 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그 이유의 단초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의 존재'로 들었다. 

"박형철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이 검찰 인사에 많은 영향을 줬다"

박형철은 윤석열이 팀장이었던 국정원 댓글 수사 당시 부팀장이었다. 박형철이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으로서 검찰 인사에 많은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 대한 약속을 굉장히 우선적으로 생각하면서 인사 추천과 검증을 철저하게 분리하겠다라는 기조를 끝까지 유지했습니다. 근데 검찰 인사와 관련해서는 담당 비서관이 반부패비서관이었어요. 박형철 비서관은 윤석열의 심복이나 다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최강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임은정을 발탁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청와대가 검찰의 의견과 입김에 휘둘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조직 내부에서는 검찰 안에서 개혁을 외친 여성 검사들을 조직 부적응자로 모는 분위기가 계속됐는데, 그걸 거르는 역할을 해야 할 반부패비서관은 윤석열의 심복이었고, 달리 검증하는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어떤 자리에서든, 임은정 검사뿐만 아니라 검찰 조직의 문제점에 대해서 이대로 두면 안 된다라고 국민 앞에 좀 알리고자 했던 여성 검사들을 조직 부적응자로 몰고,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사람으로 몰고, 본인들의 어떤 인사상 이익을 위해서 문제를 침소봉대하고 있다, 여성이라는 그런 특성을 악용해서. 이런 식으로 계속 언론에다가도 흘리고 검찰 조직 내부에서 그런 분위기가 계속돼 왔죠. 그리고 그런 것들을 사실은 비판적으로 걸러내고 어떤 말이 맞는것인가 하는 노력을 청와대가 할 수 있었어야 되는데 그런 점이 부족했던 거죠. 
-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

임은정이 받아들일 수 없었던 두 번의 제안

임은정은 문재인정부 시절 두 차례 자신의 신상에 대한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받았다. 

첫번째는 윤석열의 측근이었던 윤대진 씨가 법무부 검찰국장일 때 제안한 ‘외국유학'이었다. 임은정은 “윤대진이 유학을 권하면서 ‘유학 갔더니 너무 행복하더라. 해외에서 개인의 행복을 찾고 돌아왔을 때 검찰이 개혁이 안됐으면 그 때 다시 하면 되지 않냐’고 했다. 그 때 ‘아, 이 사람들은 검찰 개혁할 생각이 없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번째는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한 뒤 이용구 법무실장으로부터 받은 제안이다. 이용구 실장은 임은정에게 “조국 장관님이 당신을 쓰시려고 하는데 검찰에서 극구 반대한다. 검찰에서 조건을 걸었는데 이걸 꼭 좀 승낙해달라. 조건은 sns 중단, 칼럼 중단, 고발 취하다"라고 했다고 한다. 임은정은 그 제안도 거절했다. 자신의 이름을 이용하려고 할 뿐 검찰 개혁에 대한 자신의 의견과 방안을 채택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당시 임은정은 비위 사건을 저지른 검사들과 사건을 덮은 책임자들을 고발한 상태였다. 임은정은 검사들의 잘못을 일반 국민과 똑같이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결국 임은정은 문재인 정부 시기에도 검찰 내에서 핍박 받으며, 홀로 개혁을 위한 노력을 해야 했다.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문재인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한 한동훈

한동훈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검찰의 핵심 보직을 거쳤다. 2009년에는 권재진 민정수석에 의해 발탁돼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됐고, 2011년에는 법무부 장관이 된 권재진에 의해 요직 중 요직인 검찰과의 이른바 '1-0', 즉 부장검사 이상 인사 담당자가 됐다. 2013년부터 2년 간 그는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으로 검찰총장을 보좌하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 때 한동훈은 집중관리대상 검사를 선정하고 평가자료를 수집하는 등 검사 블랙리스트 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인 잣대로 보면 촛불로 세워진 정부에서 청산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이력이지만, 특수부 검사들이 득세한 문재인 정부에서 한동훈은 오히려 승승장구했다. 국정농단을 수사한 특검에 윤석열 수사팀장 산하로 들어간 한동훈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부장으로 많은 수사를 직접 하거나 지휘했다.

한동훈이 수사 과정에서 보인 문제점

한동훈은 수사 주체로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무리한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적폐수사의 1심 무죄율은 일반 재판의 5배에 이른다. 조국 전 법무장관 가족 수사에서도 인사청문회가 끝나기 전에 한 최초의 기소 내용은 법원의 무죄판결을 받았다. 첫 기소가 윤석열 총장 등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서 나온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이다. 

한동훈은 또 언론을 자유자재로 다루면서 ‘서초동 편집국장'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가 서울중앙지검 3차장일 때 그의 사무실에는 기자들이 은행 번호표 뽑듯이 들어가곤 했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그가 한가지 기삿 거리를 여러 기자들에게 줘서 기자들이 항의한 적도 있다고 알고 있다. 언론을 이용하는 행태가 좀 무리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에 지명된 뒤 낸 사직서에서 ‘외압이나 부탁 같은 것에 흔들린 적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제대로 검증해야 할 대상일 뿐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2018년 그가 지휘한 민간인사찰 사건 재수사에서 권재진 민정수석을 불기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권재진은 한동훈을 청와대로 데려갔다가 법무부 검찰과로 데려온 장본인이다. 권재진은 2010년 MBC PD수첩에 의해 민간인사찰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부터 사건의 핵심으로 의심받은 몸통급 인물이다. 한동훈이 지휘한 2018년 수사에서 검찰은 권재진 밑에 있던 민정1, 2, 공직기강 비서관을 모두 기소했다. 그러나 유독 권재진 민정수석만은 불기소했다. 권재진은 참고인 조사에서 ‘휘하 비서관들이 한 일을 나는 몰랐다'고 진술했고, 수사팀은 이를 수용했다. 판사마저 재판에서 권재진의 말을 믿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정도였다. 

민간인사찰사건 변호인이기도 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권재진 민정수석의 지시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것은 당시 검사들도 사석에서 다 인정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보스의 보호막 안에 있었던 탄압 피해자 한동훈?

한동훈은 인사청문회에서 자신을 권력의 탄압을 받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독직폭행'을 당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러나 그가 언급한 ‘독직폭행'의 가해자인 정진웅 부장검사는 대법원에서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다. 한동훈이 조국 사건 이후 좌천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이때 그는 평생 처음으로 권력과 불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그때도 권력과 홀로 맞서 싸운 것이 아니라 윤석열이라는 든든한 보스의 보호막 안에 있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인사청문회에 나와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동훈을 보호하기 위해 매우 무리한 행동을 했다고 증언했다.

누가 '검사 선서'대로의 삶을 살았는가?

검사들은 ‘검사 선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21344호)에 따라 검사로 임관할 때 ‘검사 선서'를 하고 서명해 보관하게 돼 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 검사 선서 중

임은정과 한동훈, 두 검사 중 누가 검사 선서에 어울리는 삶을 살았는가?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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