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8세까지 월 100만원?… MZ도 외면한 설익은 아이디어 남발

김세희 2023. 4. 4.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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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명 낳으면 매년 20조원 소요
與, 청년층 지지율 지속 하락 의식
MZ 환심용 포퓰리즘 정책 잇따라
휴대폰·주택정책 빼곤 공감 못얻어

여권이 MZ세대 공략에 고심하고 있다. 최근 '주 최대 69시간' 논란 등으로 청년층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자 이들을 겨냥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정책도 있지만 '20대 세자녀 아빠 병역 면제' 등 황당한 정책도 검토했다 역풍을 불렀다. 전문가들은 지지율에 급급해 단편적인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MZ세대와 공감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지도부는 최근 MZ세대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올인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희대 학생 식당을 찾아 '1000원 아침 학식'을 먹으며 지원 확대를 약속했고, 이튿날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업 대상 규모를 당초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통신 요금 및 교통비 관련 실태도 파악해 개선방안도 준비 중이다. 당은 청년들을 향한 데이터 혜택을 주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의료 공백 사태를 맞은 소아과 의료 현장도 조만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또 교통비, 주거, 학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한 대책도 순차적으로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년의 통신요금제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치 않겠냐 하는 차원에서 내용을 파악해보라 했다"면서 "교통비 (관련 나온) 기사도 실태가 어떤지 파악해보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실 관계자는 "최종으로 일정이 확정이 됐을 때 공지를 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또 다음달부터 중앙당 청년위원회와 정부, 대통령실이 만나 청년 정책을 논의하는 '청년 당정협의회'도 열기로 했다. 회의는 국회 등 정치권과 현장을 오가는 '투트랙'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지난 24일 청년 당정대(여당·정부·대통령실)가 MZ 노조와 '치맥 회동'을 한 것과 같이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청년들을 만나 고충을 듣고, 청년 당정협의회에서 구체적인 청년 정책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4월에도 현장 청년 당정대 모임을 하고 중소기업 근로자, 프리랜서 등 노조 밖 청년 근로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도 MZ세대 달래기에 나섰다. 서울시는 이날 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청년안심정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는 역세권청년주택 민간임대 임대료를 시세의 75∼85% 수준까지 낮추고 주거 품질과 디자인을 향상하고,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사업 대상지를 역세권에 국한하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한 간선도로변까지 확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급 계획은 총 12만호다.

여권이 이같이 MZ세대를 위해 잇달아 정책을 내놓은 것은 20·30세대 지지율의 하락세와 무관치 않다. 리얼미터가 지난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트리뷴 의뢰, 조사기간 3월 27일~31일,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대상 18세 이상 유권자 2512명,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한 20대는 2.8%포인트 떨어진 30.4%를 기록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같은 연령대 지지율이 7.2%포인트나 치솟으면서 47.2%를 나타냈다.특히 3주전 한국 갤럽 조사(3월 14~16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는 18~29세 응답자 지지율이 13%로 집계됐다.

그러나 지지율 회복을 너무 의식하다보니 설익은 아이디어로 논란을 빚고 있다. '세 자녀 둔 아버지 병역 면제 정책'과 '새로 태어나는 아이에게 1인당 월 100만원씩 만 18세까지 지급해 총 2억원을 지원한다'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전자를 두고는 징병 대상인 20대 초반의 남성이 자녀를 세 명 갖는 것이 가능한 지에 대한 현실성 문제가 뒤따랐다. 후자는 현금성 지원효과가 가진 한계와 재정 부담 문제가 제기됐다.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은 지난 29일 한 라디오에 나와 "(1년 신생아) 20만명 이상이면 매년 몇십조원이 들 것"이라며 "지금도 280조원을 쓰고 출산율이 왜 낮아지는지 비판이 있는데, 매년 몇십조원을 더 얹는다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깊게 검토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을 면밀하게 파고 들지 못했다는 지적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보단 낫지만 지금 MZ세대의 생각과 현실에 정확하게 부합하진 못하다"며 "이들은 회사를 다니는 노동자 외 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층위를 형성하고 있으며, 노사 관계와 노동 현장에 대한 사고도 기성세대와 큰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당초 추진했던 69시간 근로 유연화 정책이 가진 문제와 한일 회담에 내재된 불만 정서, 노사 문제 등 해결되지 않는 정책에 대한 2030의 불만등을 포괄적으로 살펴본 뒤, 광의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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