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892개' 산림 태우고…함평·순천 대형산불 진화(종합)

최성국 기자 김동수 기자 이승현 기자 2023. 4. 4.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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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인력 총동원에 비 도움…28시간여 만에 잔불 정리 중
공장·축사 등 8개 동 소실…대피 주민 132명 집으로 복귀
4일 오전 산불 대응 3단계로 상향된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산불현장에서 전남119소방헬기가 진화를 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전라남도 제공) 2023.4.4/뉴스1

(함평·순천=뉴스1) 최성국 김동수 이승현 기자 = 식목일을 앞두고 발생한 전남 함평과 순천의 대형 산불이 진화됐다. 산불이 발생한 지 꼬박 28시간 만이다.

마른 대기를 해소할 단비가 내리면서 잔불 정리는 속도를 내고 있지만 대응 최대 단계인 '산불 3단계'가 발령된 이번 산불은 축구장 892개 넓이의 임야 625㏊를 불태웠다.

◇함평·순천서 사상 첫 대형산불…'산불 3단계' 격상

식목일을 이틀 앞둔 3일 오후 낮 12시19분쯤 전남 함평군 대동면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28시간 만인 이날 오후 4시쯤 꺼졌다.

산림당국은 전날 오후 3시10분을 기해 산불 2단계를 발령했지만 건조한 날씨와 강풍 영향으로 삽시간에 대규모 확산됐다. 오후 10시30분을 기해서는 산불 3단계를 발령했다.

불은 인근 양봉장에서 발화한 불씨가 산림으로 비화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전날 오후 1시2분쯤에는 전남 순천시 송광면 봉산리 야산에서 불이 났다. 산림당국은 26시간 만인 4일 오후 3시10분쯤 주불을 잡고 현재 잔불정리를 하고 있다.

순천 산불 역시 밤 사이 삽시간에 확산되며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산불대응 3단계로 격상됐다. 산불은 발화지점 인근 공사장에서 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전남 지역에서 최대 대응 단계인 산불 3단계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산불 3단계는 예상 피해 규모가 100㏊ 이상에 달하고, 평균풍속 7㎧ 이상, 예상 진화 시간이 24시간 이상일 때 격상된다.

4일 오전 전남 함평군 신광면 백운2리 경로당에서 전날 발생한 함평 산불로 대피한 삼덕 1·2구 주민들이 뉴스 특보를 보고 있다. 2023.4.4/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인근 주민 132명 대피…가용인력 총동원해 주불 잡아

같은날 전남 동부권과 서부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면서 산림당국은 가용인력을 총동원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당국은 함평에서 전날부터 관할 소방, 전남소방, 군 헬기를 포함한 장비 101대와 대원 1027명을 동원, 방화선을 설치하고 밤샘 진화작업을 펼쳤다.

순천 야산 산불에도 관할 기관, 인접기관에서 동원된 헬기 12대 등 장비 42대, 인력 706명을 투입해 주불을 잡았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대원들은 12시간 교대작업을 통해 민가로 불이 번지는 것을 막아냈다.

6년차 김희섭 소방교는 "불씨가 사그라들어 진화가 되나 싶으면 바람을 타고 계속 불씨가 번졌다"며 "처음에는 오기가 생겨 더욱 빠르게 땅을 뒤엎었지만 어느 순간 허탈하고 야속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또 "연소 확대 방지를 위해 경계라인을 쳐놓고 곳곳에 인력을 투입했다"며 "포클레인과 대원들이 뒤섞여 작업을 하느라 다들 정신이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지만 인명피해나 민가 쪽에 피해가 가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도움을 받아 몸을 대피한 인근 주민들은 산불에 대한 공포감을 호소하며 밤을 지새워야 했다.

함평 인근 주민 43명은 백운경로당 등 3곳으로 하루 반나절간 대피했고, 순천 산불지역 인근의 평촌·산척마을 주민 89명도 주불이 잡히고서야 귀가 조치할 수 있었다.

함평 삼덕1구 마을 총무 윤경예씨(66·여)는 당시 대피 방송을 하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고 이야기했다.

윤씨는 "면에서 전화가 오고 난리였지만 방송하고 어르신들을 대피시켜야 했다. 이후 침착하게 마음먹고 '마을회관으로 모이라'는 방송을 마쳤다"며 "어르신들이 기침도 하고 다들 너무 놀랐다. 시꺼먼 연기로 인해 낮인지 밤인지 구분도 못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축구장 892개 면적 소실…올해 전남 산림 609㏊ 불 타

이번 산불로 소실된 임야는 함평 475㏊, 순천 150㏊ 등 총 625㏊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축구장 892개에 달하는 넓이다.

함평에서는 산불 여파로 공장 4개동과 축사 2개소, 비닐하우스 2개소도 전소됐다.

산림당국은 잔불 정리를 끝마치는 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면적, 재산 피해액수를 집계할 예정이다.

광주·전남은 올해 들어 건조한 대기와 심각한 가뭄, 강풍, 입산객 부주의 등으로 산불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발생한 평균 산불은 광주 3.4건(피해면적 0.3㏊), 전남 43.3건(18.7㏊)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발생한 산불은 광주 8건(피해면적 4.61㏊), 전남 39건(77.22㏊)로 크게 늘어났다.

함평과 순천 산불 피해 면적을 합치면 현재까지 전남 산불 피해면적은 702.22㏊에 달한다.

이날 오후부터 6일 오전까지 광주와 전남에는 30~8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비가 그친 뒤에도 건조한 날씨와 강풍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산불 예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남도 산불방지대책본부 관계자는 "현장의 산불이 재발되지 않도록 잔불진화와 뒷불감시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전국에 건조특보가 발령되는 등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고 국지적으로 강한 바람이 불고 있어 작은 불씨에도 대형산불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과 인접한 100m 이내 지역에서는 화기 취급을 삼가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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