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심판 시작···“일상 모든 사태 책임져야 하나” vs “신고 계속돼 재난 예상 가능”
장관 대리인 “정치적 추궁”vs 국회 측 “헌법과 법률 위반”
이태원 핼러윈 참사 부실 대응으로 탄핵심판대에 오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4일 “행안부가 모든 다중밀집 행사에 대응할 필요는 없다”며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이날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 심리로 이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에 앞서 양측 주장과 증거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는 절차다. 청구인과 피청구인의 출석 의무는 없어 이 장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국회(청구인)와 이 장관(피청구인) 측 대리인들이 출석해 각자 해당 사건의 쟁점에 관한 주장을 펼쳤다.
이 장관의 대리인인 윤용섭 변호사는 “이 사건의 참사 결과는 분명히 참혹”하다면서도 “우리 사회의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중군집 행사를 (국가가) 사전에 대응해야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줄어든다”고 했다. 예를 들어 광화문에선 수만명이 모여 집회를 종종 여는데, 정부가 재난안전법에 따라 이를 금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해당 지역에서 핼러윈 행사를 매번 관리해왔던 지자체나 소방서장, 경찰서장도 참사를 예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행안부 장관이 이태원에서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 대책을 세우는 건 불가능했다는 취지이다. 또 “사후적인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행안부 장관에게 국가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정치적인 추궁에 불과하다”고 했다.
국회 측 대리인은 “피청구인 측은 행안부가 모든 다중밀집 행사에 대응할 필요가 없다면서 크리스마스이브 명동 거리나 남산에 일출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 사진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이태원 사고 현장은 이러한 장소들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맞섰다. 이태원 참사는 폭 3m, 길이 40m인 매우 좁은 골목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참사가 발생하기 전 112, 119 신고도 계속 들어왔다. 재난 발생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을 시작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해 국회가 탄핵소추의결서에 기재한 이태원 ‘참사’라는 표현을 쓰겠다고 못 박았다. 이 장관 측은 ‘사고’라는 표현을 고집하는 터였다. 앞서 행안부는 참사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해 10월30일 각 기초자치단체에 “사고 명칭을 ‘이태원 사고’로 통일하고, 피해자 등의 용어 대신 ‘사망자’,‘사상자’ 등 객관적 용어를 사용하라”고 하달해 논란이 됐다.
재판부는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 사유를 세 가지로 재정리했다. 국회 측은 헌법 위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위반,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을 사유로 제시했는데, 재판부는 “이 사건의 성격을 고려해 참사 발생 전과 후, 그리고 피청구인(이 장관)의 언행을 통해 살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추 사유를 ‘사전 및 재난 예방조치 의무 위반’,‘사후 재난 대응조치 의무 위반’,‘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으로 새로 정리했다.
국회 측은 이날 참사 생존자 1명과 유족 1명을 포함해 총 8명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이 장관 측은 이를 전부 반대한다고 밝혔다. 재판이 “조사의 연장이 되어버릴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를 다음 변론기일에 밝히겠다고 했다. 2차 변론준비기일은 2주 뒤인 오는 18일 열린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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