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소득공제에도 청년펀드 '흥행부진'
국공채·배당주 펀드만 관심
설정액 100만원 미만 수두룩
최소 3년 이상 가입 조건에
美은행 사태로 투자심리 꺾여
과거 정책펀드 부진 영향도
청년층의 소득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정책형 펀드인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가 지난달 중순부터 잇달아 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설정액이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흥행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형 투자상품이라 원금손실 가능성이 크고 3년 이상 장기 가입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청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출시된 24개 청년소장펀드의 설정액은 총 3억6200만원으로 집계됐다. 투자자금이 가장 많이 몰린 상품은 'KB지속가능배당50청년형소득공제(채권혼합)'로 이날 기준 1억6700만원이 유입됐다. 국공채와 저평가 배당주에 함께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로,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지면서 청년소장펀드 중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밖에 성장주·중소형주·롱숏전략 등 다양한 테마의 소장펀드가 출시됐지만 모두 설정액이 1억원을 밑돌고 있다. 'DB헬스케어청년형소득공제' '우리중소형고배당청년형장기소득공제(주식)'에는 투자자금이 100만원도 모이지 않았다.
청년소장펀드는 연간 총급여액이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이 3800만원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이 가입할 수 있다. 납입 한도는 연 600만원으로 최대 240만원(납입액의 40%)의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세율 16.5%를 적용하면 연말정산 때 39만600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청년층 소득세를 감면해주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지만 청년 투자자 반응은 시큰둥하다. 최소 3년 이상 가입을 유지해야 하고 예·적금과 달리 원리금 보장이나 예금자 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식 비중이 40%가 넘기 때문에 연말정산 환급액으로 얻는 이익보다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이 더욱 클 가능성도 있다. 올해 12월 31일까지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다른 소장펀드로 갈아타는 것도 불가능하다.
연금저축펀드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내에서는 펀드 등 투자상품을 자유롭게 매매하면서 세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청년소장펀드는 해지 시 받은 혜택의 일부를 토해내야 한다. 최소 가입기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환매한다면 그동안 소득공제로 감면받은 세액 한도에서 저축 납입액의 6.6%만큼을 징세한다. 소득공제 혜택을 지속하기 위해 한번 투자한 포트폴리오를 3년 이상 유지해야 하는 셈이다. 금융권에 종사하는 직장인 이 모씨(27)는 "확정수익도 아니고 변동성이 큰 주식형 펀드상품에 3년간 돈이 묶이는 셈이라 위험해 보인다"며 "연말정산 때 환급받을 수 있는 금액도 그렇게 크지 않아 일반 주식투자나 다른 절세 상품에 비해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정책형 펀드가 정권마다 반복되고 있지만 과거 상품과 차별화되는 특성이 부족하고 장기 수익률이 뛰어나게 높지 않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반감시킨다.
올 초부터 계속된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면서 공격적 투자성향을 지닌 청년층에서도 투자 열기가 사그라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청년소장펀드 가입 대상자가 한정적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상당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투자상품에 대한 관심도가 줄어든 상태"라며 "연말정산이 다가오는 연말에 수요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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