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다음은 분리막…SKIET 12% 급등
동박 제조업체 SKC도 상승
양극재에 비해 그동안 주가 측면에서 소외된 분리막과 동박 등 2차전지 소재주들이 일제히 상승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내용에 따른 수혜에 힘입어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분리막 제조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전일 대비 12.78% 상승한 8만5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9.5%나 급등하기도 했다. 다른 분리막 제조업체인 더블유씨피(WCP)도 이날 2.7% 올랐다. 동박업체도 IRA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동박 글로벌 점유율 1위 업체인 SK넥실리스를 손자회사로 둔 SKC는 이날 3.39% 상승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이다. 양극재·음극재·전해액과 함께 2차전지 4대 소재로 꼽히지만 주가는 양극재 등 다른 대표 소재기업에 비해 줄곧 부진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고정비 비중이 큰 분리막 사업 특성상 가동률이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데, 지난해 수요 부진과 중국 경쟁사의 시장 진입을 겪으면서 가동률을 높이지 못했다.
하지만 IRA 세부 내용이 발표되면서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분리막은 이번에 공개된 IRA 세부 내용 중 북미 내에서 조립된 제품을 일정 비율 사용해야 하는 '배터리 구성품'으로 분류됐다. 북미에서 생산된 분리막을 배터리에 활용해야 세액공제 혜택 등을 받는 것이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IRA 수혜 업체로 꼽고 있다. 중국 업체들이 '우려 단체(FEOC)'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업체 점유율 상승과 가동률 개선이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분리막 세계 시장 1위는 중국의 상하이에너지다. 한국과 일본 기업이 여기에 가세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 분리막을 채택하면 보조금 수령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과 일본의 상위 분리막 업체에 반사 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분리막의 경우 북미 증설의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추가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 연구원은 "북미지역의 높은 투자비를 감안하면 이를 상쇄할 판가 상승이 이뤄질 수 있다"며 "아울러 장기 공급 중심으로 계약 체계가 바뀔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박기업들도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IRA에 따라 중국 동박업체들과 펼치는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업체 가운데 SK넥실리스를 손자회사로 두고 있는 SKC가 수혜 업체로 거론된다. 동박 역시 그간 기술 격차가 크지 않은 중국 업체들이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경쟁 가열 우려가 불거져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동박도 2025년부터 중국산 사용이 배제된다"며 "중국 업체 점유율이 하락하고 한국 업체는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동박은 북미 증설에 대한 보조금 혜택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내용이 이번 발표에서 빠져 있다는 점에서 혜택 강도가 덜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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