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서울 … 가로수 2년새 1만그루 줄어
가로수 대량으로 베어낸 탓
서울 1인당 도시숲 면적은
뉴욕·런던 5분의1도 안돼
식목일을 맞아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의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서울 도심의 가로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경기 지역은 시민들이 실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활권 도시숲'의 1인당 면적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가로수는 2019년 30만7351그루에서 2021년 29만5852그루로 2년 만에 1만1499그루(3.7%)가 줄어들었다. 2015년 처음으로 30만그루를 넘어선 이후 △2016년 30만6140그루 △2017년 30만6972그루 △2018년 30만6287그루 등 비슷한 수준에서 머무르다 다시 20만그루대로 줄어든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년 정도 전부터 대규모 주택 건설공사 사업이 시작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가격이 치솟자 넘치는 수요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 주요 지역마다 재개발·재건축 공사가 진행됐고, 사업 구간에 저촉되는 가로수를 베어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22년 이후 가로수 현황 집계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가로수 감소는 여전히 진행 중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만, 내년 이후 재개발·재건축이 다시 줄어들면 그에 맞춰 원래보다도 가로수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개발 열풍에 휩쓸려 가로수를 줄인 것은 도시계획의 다른 한 축인 녹지 조성을 도외시한 처사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 김현석 서울대 농림생물자원학부 산림환경학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아파트 단지의 나무들 위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는데, 가로수를 보존하면서 개발하는 데에는 추가로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는 지자체별로 시민들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심숲의 면적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가로수를 포함한 서울의 녹지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4.5%가 산림이지만 생활권 도시숲은 전체 도시숲의 4.3% 수준에 그친다.
생활권 도시숲은 가로수, 도로변 녹지, 근린공원, 소공원, 학교 숲 등 시민들이 실생활 중에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시숲을 가리키는 말이다. 거주 인구 대비 생활권 도시숲의 면적이 얼마나 확보됐는지를 보여주는 '1인당 생활권 도시숲 면적(가로수 포함)'은 2021년 말 기준 전국 평균이 11.48㎡로, WHO 권고 기준인 9㎡를 겨우 넘는다.
특히 서울은 4.97㎡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영국 런던이 각각 13㎡, 25㎡, 27㎡ 수준임을 감안하면 서울의 상황은 더욱 초라해 보인다. 국내 지자체 중에서는 서울과 경기도(8.84㎡)가 WHO의 권고 기준에 미달한다. 20㎡를 넘는 곳은 울산(26.29㎡)·세종(22.75㎡)·강원(24.44㎡)·전남(22.1㎡) 등 4곳뿐이었다.
녹지 확충은 온난화로 인해 더위가 밀려드는 여름철에 그 효과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서울기술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로수가 그늘막보다 열 저감 효과가 25%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여름철 녹지의 표면온도가 기온 대비 평균 10도 정도 낮은 것으로도 조사됐다. 예를 들어 서울시청 광장의 기온이 32.5도일 때, 녹지인 천연잔디는 23.6도로 일반 도로(44.7도)는 물론 인조잔디(47.4도)보다도 더 시원하다는 것이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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