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1만2천원으로”…노동계, ‘현실 생계비 우선’ 요구

방준호 2023. 4. 4.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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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월급 기준 최저 250만8천원 제시
올해 최저시급 9620원…24.7% 인상 요구
양대 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4년 치 최저임금으로 1만2천원을 요구했다. 공동취재사진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구호로 자리잡은 ‘최저임금 1만원’이 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계가 내년 최저임금으로 시급 1만2천원을 요구하고 나섰다. 경영계 반발에 더해 정부가 ‘최저임금의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까지 진행하고 있는 터라 석달가량 남은 논의 과정에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최저임금위원회에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4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시급 1만2천원, 월 250만8천원(209시간 기준)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급 9620원으로, 내년 치 1만2천원은 24.7% 인상에 해당한다. 이런 요구가 실현될 경우 1989년(업종에 따라 23%와 30%) 이후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보통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된 이후 발표되는 노동계 요구안은 올해 이례적으로 빠른 시점 이뤄졌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불평등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견지에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동안 최저임금 결정에서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못했다”며 “이를 뒤집기 위해 국민 여론이 필요해 빨리 노동계의 요구를 알릴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첫 최저임금 전원회의는 4월18일 열린다.

시급 1만2천원을 요구한 배경으로 양대노총은 가구 생계비 적용을 우선해서 꼽는다. 최저임금법이 ‘생계비’를 결정기준 가운데 첫 머리에 꼽는 만큼 그동안 노동 생산성을 중심으로 한 최저임금 논의를 삶에 드는 실제 비용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유동희 한국노총 선임정책차장(최임위 연구위원)은 “2022년 5월 발표한 최저임금위원회 조사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의 평균 가구원수는 2.48명이고 그에 따라 계산한 가구 생계비는 월 284만원”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과 2023년 최저임금은 ‘경제성장률 전망치 +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라는 산식을 적용해 결정됐다. 이는 경제 성장에 취업자(노동자)가 기여한 생산성 증가율을 반영할 뿐 노동자 사이의 격차나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비용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노동자 사이의 임금 격차 또한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한 배경이다. 이정희 실장은 “정규직에 견준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이 현재 40% 중반 수준인데 이를 60% 정도까지라도 끌어올릴 가장 유력한 방법이 최저임금”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나 고용에 미칠 영향에 대해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구를 보면 최저임금 10% 상승은 물가에 0.4~1%포인트 정도의 영향을 주고 고용에 미치는 영향 또한 명확하지 않다”며 “경제가 어렵다, 물가가 오른다는 논리로 노동자들이 ‘이 임금으로 살기 어렵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최저임금 심의도 경영계의 반대와 정부의 태도를 감안할 때 만만치 않은 논란을 예고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아직 경영계의 요구안이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 등을 고려할 때 지불능력 없는 사업자도 많은 만큼 최저임금 수준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정부는 지난해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권고한 ‘최저임금 구분(차등) 적용’에 대한 연구용역을 벌여 최임위에 제출을 앞둔 상태다.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 지불 능력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이 제도는 최저임금법에 규정돼 있지만 1988년 최저임금 적용 첫 해를 빼면 활용된 바 없다. 노동계는 구분 적용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정문주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첫 해 이후 구분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시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탓에) 인력난에 시달리게 된 사용자들의 요구 때문이었다”며 “현재도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음식 숙박업, 운수업 등은 대표적으로 인력난에 시달리는 업종이고 구분 적용은 이런 업종들을 사양 산업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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