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원 신생아 집단감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고액의 비용이 드는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최근에 신생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봤다. 언론에도 벌써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고,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번 지적됐던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집단 감염에 대해 언제나처럼 일회성 사건 보도로 지나갈 것 같이 우려가 된다. 이런 보도가 나올 때마다 뉴스를 접하는 분들은 산후조리원이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발생한 일인양 산후조리원을 비난하곤 한다. 이런 일이 산후조리원 근무자들만의 책임인가?
신생아실에서 돌보는 아기보다 산모의 방에서 엄마와 함께 지내는 아기들에게서 설사나 장염 같은 집단 감염이 훨씬 감소한다는 사실은 연구를 통해서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이 모자동실을 실시하는 경우 아기들이 모여 있지 않기 때문에 감염이 일어나더라도 특정 산모의 방에서만 일어나고 집단 감염은 원초적으로 차단된다. 이번 감염의 경우와 같은 호흡기로 전파되는 호흡기바이러스 감염은 더욱 그러하다. 또한 모자동실은 엄마와 아기의 정서적 애착 형성이나 모유수유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유엔이 정한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이하 아동권리협약)」이 우리나라에서도 2005년부터 발효됐다. 이 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모든 아동은 법률에 따라 아동의 최상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가 아니면 부모로부터 분리해서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아기들은 출생 직후 잠시 엄마 얼굴을 보고 나면 신생아실이라는 곳으로 옮겨져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있는 병실과는 떨어진 곳에서 분리 수용되어 지내게 된다.
또한 아동권리협약에는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산모가 휴식을 취해야 하는 것과 아기가 엄마 곁에서 지내고 싶은 것이 상충된다면 아기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처음 데려다 주는 날 아이들이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우는 경우를 흔히 본다. 하물며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와 떨어져 신생아실에 가기를 원하는 아기들이 얼마나 있을까? 여러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엄마와 아기를 같은 방에 두면 모아 간의 애착 형성에 도움을 주어 엄마의 아기에 대한 양육 태도도 더 애틋해진다고 한다.
그렇다고 오랜 시간 산고를 겪은 산모들이 휴식도 못하게 아기를 돌보게 하자는 뜻이 아니다. 아기는 엄마 곁에 있도록 하면서 산모의 신체적인 피로를 도와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의료기관이든 산후조리원이든 엄마 곁에 있어야 한다. 모자동실을 지켜야 한다. 이것이 병원 신생아실이나 산후조리원 신생아의 집단감염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분만실이나 산모 병실 운영 방식은 필자가 학생이던 수십년 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대부분 여러 산모들이 함께 사용하는 다인실 체제로 운영돼, 커튼으로 구분된 분만대기실 침대에 누워 진통을 하다가 분만대에 옮겨져 아기를 출산하고 회복실로 옮겨졌다가 여러 산모들이 함께 있는 병실로 옮겨간다. 아기를 데리고 있고 싶어도 공간적으로나 다른 산모들의 수면을 방해할 수 있어 거의 불가능하다.
이젠 우리나라도 산모와 아기들을 좀 더 귀하게 돌보는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산모의 병실을 모두 1인실로 준비하고 모든 아기의 탄생이 가족의 축복 속에 이뤄지게 해야 한다. 산모가 진통할 때부터 독립된 1인실 병실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그 방에서 가족들의 축복 속에 출산을 하고 아기와 함께 지내다가 퇴원해서 집으로 혹은 산후조리원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핀란드에서는 건강한 아기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미숙아를 돌보는 신생아중환자실도 1인실 체제로 돼 있어 산모가 원하면 미숙아 곁에서 지내도록 허용한다. 산모들은 아기에게 감염이 전파되지 않도록 누구보다 더 철저히 손을 씻고 마스크를 하므로 아기들에 대한 감염의 위험이 더 증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산후조리원에서도 모두 모자동실을 의무화하되 산모들을 도와 줄 도우미를 방마다 배치해, 산모도 도와주면서 아기도 엄마 곁에 있게 해 주어 엄마와의 정서적 애착 형성과 모유수유도 도와주면서 집단 감염의 근원을 차단시켜야 한다.
인구절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태어난 아기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집단감염을 없애기 위해서 산후조리원에서의 신생아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다그치지만 말고, 이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도록 아기가 엄마 곁에서 지낼 수 있는 모자동실 체계를 정부가 만들어 줘야한다.
이를 위해서 의료기관의 일반병실 보유율을 산출할 때 산모를 위한 1인 병실은 외국인 병실처럼 예외로 인정하고, 산모를 위한 1인실을 만드는 비용, 산모가 부담할 1인실 입원료, 출산 후 한 달간 산모도우미 비용 등은 중앙 정부이든 지방 정부이든 정부가 지원해줘야 한다. 매년 20여 만명의 아기들을 돌볼 산모신생아 도우미를 훈련시켜 지원한다면 이는 고용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왜 아직도 국민소득 수천불이던 수십년 전의 분만실 운영 행태를 국민소득이 3만불이 넘어도 그대로 이어가야 하나? 외국에서는 미숙아조차 엄마 곁에서 지내게 하는데 우리나라는 언제까지 아기들을 신생아실에 따로 떼어놓아야 하나?
아동권리보장원이나 아동단체협의회에 속한 수 많은 단체들은 과연 갓난 아기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아동권리협약을 다시 보자. 아동의 건강을 해치는 전통관습을 폐지하기 위해 정부는 모든 효과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우리나라는 과연 유엔 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가 맞는가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이 글은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부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신손문 교수가 보내왔습니다. 신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공부했으며,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 한국모자보건학회 회장,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회장, 유니세프한국위원회 BFHI 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른둥이 튼튼하게 키우기', '이른둥이 쑥쑥키우기 하나 둘 셋', '임신출산육아 대백과' 등 아이 부모를 위한 다수의 서적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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