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이상민 측 "권한 제한적, 할 일은 다했다…탄핵 부당"

박승주 기자 2023. 4. 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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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서 첫 준비기일…국회 측 "사고 충분히 예견 가능"
"증인신문으로 꼼꼼히 확인해야" vs "재판 장기화 우려"
문형배(왼쪽부터), 이종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사건에 대한 첫 준비기일을 위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이태원 참사 대응 문제로 탄핵심판을 받게 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측은 장관으로서 역할을 다했고, 법 위반이 있더라도 직무를 일부러 방임한 것이 아니라 탄핵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국회 측은 이 장관이 헌법상 책무를 저버렸고 선출직 공직자가 아닌 점 등을 고려하면 직무수행의 공익이 크지 않아 파면 필요성이 크다고 맞섰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재 소심판정에서 이 장관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을 열었다. 이 장관과 탄핵 소추위원인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참석하지 않고 양측 대리인들만 자리했다.

준비기일은 수명(受命)재판관으로 지정된 이종석·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이 주재했다. 이들은 탄핵심판 준비절차를 주재하면서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 사건의 쟁점을 정리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이 사건 주심이기도 하다.

이종석 재판관은 국회가 제출한 탄핵소추의결서와 이 장관 측이 낸 답변서에서 의견이 대립하는 부분들을 비교하며 쟁점을 정리했다. 재판부는 소추사유를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우선 이 장관 측 대리인은 사전 재난조치 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핼러윈 행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다중밀집 행사를 행안부가 대응할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국회 측 대리인은 "이 장관 측은 답변서에 크리스마스 명동거리, 남산 새해 일출 행사 등도 언급했는데 이태원은 이러한 다중장소와 성격이 완전 달랐다"며 "사고 장소는 폭이 좁았고 인근에 지구대와 소방서도 있었으며 112·119 신고가 계속돼 재난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 사건에 대한 첫 준비기일에서 국회 측 김종민 변호사(왼쪽)와 이 장관 측 대리인인 윤용섭 변호사가 각각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3.4.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을 두고도 양측은 대립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설치를 두고 국회 측은 중대본 가동이 지연됐고, 이 장관이 본부장으로서 후속대책 마련과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장관 측은 조정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고 중대본도 즉시 가동됐다고 맞섰다. 이 장관 측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를 중대본으로 확대 운영한 것이라 중수본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태원 참사 다음날 열린 대통령 주재 긴급상황회의에 이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아예 참석하지 않았다고 본 반면 이 장관 측은 전화연결로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국가재난관리시스템 가동 문제도 쟁점이 됐다. 국회 측은 "참사 직후 시스템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고, 관계기관 소통도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행안부가 참사 당일인 지난해 10월29일 오후 10시15분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시스템에 접속해 발신한 것은 단 3차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시스템을 활용해 관계기관 사이 통신 교류가 81차례 이뤄졌고 이태원 참사 당일 발령된 대통령 지시사항도 시스템을 통해 465개 관계기관 전파됐다고 주장했다.

참사 현장 대응 문제에 대해서 이 장관 측은 "경찰력 투입, 교통 통제 등은 소방서장 역할"이라고 주장한 반면, 국회 측은 "새로운 인력 투입 결정은 중대본 차원에서 조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장관 측은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실의무위반이 탄핵사유가 되려면 비위가 심하거나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포기해야 하는데 이 장관은 그러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회 측은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상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건 성실의무 위배에 해당한다"며 "참사 원인에 대한 섣부른 언행과 책임 회피, 국회 위증 등 품위의무위반도 6건이나 된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 News1 이재명 기자

국회 측이 문제삼은 이 장관 발언은 △참사 다음날 긴급현안브리핑 △골든타임 관련 △중대본 브리핑 △행안부 유족명단 확보 관련 △재난관리주관기관 지정 관련 △압사 등 용어 사용 제한 발언 등이다. 이 장관 측은 해당 발언 사실은 인정했지만 위증 혐의로 고발된 사건은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측은 증인신청을 두고도 격론을 벌였다. 이 장관 측은 신속한 심리로 직무 정지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회 측은 증인신문 등 충분한 심리를 거쳐 결론을 내야 한다고 반박했다.

행안부 실국장, 생존자, 유족 등 8명을 증인으로 신청한 국회 측은 "국가가 재난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이 장관이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당연히 살펴봐야 한다"며 "재판부도 사고 당일 전후 실질적으로 상황을 컨트롤했던 사람들의 법정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장관 측은 "당시 상황이나 사실관계는 이미 국정조사로 밝혀져 증인신문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탄핵심판이 장기화하지 않도록 탄핵사유와 관련한 내용만 집중할 수 있게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고 맞섰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수사기록 등을 살핀 뒤 추후에 증인 채택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또 본격적인 변론기일에 들어가기 전 오는 18일 한 차례 더 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향후 변론에서는 이 장관의 법 위반 여부와 중대성을 두고 양측이 충돌할 전망이다. 탄핵 심판의 파면 대상이 되려면 명확한 법 위반이 있어야 하고 위반의 정도도 중대하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

변론 절차를 거친 후 헌재는 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이 동의하는 것으로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 헌재가 파면을 결정하면 이 장관은 선고 후 5년 동안 공무원이 될 수 없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탄핵 심판은 180일 이내에 이뤄져야 한다. 훈시규정이라 반드시 기한 내에 선고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부처 장관 공석 사태가 장기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심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날 재판부는 "이 사건을 천천히 진행할 아무런 이유가 없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히 진행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ar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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