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골침묵’ 토트넘, 강등권 에버턴에 비겨…콘테 나가도 똑같은 고구마 축구

토트넘의 손흥민이 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과의 원정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 마이클 킨과 공중 볼을 다투고 있다. 리버풀|로이터연합뉴스

손흥민(31·토트넘)의 아시아 선수 최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00호골 기록이 또 불발됐다. 손흥민이 슈팅을 한 차례도 날리지 못하고 침묵한 가운데, 토트넘은 강등권 에버턴에게 선제골을 넣고 경기 막판 골을 허용하며 비겼다.

토트넘은 4일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파크에서 열린 2022~2023 EPL 2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을 지키지 못하고 에버턴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이 팀을 떠난 뒤 크리스티안 스텔리니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치른 첫 경기였다.

토트넘은 이날 무승부로 승점 1점을 올리며 승점 50점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4위에 복귀했다. 하지만 토트넘보다 2경기를 덜 치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골득실에서 앞선 결과로 순위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스텔리니 감독 대행은 콘테 감독 때처럼 3-4-3 포메이션에 같은 선발 선수 명단을 들고나왔다. 콘테 감독 때와 달리 왼쪽 윙백 이반 페리시치를 측면에 바짝 붙어서 움직이도록 지시하면서 공격수 손흥민과 동선이 겹치지 않는 것은 달라졌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으로 전진 패스를 넣어줄 플레이메이커 부재로 인한 답답한 공격은 그대로였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의 히트맵을 보면 손흥민은 물론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 오른쪽 공격수 데얀 클루세브스키도 좀처럼 박스 안으로 진입하지 못했다. 공격 패턴도 윙백들이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에 의존해 단조로웠다. 페널티킥(PK) 선제골을 넣은 케인만 3차례 슈팅을 기록했고, 헤더에 약한 손흥민과 클루세브스키는 단 한 차례도 슈팅하지 못했다. 리버풀 출신 방송해설가 제이미 캐러거는 “모든 것이 똑같을 거면 차라리 콘테 감독을 그대로 두는 게 낫다”고 비판했다.

상대 선수 퇴장에 따른 수적 우위도 못 살렸다. 후반 12분 토트넘은 케인과 볼 경합 후 신경전을 벌이던 에버턴의 압둘라예 두쿠레가 케인의 얼굴을 때리면서 퇴장당하며 수적 우위에 섰다. 후반 21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가 페널티 박스에서 볼 경합 도중 상대 센터백 마이클 킨의 태클 반칙을 유도하며 PK도 얻었다. 케인이 PK 골까지 성공시키면서 승리를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토트넘은 수적 우위에도 상대의 전방 압박에 고전하며 볼 소유권을 자주 뺏겼다. 후반 37분 손흥민과 교체돼 들어온 루카스 모우라가 후반 43분 상대 선수 발목을 밟는 파울로 바로 퇴장당하면서 수적 우위도 사라졌다. 경기 막판인 후반 45분 PK실점 빌미를 제공했던 에버턴의 킨이 아크 정면에서 기습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면서 경기는 원점이 됐다.

토트넘은 지난달 리그 하위팀인 울버햄프턴,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 이어 이날도 승점 3점 쌓기에 실패하면서 4위 경쟁에 험로가 예상된다. 토트넘은 시즌 막판 4위 경쟁팀들과 줄줄이 경기를 치른다. 오는 8일에는 브라이튼, 23일에는 뉴캐슬, 28일에는 맨유와 맞붙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