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징계소송' 2심 시작…"징계위 소집 자체 위법 vs 심의·의결만 배제"

정한중 교수 징계위원 위촉 놓고도 설전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4.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받은 정직 2개월 징계를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2심이 본격 시작됐다. 윤 대통령 측은 "징계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를 무효로하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며 1심 판단을 뒤집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행정 1-1부(부장판사 심준보 김종호 이승한)는 4일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1차 변론을 진행했다.

윤 대통령 측은 "당시 법무부장관이 징계위원회(징계위)를 소집한 것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검사징계법에 따라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사건 심의'에 관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징계위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당시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 등이 징계위원으로 위촉됐는데 대부분 '친여권 성향' 인물이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정한중 교수는 윤 총장을 향해 비판을 하는 등 스스로 정치적 편향성과 예단을 갖고 활발한 언론 활동을 했다"며 "기피 신청을 냈는데도 기각된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측은 즉각 반박했다. 징계를 청구한 사람은 심의·의결에서 배제되는 것일 뿐 징계위 소집과 기일 지정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 정 교수의 발언만을 두고 징계위원 위촉이 부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는 정한중 교수의 징계위원 위촉을 두고 "만약 판사가 SNS로 특정 사건에 대해 직설적인 평을 했다면 그 사건을 맡는 것도 가능하냐"고 법무부 측에 묻기도 했다.

법무부 측은 "정한중 교수는 변호사 자격도 있는 법학 교수"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법리적 판단의 문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의 양심과 법학적 견해는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법률대리인 이완규, 손경식 변호사가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윤 전 총장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패소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0.14/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윤 대통령 소송대리를 맡은 손경식 변호사는 재판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항소심에선 징계 절차의 하자를 강조하겠다"고 밝혔다.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 자체가 무효라는 게 대법원의 판례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사실상 법무부와의 소송은 결과가 정해진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사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변호사는 "당시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다는 사실은 이 사건에 어떤 영향도 없다"며 "오로지 징계 절차에 법 위반이 있었느냐를 재판부가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재판이 예정된 오는 5월 16일에는 이정화 수원지검 여주지청 부장검사가 출석한다.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법리 검토한 결과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냈지만 묵살당했다고 내부 폭로성 글을 올린 바 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재임하던 2020년 11월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채널A 사건 감찰·수사 방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정치적 중립 훼손 등이었다. 윤 대통령은 징계를 취소해 달라며 소송을 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윤 대통령에게 적용된 4가지 징계 사유 중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사유만 인정되지 않을 뿐 나머지 사유는 모두 정당하다고 봤다.

ukgeu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