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트] 일본의 변신, 커지는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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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키나와에서 서남쪽으로 한 시간 가량 더 비행하면 나오는 이시가키 섬입니다.
일본 최남단 섬 가운데 하나라 일본 본토보다도 대만이 훨씬 더 가깝습니다.
일본 본토는 1,000km 정도 떨어져 있는데 대만은 250km 거리입니다.
면적은 울릉도 3배만 합니다.
에메랄드 빛깔의 투명한 바다에 수백가지 종류의 산호가 유명합니다.
유난히 하얀 모래사장도 이 섬의 자랑거리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24도로 거의 1년 내내 따뜻해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습니다.
[이마무라/일본 관광객] "여기 오면 3월에도 바다에 들어 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왔습니다."
파인애플과 망고, 사탕수수 같은 아열대 작물도 잘 자라고 축산업도 발달해 먹을거리도 풍부합니다.
이렇게 평온하던 섬이 요즘 어수선해졌습니다.
일본 자위대원들이 곳곳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겁니다.
"잠시만요, 잠깐만요. 위험, 위험, 위험해요"
이 아름답고 평화로운 섬 주민들이 얼마 전부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건데요.
일본 육상자위대 미사일 기지가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이곳 일본 오키나와의 부속섬인 이시가키섬에서 시작합니다.
군사대국을 향해 가는 일본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의 안보 정책을 짚어보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섬마을 주민들이 막바지 단장이 한창이던 자위대 기지를 촬영한 영상입니다.
논과 밭, 푸른 숲으로 둘러쌓였던 곳에 건물들이 들어섰습니다.
낯선 모양의 구조물들이 땅에 파묻힌 듯 고개를 내밀고 있고요.
바로 그 앞에 군용 차량들이 두 줄로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로 보입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달 16일 기지를 창설해 운용에 들어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주말 이시가키 섬을 찾은 스트레이트팀이 기지 근처로 갔더니 정문에서 20~30미터 떨어진 곳인데도 자위대원들이 막아서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일본 자위대원] "언덕 아래에서만 촬영하셔야 합니다." <여기는 미사일 기지인가요?>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요?> "답변 드릴 수 없습니다."
기지에는 자위대원 570여명과 함께 함정과 비행물체를 공격할 수 있는 유도탄이 배치됐습니다.
사정거리는 현재 200km에서 1,000km로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1,000km면 대만은 물론 제주도와 중국 상하이도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미사일 기지는 바로 중국을 염두에 둔 겁니다.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방어가 1차 목표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다는 명분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본 육상자위대의 미사일 기지가 들어서면서 군용 차량들이 수시로 마을 주변을 오가고 있습니다.
일부 주민들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광경이라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섬 전체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걱정하는 겁니다.
[사키야마 에츠고/일본 이시가키 주민] "미사일 기지로 인해 이 섬이 표적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물론 있고요. 미사일이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사일 기지를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섬 곳곳에 내걸렸습니다.
"미사일 기지는 필요 없으니 자연을 보호하자"는 내용입니다.
기지 코앞에는 초등학교도 있어 학부모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학교에서 기지까지 1km 거리입니다.
[우메다 마유/일본 이시가키 주민] "아이들에게 전쟁을 느낄 수 있는 존재가 굉장히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걱정입니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가 여러차례 이어졌습니다.
주민들은 정부가 연 설명회도 불참한 채 반대 구호도 외쳤지만 소용 없었습니다.
주민투표에 붙여 기지 건설을 막으려던 시도도 집권 자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 가로막혔습니다.
[미쯔코/일본 이시가키 주민] "기지같은 것 말고 좀 더 우호적인 대화를 할 수는 없는 건가라는 생각이에요. 옛날에는 중국이랑 오키나와 섬은 무역도 자주 했고 서로 우호적이었는데 말이죠."
주민들 반대는 큰데도 자위대 시설은 앞으로 더 늘어납니다.
일본 육상자위대 미사일 기지와 주변 논밭이 맞닿은 경계입니다.
부지 안에서는 아직 공사가 한창인데요.
공식적으로는 지난달 기지의 운영이 시작됐지만 앞으로 사격훈련장 등 더 많은 군사 시설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군사적 움직임이 활발해진 건 본섬인 오키나와도 마찬가지입니다.
후텐마 주일미군 기지로 가봤습니다.
활주로에 있던 수직이착륙기가 굉음을 내뿜으며 이륙합니다.
헬기들이 민간인 마을 상공으로 쉴새 없이 날아다닙니다.
이런 미군 훈련은 최근 들어 눈에 띄게 더 늘었습니다.
예전에 안 보이던 전투기와 정찰기들까지 작년부터 자주 나타난다고 합니다.
[마에도마리 히로모리/오키나와 국제대학교 교수] "유사시 즉각적으로 공격할 태세를 굉장히 강화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이전에는) 이렇게 잦은 빈도는 아니었어요."
최신형 무기도 도입됐습니다.
원래 있던 F-15 전투기가 현존 최강 F-22 스텔스기로 교체됐습니다.
미군 해병대도 추가로 배치됩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을 상정해 곧바로 대만 해안에 침투해 상륙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겁니다.
[로이드 오스틴/미국 국방장관 (1월 11일, 미일 외교·국방장관회담)] "(미군 해병) 포병연대를 더 치명적이고, 민첩하고, 능력 있는 부대로 대체할 것입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1월 12일)] "미국과 일본의 양자 군사협력은 제3자의 이익이나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지 않아야합니다."
대만 코앞인 요나구니 섬에는 자위대 미사일 부대와 전자전 부대가 배치될 예정입니다.
요나구니에 이어 열도를 따라 이시가키, 미야코, 오키나와, 아마미오, 마게 섬에도 미사일 기지 등이 속속 들어섰거나 들어섭니다.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막기 위해 일본과 미국이 거대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세입니다.
일본은 이 일대에 미국에서 새로 도입하는 토마호크 미사일도 배치하려고 합니다.
일명 전쟁 신호탄이라 불리는 무기입니다.
방어용이라고는 하지만 중국에 있는 군사기지도 공격 가능합니다.
동중국해를 사이에 두고 오키나와 열도가 중국과 대치하는 일본과 미국의 전초기지가 된 겁니다.
침략전쟁이 패망을 앞둔 1945년 오키나와 주민들이 미군과 결사항전에 동원돼 12만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아픈 역사가 반복될까 주민들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야마시로 히로지/일본 오키나와 주민] "우리는 지난 세계대전으로 많은 목숨을 잃었습니다. 모든 것이 파괴되었습니다. 두번 다시 전쟁만은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것이 종전 후 우리의 일관되고 변함없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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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중국해뿐만 아니라 한반도 주변에서도 군사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핵 무장을 서두르고 있는 북한 때문입니다.
북한에 대한 일본의 경계는 낯설지 않습니다.
주목할 건 한국 정부의 변화입니다.
역사 문제로 그동안 일본과 냉랭했는데요.
윤석열 정부 들어 재무장에 나선 일본에 군사 협력의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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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4일 일본 도쿄 이치가야역입니다.
출근길에 느닷없이 경보음이 울립니다.
"미사일 발사! 미사일 발사!"
북한이 쏜 탄도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나간 겁니다.
이렇게 열도를 관통한 건 5년 만입니다.
미사일이 지나간 아오모리와 홋카이도 근처 일부 지역은 지하철과 철도 운행이 10분간 멈췄고, 대피령도 내려졌습니다.
[일본 이와테현 주민] "아침에 (문자메시지) 알람이 엄청났습니다. 아이들 학교 보낼 시간이었기 때문에 불안한 마음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곳곳에 신문 호외가 배포되며 열도는 충격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0월 4일)] "최근 반복되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폭거이며, (북한을) 강하게 비난합니다."
지난달 16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이 12년 만에 마주 앉았습니다.
일본의 진심 어린 사과는 없었지만 두 정상은 관계 개선에 공감했습니다.
안보 측면에서는 군사 정보도 교류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그동안 중단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를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못마땅하다며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서자 지난 2019년 한국 정부가 했던 맞불 성격의 조치를 이번에 거둬 들인 겁니다.
[윤석열 대통령 (지난달 16일, 한일 정상회담)] "우리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습니다. 그래서 북핵 미사일의 발사와 항적에 대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이 있던 날 서울 도심 곳곳에서는 규탄 집회가 이어졌습니다.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을 일본 전범기업 대신 제3자인 우리나라 재단이 하겠다는 정부 해법을 입을 모아 비판했습니다.
[백휘선/평화나비네트워크 대표 (지난달 16일)] "피해자가 원치 않은 합의를 강행하며 한일 정상회담을 재개하는 행동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과 군사적 거리는 갈수록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한미일 정상회담 때 세 나라가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사후 정보 공유에 가까운 지소미아를 뛰어넘는 안보 협력을 약속한 겁니다.
이르면 이번달부터 실무 논의가 시작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11월 13일, 한미일 정상회담)] "한미일 공조는 보편적 가치를 수호하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 안정을 이루기 위한 강력한 보루입니다."
한미일 세 나라의 연합 군사 훈련도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일, 또는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오지만 정부는 강력히 부인했습니다.
[이종섭/국방장관] "군사동맹이라는 그 표현은 적절하지 않고 그럴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이헌승/국민의힘 의원 (지난달 23일, 국회 국방위원회)] "그러니까 한일.한미일 군사동맹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지요?" [이종섭/국방장관] "예, 그렇습니다"
이런 걱정의 배경에는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선언했습니다.
바로 '반격 능력 보유'입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작년 12월 16일)] "상대의 공격을 단념시키는 억지력인 '반격 능력'은 앞으로 불가결한 능력입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 패하자 미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일본은 다시 전쟁을 할 수 없다고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평화헌법인데요.
전쟁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하던 평화헌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겁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일본이 옛날에는 전적으로 수비만 했는데 이제는 다른 분쟁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거고 거기에 상정하는 것이 한반도와 대만입니다."
북핵 위협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주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전술핵탄두'를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최근 들어 미사일 발사도 2~3일 간격으로 빈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반격한다면 우리 의지와 상관 없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이 반격 능력이지, 반격의 조건이 애매하다는 게 문제입니다.
[강창일/전 주일한국대사] "전쟁할 때는 늘 그 수법을 사용하죠. 그놈이 우리 공격할 것 같으면 미리 쳤다 이렇게 되잖아요. 그게 선제적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예요."
일본 정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일본이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한국 기자 질문에, 일본 방위성 인사는 "일본의 자위권 행사라 다른 나라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한반도 안보와 우리 국익에 중대한 사안이라면 사전에 우리와 긴밀한 협의나 동의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 입장과 배치됩니다.
[김두승/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한반도 전역이 이게 우리 헌법에 의하면 우리 영토로 돼 있습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우리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말은 논란을 더 키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1월 11일, 국방부 업무보고)] "일본도 이제 머리 위로 (북한의) IRBM(중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니니까 자기들도 이제 방위비 증액하고, 소위 '반격' 개념이라는 것을 국방계획에 집어넣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습니까 '평화헌법을 채택하는 나라가 어떻게 그런 걸 할 수 있냐' 하지만 머리 위로 미사일 날아다니고 핵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거를 막기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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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현지에서 만난 군복을 입고 무장한 일본 자위대원들은 일제 식민지 시절 총칼을 찬 일본군 모습과 겹쳐져 보기에 불편했는데요. 일본은 이렇게 무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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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4년 뒤 세계 3위, 군사대국이 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해마다 1백조원 넘는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겁니다. 침략 전쟁의 피해를 입었던 한국 입장에서는 예사롭지 않습니다. 일본이 얼마나 위협적인 나라가 될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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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미국이 개발한 토마호크 미사일입니다.
전용 발사대만 있으면 잠수함은 물론 지상 어디서든 발사가 가능합니다.
타격 오차 범위는 5미터 이내로 정밀도가 높습니다.
지상 30미터 가까이까지 저공 비행이 가능해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는 것도 장점입니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을 시작으로 주요 전쟁마다 이 토마호크를 쏘아올리며 전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전쟁의 신호탄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입니다.
일본이 지난해 말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선언하며 당장 토마호크 미사일 5백기를 올해 들여오겠다고 밝혔습니다.
2천1백억엔, 우리 돈 2조 원의 예산도 일찌감치 확정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작년 12월 16일)] "국가, 국민을 지켜내겠다는 총리 대신으로서사명을 단호히 완수해 나가겠다는 결의로써‥"
돈도 돈이지만 미국이 한꺼번에 5백기나 판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김민석/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미국과 같은 편에 서서 미국이 공격하는 국가를 일본이 같이 공습해라 이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토마호크 사거리는 1600km입니다.
한국과 북한, 중국 일부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옵니다.
들여오는대로 동해상의 이지스함과 잠수함에 탑재하겠다는 게 일본의 계획입니다.
중국과 대치 중인 오키나와 열도에도 배치됩니다.
상대방이 공격해 오면 '방패'처럼 막기만 하는 게 아니라 공격 조짐이 보이면 언제든 '창'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일본은 신무기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극초음속 미사일의 엔진시험 비행을 마쳤습니다.
비행 각도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고속 활공탄은 4년 뒤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영국과 함께 차세대 전투기 개발에도 나섰습니다.
6세대 스텔스기, 'GCAP'입니다.
증강현실, 인공지능을 접목한 전투기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5세대보다 작전 반경도 2배 더 넓고, 미사일 요격도 가능한 레이저 무기도 갖추게 됩니다.
'공룡' 이지스함도 2척 건조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배수량 2만톤 급입니다.
미국이나 중국도 1만4천톤을 넘지 않습니다.
얼마나 큰지 만드는 데만 5년 넘게 걸립니다.
1척 당 우리 돈 5조 원 정도가 듭니다.
일본은 신형 이지스함에 토마호크는 물론 고속활공탄과 극초음속미사일 같은 각종 최첨단 무기를 탑재하려고 합니다.
미사일 요격에 최적화된 방어형 전투함인 이지스함에 첨단 공격용 무기를 잔뜩 싣겠다는 겁니다.
[김민석/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여러 가지 일본산 새로 만드는 공격 무기들 이런 걸로 대량의 미사일을 퍼붓겠다. 이것이 일본의 전략으로 보입니다."
방위 예산 계획도 치밀하게 세웠습니다.
지난해 5조4천억엔, 우리 돈 58조 원이던 방위비는 5년 사이 11조엔, 109조원까지 확 늘어납니다.
국내총생산, GDP의 1%에 묶여있던 방위비가 2% 규모로 2배 껑충 뜁니다.
이렇게 되면 일본은 국방비 규모로 보면 4년 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군사대국이 됩니다.
지금은 우리와 일본의 국방비는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2000년대 초반만하더라도 우리가 일본의 3분의 1 정도에 그쳤는데 그동안 꾸준히 따라잡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국방비를 2배로 늘리면 격차는 다시 벌어지게 됩니다.
발표 기관이나 기준에 따라 순위는 다르지만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 중 하나인 세계군사력지수를 보면 우리는 6위, 일본은 8위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주요 전력을 비교해 보면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인 F35나 최신예 이지스함을 일본이 더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잠수함 역시 우리 해군보다 일본 자위대가 5척 더 많습니다.
성능 척도가 되는 톤수만 봐도 우리는 3천톤급 대형잠수함이 1척이지만 일본은 24척 전부 3천톤급 대형으로 우월합니다.
클수록 바닷속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져 최장 한달까지 작전 수행이 가능합니다.
[조성렬/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 "일본이 이제 왜 과거 정책과 달리 군사 대국화의 길을 걷게 됐는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본의 재무장을 미국은 적극 지지해왔고 또 현재 그것이 이제 구현되고 있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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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할 수 있는 나라."
일본의 변신은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월해진 측면이 큽니다.
미국을 대신해 일본이 동아시아 지역 안보에 기여해달라는게 미국의 속내입니다.
여기에 한국까지 한미일 세 나라를 안보 공동체로 단단히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겁니다.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나를 선택하기에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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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스페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정상회담.
다자외교무대에 처음 나온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일본 총리와 마주앉았습니다.
역사 문제로 삐걱대던 두 나라를 중재라도 하듯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자리는 한가운데였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함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3국 협력이 필수적입니다."
미국 의도대로 한일 정상도 한미일 3국 협력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되고,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미일의 협력 중요성은 더욱 커졌습니다."
[기시다 후미오/일본 총리] "한미일의 연계 강화는 불가결합니다."
윤 대통령은 중국을 '도전 세력'으로 규정한 나토의 입장까지 지지하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 일본과 발을 맞췄습니다.
[김준형/전 국립외교원장] "미국이 가치를 얘기하고 민주 진영을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원하는 것은 지금의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한국과 일본을 묶는 것이 미국의 실리로 보면 최고의 가성비 좋은 전략이죠."
세계 패권 1위 자리를 넘보는 중국.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지난달 13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과정으로 접어들었습니다."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미국.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작년 11월 9일)] "나는 어떤 본질적인 양보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구도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꿈꿔온 일본 우익들에게는 기회였습니다.
최전선에는 8년 9개월을 재직한 일본 최장수 총리 아베가 있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자위대 출신 청년의 총격으로 암살됐지만, 자위대를 전쟁을 할 수 있는 군대로 만드는 게 그의 오랜 꿈이었습니다.
[아베 신조/일본 전 총리 (2006년 11월 27일)] "오늘 저는 '아름다운 나라'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내각을 출범시켰습니다."
아베가 꿈꾼 아름다운 나라는 자위대 재무장의 걸림돌인 평화헌법을 뜯어고친 나라였습니다.
그는 2006년 펴낸 자신의 책 '아름다운 나라로'에서 "평화헌법 개정이야 말로 일본 독립의 상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군사적 재무장은 국제사회 영향력이나 경제력, 군사력을 감안하면 미국의 힘을 빌려야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도, 호주와 함께 미국과 손 잡는" 안보협의체 구상도 이런 아베의 머리에서 처음으로 나왔습니다.
네 나라를 연결하면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가로막게 됩니다.
네 나라가 손잡아, 넷을 뜻하는 쿼드입니다.
중국 견제가 절실한 미국과 아베의 이해 관계가 딱 맞아떨어진 겁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첫해 첫번째 쿼드 정상회담을 열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2021년 3월, 쿼드 화상회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은 네 나라 각각의 미래를 위해 필수적입니다."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해 인도양과 태평양, 두 대양을 연결하겠다는 아베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결실을 맺은 셈입니다.
우리도 지난해 말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작년 11월)] "자유 평화 번영의 3대 비전을 바탕으로 포용 신뢰 호혜의 3대 협력 원칙 하에 인도 태평양 전략을 이행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대신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 재편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이달 말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맞물려 미국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김종대/연세대 통일연구원 교수] "경제 안보 동맹 네트워크가 공동체가 출현하는 거거든요. 근데 한국은 특별히 중국에 제일 가까운데 위치하고 있고 군사 강국이기 때문에 한국이 조금 더 중국의 견제 첨병에 나서달라는 이야기입니다."
한반도 주변은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주에는 남해쪽 공해상에서 한미일 3국이 해상 훈련을 합니다.
축구장 3개 크기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함에는 슈퍼호넷 같은 미국 해군 주력 전투기와 조기경보기 등 70여대가 실립니다.
한미일은 지난해 9월에도 동해쪽 공해상에서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앞세워 5년 만의 대잠수함 훈련을 벌였습니다.
선두와 양 날개에 미국의 순양함과 이지스 구축함을 세우고 한국 해군의 구축함 문무대왕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아사히함이 뒤따랐습니다.
미국의 핵잠수함 아나폴리스함도 이례적으로 동체를 드러낸 채 앞서갔습니다.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일본이 동해에서 지금 자꾸 훈련하는 것은 러시아 때문에 그래요. 독도에서 북한 핑계 대고 한미일 연합훈련 하면서 러시아를 견제하고 또 중국의 동북 3성쪽도 자기네들이 관리하는 그런 상황을 자꾸 만들려고 할 겁니다."
반미 연대로 뭉친 중국과 러시아는 더 밀착하고 있습니다.
2주 전 만난 두 나라 정상은 서로 친구라고 부르며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친애하는 친구, 시진핑 주석님. 러시아 모스크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시진핑/중국 국가 주석] "친애하는 푸틴 대통령님, 저는 항상 당신을 나의 소중한 친구라고 부릅니다. 러시아 인민들이 당신에게 견고한 지지를 보낼 것으로 굳게 믿습니다."
미국을 겨냥해서는 세계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함께 한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에 침범하는 훈련 영상을 보란듯 공개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군비 경쟁이 한반도 주변에서 격화되는 형국입니다.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 이 네개 나라의 국방예산은 지난해 기준 1조564억 달러, 우리 돈 1천3백조원 규모입니다.
우리나라 2년치 예산보다 많습니다.
◀ 기자 ▶
해마다 12월, '한자의 날'이면 일본에서는 올해의 한자가 발표됩니다.
지난해에는 싸움을 뜻하는 '전'(戰)자가 뽑혔습니다.
동아시아에서 전쟁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지금, 평화를 지켜낼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요?
◀ VCR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박2일 일본 방문 동안 한 대학을 찾아 강연에 나섰습니다.
이 자리에서 한 일본 사상가의 말을 인용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오카쿠라 텐신은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했습니다. 25년 전 한일 양국의 정치인이 용기를 내어‥"
"용기는 생명의 열쇠", 이 말을 한 주인공은 오카쿠라 텐신.
1921년 쓴 논문에서 "조선은 원래 일본 땅"이었다며 왜곡된 역사인식을 드러낸 인물입니다.
그가 내세운 "아시아는 하나"라는 말은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데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그 말을 인용했을 뿐 그 사람이 훌륭해서 한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박진/외교부 장관 (지난달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일본 청년들에게 용기는 생명의 열쇠라고 하는 그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일본의 최근 군사적 움직임은 미군과 연합군이 만든 전후 체제를 부정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전쟁을 할 수 없도록 한 평화헌법은 일본 우익들에게는 족쇄였습니다.
[일본회의 주최 헌법개정포럼(2018년 5월 3일)] "쳐들어온 맥아더 장군, 콘파이프에 선글라스‥헌법을 바꾸라고 지시했어‥"
지금의 일본은 아시아는 하나를 외치며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던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조성렬/전 일본 오사카 총영사] "메이지 시대 이후 중국을 제치면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열강으로 자리 잡았던 것이 일본입니다. 아베 총리로서는 그 시대의 추억 또는 영광을 재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교과서 역사 왜곡도 맥이 닿아있습니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성의있는 호응을 해줘도 시원찮을 판인데, 일본은 자신의 입맛대로 역사를 더욱 노골적으로 왜곡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새로 채택된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를 보면 조선인을 강제징용했다거나 일본군에 징병했다는 표현은 모조리 빠졌습니다.
강제로 일본군에 끌려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조선인 신병 사진 밑에는 '자원 입대했다'는 설명이 새로 붙었습니다.
침략 전쟁을 부정하며 징용과 징병은 없었다는 일본 우익들의 입장과 일치합니다.
[스즈키 토시오/일본 교과서 시민단체] "일본의 법원도 매우 비참한 노동이었다고 인정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책임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강제 노동도 부정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도 수위가 높아졌습니다.
영토 앞에 '고유'라는 단어를 하나 더 넣으라고 지시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작년 10월 7일)] "두 단어로 시작하겠습니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 재편이 비단 안보에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미국은 산업 공급망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맡았던 세계의 공장 역할도 미국이 차지하겠다는 겁니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중국과 척을 지면 잃을 게 많습니다.
[손열/동아시아연구원장] "한미일이라고 하는 것은 한국의 전체적인 국익을 생각했을 때 그것은 한 부분이지 그것으로 우리의 국익이 다 성취되는 것은 아니잖아요. 또 우리의 국익에 굉장히 중요한 부분은 중국과 협력관계에 달려 있고 또 마찬가지로 지금 전세계에서 경제적으로는 지금 엔진이 되고 있는 그런 지역은 동남아, 아세안 지역과 인도 아닙니까."
스트레이트가 찾았던 오키나와는 미국과 일본, 중국이 서로 미사일을 겨누고 있는 전초기지였습니다.
"전쟁을 거부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 지금이야말로 일어나자 지금이야말로 분개하자"
고향을 다시는 전쟁터로 만들 수 없다며 오키나와 주민들이 거리로 나선 건 태평양 전쟁 당시 주민 12만 명이 희생됐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동아시아의 평화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한반도도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습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좋은 질문, 필요한 질문을 던지는 게 저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왜 국방비를 많이 쓰고 이렇게 세게 막 군사훈련도 하고 첨단무기도 새로 도입하는데 왜 사람들은 안보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거지?'"
시민사회 연대와 깨어있는 민주주의가 더욱 절실합니다.
[마에도마리 히로모리/오키나와 국제대학교 교수] "아시아의 지혜가 시험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지혜가 없는 정치가를 골라온 우리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쟁은 싫다'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470344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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