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대통령 거부권 첫 행사, 민주당 포퓰리즘이 자초한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4일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해 재의를 요구한 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이다. 다만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실제 행사는 최대한 자제하는 게 맞는다.

그러나 이번 거부권 행사는 더불어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이 자초한 것이다. 쌀 소비가 줄어 공급과잉 문제가 발생했는데, 공급과잉을 더 부추기는 법을 만들어 시행하면 그 결과는 뻔하다. 쌀 생산량이 더 늘어나고, 중장기적으로 쌀값은 추가 하락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피해는 농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윤 대통령이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개정안을 비판한 건 이 때문이다. 또 개정안은 절차적 정당성도 훼손했다. 무늬만 무소속인 윤미향 의원을 동원해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키고, 법사위를 패싱한 채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한 뒤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농민 피해만 키우고, 국가 재정을 축내며, 절차적 정당성도 무너뜨린 악법을 막는 건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농민 표심만 노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호 하명 법안에 대한 '거부권을 규탄한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일본 군국주의 잔재인 삭발투쟁에 나서고, 거부권을 건의한 한덕수 총리에게 '양아치'라는 막말까지 했다. 이성을 상실한 볼썽사나운 행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포퓰리즘 악법이 속출할 것이라는 점이다. 벌써부터 민주당은 거부권으로 폐기 수순에 들어간 양곡관리법 내용을 조금 수정한 뒤 재입법에 나서겠다는 엄포를 놓고 있다. 불법파업조장법·방송장악법 등 비상식 법안도 밀어붙일 태세다. 나라야 어떻게 되든 말든 지지층을 규합하고 표만 얻으면 된다는 식인데 무책임의 극치다. 거대 야당의 입법 횡포에 맞서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악법은 거부하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