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강남 납치·살인’ 사건 배후 의혹 증폭…피해자 고소·고발 60여건 연루
‘강남 납치·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범행의 배후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 피해자가 60여건에 달하는 고소·고발 건에 연루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면에 피해자에 대한 원한을 가진 인물이 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욱 커지고 있다.
A씨와 이씨는 2021년 3월 서울의 한 호텔에 투숙 중이던 황씨를 찾아가 가상화폐를 갈취하려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당시 이 둘을 포함한 P코인 투자자 18명은 또 다른 투자자인 황씨가 시세를 조종해 코인 가격이 폭락했다고 의심, 황씨에게서 총 1억9000만원 상당 코인을 빼앗은 혐의(공동공갈)를 받았다. 당시 A씨는 혐의가 미미하다는 이유로 불송치된 반면 이씨는 최근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 발단이 된 P코인은 2020년 11월13일 국내거래소 코인원에 2500원대에 상장한 뒤 약 한 달 만에 1만원대까지 치솟았지만, 이듬해 100원 아래로 추락했고, 이날 2시 기준 6.58원에 거래됐다. 미세먼지 측정과 공기청정기를 판매하는 업체가 발행한 가상자산이다. 공기 질 정보를 공유하면 코인을 보상으로 준다고 홍보하고 있었지만 실체화한 사업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씨 측 변호인도 이날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씨와 황씨는 충분히 친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씨는 (납치·살인 관련 혐의가) 모함이고 누명이라고 한다”며 이씨가 여전히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했다.
피해자가 연루된 사건이 수십 건에 달하는 데 대해 이수정 경기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윗선이 어디까지일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피해자로 인해) 금전적 손실을 본 사람 중 누가 제일 처음 이런(납치·살인) 주문을 발주했는지를 지금은 모른다”며 “폐쇄회로(CC)TV에는 행동대원 2명만 잡혀 있는데 배후에 더 큰 조직이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경찰은 납치·살인 범행을 모의하는 데 가담한 혐의로 20대 남성 B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B씨는 황모(36·구속)씨, 연모(30·구속)씨와 함께 A씨를 미행하며 A씨 동선을 파악하는 등 범행을 준비한 혐의(강도예비)를 받는다. 앞서 구속된 이씨·황씨·연씨의 신상 공개 여부는 5일 결정될 예정이다.
조희연·박유빈·김나현·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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