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두 번 울리는 래퍼 라비…거짓 실신 연기도 서슴없이

정경인 2023. 4. 4.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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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가 군 면제를 위해 '거짓 연기'를 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라비는 당시 김 대표가 소개한 군 면제 브로커 구모씨(47·구속기소)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고 이를 이행했는데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거짓 연기를 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서는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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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면제 브로커 보수 5천만원
군 면제 못 받으면 ‘전액환불’ 조항 넣어
래퍼 라비. 그루블린 제공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가 군 면제를 위해 ‘거짓 연기’를 한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났다. 뇌전증 진단을 받고자 실신 연기까지 한 사실이 확인돼 뇌전증 환자를 두번 울리는 기만 행동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점식 의원실(국민의힘)은 라비와 라비 소속사 그루블린의 김모 공동 대표(37), 래퍼 나플라(31·본명 최석배) 등과 관련한 공소장을 법무부로부터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라비와 김 대표는 군 입대에 문제가 없다는 의사 소견을 받았음에도 뇌전증 약 처방을 받으려 시도했다.

라비는 당시 김 대표가 소개한 군 면제 브로커 구모씨(47·구속기소)로부터 ‘허위 뇌전증 진단 시나리오’를 받고 이를 이행했는데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거짓 연기를 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서는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외래진료 의사에게는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의 거짓말을 하면서 뇌파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일정을 잡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라비와 김 대표는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결과에 김 대표가 구씨에게 연락했고, 구씨는 약 처방이나 진료 의뢰서를 끊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김 대표는 진료실로 다시 가서 의사에게 약 처방을 끈질기게 요구했다.

결국 의사에게 약물치료 의견을 받아냈고, 이후 추가 약 처방까지 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들고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 변경원을 제출했다. 이 사실을 전달받은 구씨는 김 대표에게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라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확실한 군 면제를 받고자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 뇌전증 약을 복용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돼 실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서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두달 후 약물 처방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 한달 후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앞서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병역을 미뤘다. 2019년 재검에서는 4급 판정을 받은 뒤 2021년 2월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까지 병무청에 제출했다.

더 이상 병역 의무를 미룰 수 없게 되자 김 대표는 라비와 나플라의 군 면제 방안을 모색하던 차에 구씨를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씨는 김 대표에게 라비는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나플라는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악화를 근거로 복무 부적합으로 조기에 소집해제를 각각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다.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씨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바로 계약했다. 보수는 5000만원으로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도 계약서에 넣었다.

정경인 온라인 뉴스 기자 jinori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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