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대정부질문, '양곡관리법' 설전…경제 전망은 "불확실"
야당 "폭락한 쌀값을 정상화해 달라는 절박한 농심을 짓밟은 것"
한 총리, 국토 균형발전·연금개혁 등에 대한 의지 강하게 드러내
국회 대정부질문 이튿날, 윤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두고 정부와 야당이 강대강 대치를 이어갔다. 정부는 책임있는 정부라면 마땅히 해야 하는 조치라고 주장했고, 야당은 폭락한 쌀값을 정상화해 달라는 절박한 농심을 짓밟은 것이라고 규탄했다. 정부는 이날 국토 균형발전·연금개혁 등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일제히 질타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거부권은 입법권에 대한 중대한 도전을 넘어 국민의 삶과 쌀값 정상화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오죽했으면 '후쿠시마 멍게는 사주고 우리 쌀은 못 사주냐'는 한탄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쌀 농업에 대해서 선진국에 걸맞는 정부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정당한 도리가 아니냐”고 질의했다. 이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 요건에 의하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7년 동안 한 해도 강제매수를 하지 않을 해가 없다”며 “강제 매수란 제도가 매년 작동을 하게 되면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농지 면적을 줄여야 할 아무런 인센티브가 없다. 이건 농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이날 오전 진행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이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곧이어 재의요구한을 재가했다.
한 총리는 “정부로서, 책임있는 정부라면 해야 하는 그러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스마트팜에 대한 투자를 좀 더 하고, 전략 작물 같은 것이 좀 더 잘 생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대한 지원 대책들에 집중하는 것이 진정으로 농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에서 다시 발의하겠다는 움직임에 대해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표를 의식한 정치적인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여야 간 충분한 협의를 하면 잘못된 법률, 잘못된 정책들이 충분히 국회 차원에서 억지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한 총리는 “제대로 된 연금 개혁은 우리 미래 세대인 청년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제도”라며 “연금의 합리적인 개혁은 저출산 문제도 굉장히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 정부도 충분히 필요성을 인식을 하고 추진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국토 균형발전에 대한 계획에 대해서도 한 총리는 “하나의 정책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며 “일자리 창출, 교육, 주택, 의료, 문화 문제까지 어우러져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중앙 정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지방에 이양하는 것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인재 양성 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중간 전략적 경쟁과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고려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한 총리는 “미·중 관계가 지정학적으로 상당한 긴장 상태에 들어가는 건 사실이지만 한중 무역 품목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사안은 아직 안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가 중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등 여러 업종이 미중 간의 긴장 상태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금융 불안 사태가 나타나면서 여러 가지 불확실성 커지는 관계로 경기 전망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며 “금융당국 등 경제 관련 기관은 24시간 국내외 모니터링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올해 30조원을 돌파했는 데 반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R&D 투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막대한 투자와 함께 전후방 생태계 이루는 산업군이 튼튼해야 하는데 우리가 완성도 떨어진다 봐야한다”며 “앞으로 R&D 분야에서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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