巨野, 양곡법에 간호법·노란봉투법도 강행?...與 '거부권+대안' 맞불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4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국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강 대 강 대치는 내년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169석의 거대 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정부·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주겠다는 계산이다. 이에 맞서 여당은 당정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는 한편, 연속된 거부권 행사에 따른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책 대안 마련, 대체 입법 등을 통한 명분 쌓기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국회에 따르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60일 이상 계류한 법안으론 개별 상임위 의결로 본회의 직회부된 법안은 보건복지위원회 소관 간호법, 의료법 개정안 등 6개 법안과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관 방송법 등 총 7개 법안이 있다. 여기에 법사위 계류 중인 안건 가운데 노란봉투법(노동관계조정법 2·3조) , 화물운수업법 등도 본회의 직행 가능성이 높다.
수적으로 열세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대통령 거부권 외엔 기댈 곳이 없다. 이로 인해 향후 머릿수를 앞세운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의 반발에도 국회 직회부를 통해 입법을 시도할 경우 번번이 거부권에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재의요구를 할 경우 국회는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재의결을 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299명) 중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115명)이 3분의 1을 넘는 만큼 법안 재의결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지속적으로 직회부를 통한 입법 시도에 나설 방침이다. 이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도 재의결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되는 만큼 민주당은 사실상 동일한 법안을 이름만 달리해 새롭게 발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간호법, 방송법 등 직회부된 안건의 본회의 의결을 추진하고 법사위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 화물운수법 등도 본회의로 직회부한다는 계획이다.
다수 의석을 앞세워 국회에서 법안들을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매번 거부권을 행사하는 구도를 만들어 정치적 부담을 안기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의회 견제를 계속 무시하며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통해 '정권심판론'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통해 "민주당이 원안을 재추진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것에는 '대통령이 민생에 거부권을 행사한다'라는 프레임으로 현 정부를 계속 공격하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여당의 기댈 언덕은 대통령 거부권뿐이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여소야대 상황에서 이런 무리한 법을 막을 방법은 재의 요구권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원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민주당의 입법) 절차와 법안 내용을 봐서 국민에게 주는 부담과 폐단이 많다면 계속해서 그런 걸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6차례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되돌아봐야 한다"면서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억지 논리로 '내로남불 DNA'를 입증할 때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대안 마련에도 주력하고 있다. 당정 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거부권 행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여론 수렴을 적극 추진하고 정책조정위를 중심으로 한 정책대안의 개발과 법안 발의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선 박수영 의원이 이끄는 여의도연구원의 싱크탱크 기능도 조속히 정상화해 정책 대안 정당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 출사표를 낸 김학용, 윤재옥 의원 역시 거대 여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정책정당의 면모를 갖추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 의원은 "입법 전쟁 승리를 위해 당의 정책 역량을 높이겠다"면서 " 정부 파견 전문위원을 활용하는 것을 넘어서 현안에 대한 홍보와 대응 논리 개발, 이슈 발굴 등 보다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정쟁은 멈추고 정책에 집중하겠다"면서 "야당의 정치공세에는 당당하게 맞서되, 정책 이슈와 갈등 과제를 풀어가는 데는 여야가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정책에 집중하는 원내 전략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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