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갈취? 최소 3단계 거쳐야…“완전범죄는 불가능”
현금화 마지막 단계서 FIU 등에 ‘포착’
“계좌 역추적하면 결국 다 나와”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코인을 빼앗을 목적으로 범행했다.”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일당 3명이 노린 건 피해자의 코인(가상자산)이었던 걸로 파악되고 있다.
코인은 마약거래 등 음지에서 주로 사용돼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이번 사건의 납치·살해범들도 수개월을 준비해 계획범죄를 꿈꿨다지만, 타인의 코인을 갈취해 금전적 이익을 취하는 ‘완전범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첫째, 피해자의 코인 지갑의 프라이빗 키(비밀번호)를 알아내어 자신의 코인 지갑으로 코인을 옮겨야 한다. 이번 사건의 피의자들이 노렸던 것도 피해자 코인 지갑의 비밀번호였을 가능성이 크다.
코인 지갑이란 가상화폐인 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저장소로, 증권사 계좌와 비슷한 개념이다. 코인 지갑은 지갑 주소와 비밀번호로 구성돼 있다. 지갑의 주소는 다른 사람들이 코인을 송금할 수 있도록 공개돼 있지만,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통장 소유주명’처럼 쉽게 알 순 없다. 지갑주소를 아는 사람끼리만 주고 받을 수 있는 구조이고, 지갑주소→지갑주소 정보만 남는다. 이 때문에 ‘거래 비밀’이 지켜진다고 오해할 여지가 있다.
둘째, 갈취한 코인을 현금화하기 위해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허가를 내준 5대 가상자산 원화거래소(고팍스·빗썸·업비트·코빗·코인원)의 실명계좌로 지갑 속 코인을 옮겨야 한다. 이 단계에서 가상자산 거래소의 실명계좌로 코인을 보낸 지갑 주소가 확인된다. 그리고 ‘실명계좌’의 주인으로 지갑 주소의 소유주도 유추할 수 있다.
셋째,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코인을 팔아 현금으로 바꿔야 일반적인 은행 실거래 계좌로 옮길 수 있다. 마침내 현금화되는 단계다. 하지만 이때부터 제도권 수사당국 등의 사정권 안에 들어선다고 보면 된다. 시중은행은 하루 현금 1000만원 이상이 입·출금되면 고액현금거래보고제에 따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거래자의 신원, 거래일시, 거래금액 등을 보고한다. 은행은 자금세탁 등이 의심될 경우엔 FIU와 경찰청 등에도 의심거래로 보고한다.
이 때문에 타인에게서 코인을 뺏어 자신의 코인 지갑으로 옮기고, 거래소에서 한화로 환전을 마쳤다하더라도 진짜로 손에 돈을 쥐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 된다. 의심거래 정황이 짙다면 수사당국은 역추적 기법으로 은행 실거래 계좌 소유자→가상자산 계좌 소유자→지갑주소 소유자→지갑주소로 송금한 다른 지갑주소 소유자 확인 등을 되짚어 갈 수 있는 셈이다. 서울 한 일선 경찰은 “실제로 코인으로 마약거래를 한 이들을 잡을 때에 특정 시기에 판매책에 코인을 송금한 이들을 추적해 확인하는 수법을 쓴다”고 했다.
고액의 코인을 보유한 걸로 알려진 피해자가 사망하고 코인 지갑에서 자산이 사라진 정황이 확인된다면 수사당국은 코인 갈취를 의심해 범인을 잡아낼 수 있단 의미다. 한 업계 관계자는 “FIU의 의심거래보고제도 등을 통해서 피해자, 피의자의 실명계좌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한다면 추적할 수 있다”며 “탈세범 경우도 혐의 있는 사람을 특정하면 모든 계좌 등을 추적해 알아내지 않느냐, 이 같은 방법이라면 완전범죄를 계획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금화 단계까지 가기 전에라도 코인을 빼앗겼다는 신고를 경찰에 한다면 일반 금품 갈취 사건처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코인과 관련한 피해 접수가 일선 지구대나 경찰서로 접수된 후, 접수 요건에 충족하면 일반적으로 접수된 사건과 동일하게 내사에 들어간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수사경찰서는 40대 여성 피해자의 수년치 가상자산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하는 한편, 피의자들의 계좌 추적을 벌이고 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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