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물안에서', 아웃포커스 효과? 거장의 오묘한 실험 세계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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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하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아홉번째 장편 영화 '물안에서'를 본 뒤에 드는 생각이다.
마치 어항 속을 보고 있는 것처럼 흐릿한 화면 속에서 주인공 세 남녀는 홍상수 감독 영화 속 인물들이 늘 그랬듯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나눈다.
이번 영화의 제작실장이자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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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오묘하다. 홍상수 감독의 스물아홉번째 장편 영화 '물안에서'를 본 뒤에 드는 생각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예술가의 실험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영감을 주는 반면, 주파수가 조금 다를 때는 거부감을 일으키기도 한다. 물론 진정한 명작이라면 시간이 흐른 후 다른 세대에 뒤늦게 그 가치와 의미가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물안에서'는 영화를 찍는 세 남녀의 이야기를 담았다. 61분짜리 이 작은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초점이 맞지 않는 카메라로 찍은, 아웃포커싱된 장면들일 것이다. 영화는 첫번째 시퀀스를 제외한 대부분의 장면을 포커스가 나간 흐릿한 상태로 촬영했다.
내용은 간단하다. 배우의 길을 걸어온 한 남자(신석호 분)가 같은 학교를 졸업한 두 남녀(하성국, 김승윤 분)와 함께 영화를 찍겠다며 제주도(로 추정되는 섬)의 몇몇 장소들을 돌아다닌다. 자신의 창조성을 확인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영화를 찍으려는 남자는 무엇을 찍어야할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러던 중에 그는 넓은 해변에서 혼자 쓰레기를 줍고 있는 여자를 보게 되고, 그 여자와의 짧은 대화 후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영화 속에 담는다.
인상파의 그림 같은 영화다. 어떤 인상을 남기기는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것은 없다. 인물들의 얼굴들조차 제대로 불 수 없는 흐릿한 화면과 의미 없이 반복되는 대사, 묘하게 어색한 공기들이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항 속 물고기가 인간을 바라볼 때 이런 기분일까.
'물안에서'는 잠꼬대 같은 영화이기도 하다. 또렷한 화면이라는 관습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침침한 화면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일 뿐이다.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오히려 대사나 줄거리에 더 집중을 할 수 있게 한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대사나 줄거리에서 의미있게 다가오는 무엇인가를 찾기는 어렵다. 희뿌연 화면과 "태권도를 배워서요" "네가 태권도를 배웠구나"처럼 의미없이 반복되는 대사를 듣다 보면 집중력마저 '포커스 아웃'돼버리는 느낌이다.
'물안에서'라는 제목은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아웃포커싱 효과를 염두에 두고 지었을 것이다. 마치 어항 속을 보고 있는 것처럼 흐릿한 화면 속에서 주인공 세 남녀는 홍상수 감독 영화 속 인물들이 늘 그랬듯 술과 음식을 나눠 먹고 반복되는 이야기를 나눈다. 또 다른 의미에서의 체험 영화인지도 모른다. '물안에서' 세상을 들여다 보는 홍상수 감독식 세상이 궁금한 관객들에게는 새롭고 신선한 경험일 수도 있겠다. 이번 영화의 제작실장이자 홍상수 감독의 연인인 배우 김민희가 부른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러닝타임 61분. 오는 12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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