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대공세가 다가온다…서방 장갑차 속속 도착하는 우크라이나, 참호 파는 러시아
1년 넘게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이번 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봄철 대공세를 앞두고 각기 공격과 방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쟁 초반 러시아에 북부와 남부 지역 일부를 내줬던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9월 북동부 하르키우, 11월 남부 헤르손을 탈환하며 반격의 고삐를 잡았다. 그러나 이후 지금까지 양측이 동부 바흐무트를 중심으로 소모전을 벌이면서 전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군사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고 종전을 앞당기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봄철에 대대적인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측해왔다. 우크라이나는 본토에서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접경지역 또는 동부 돈바스 지역 중 한 곳을 공격하거나 양쪽 모두를 공격할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해 “다음달 무렵 대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병력 손실을 복구하고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사기를 회복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서방이 지원하기로 한 주력전차와 장갑차는 속속 도착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독일은 레오파르트2 A6 전차 18대, 영국은 챌린저2 전차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전달했다. 미군의 스트라이커 장갑차와 쿠거 장갑 트럭, 독일의 마르더 장갑차도 우크라이나에 도착했다. 미국에서 우크라이군을 상대로 진행된 패트리어트 미사일 방어시스템 운용 훈련도 끝났다.
대공세에 투입할 병력도 대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신병 수만명을 우크라이나와 유럽 국가들에서 훈련시키고, 경험이 풍부한 엘리트 군인들은 봄철 대공세를 위해 바흐무트 전투에서 제외시켰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봄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마지막까지 항전하다 궤멸된 아조우 연대도 재건하고 있다. 마리우폴에서 러시아에 포로로 잡혔다가 귀환한 아조우 연대 사모일렌코 중위는 NYT에 “신병들을 기존 아조우 연대 병사들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아조우 연대는 5주간의 신병 교육을 마친 후 희망자에 한해서만 전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1년 이상 전쟁을 치르면서 누적된 인적 손실을 대공세 이전까지 얼마나 회복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서방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병사 약 10만명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한다. 이 때문에 현재 우크라이나군에서 전투 경험이 풍부한 군인들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지휘관은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1년 동안 부대원 500명 중 100명이 전투 중 사망하고 400명이 다치면서 현재 신병 100명만을 데리고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병사들의 사기도 문제다. 조국 방어의 사명감으로 무장한 병사들의 높은 사기는 러시아군이 따라올 수 없는 우크라이나군의 강점이었으나 최근에는 전장에서의 죽음이나 폭력에 두려움을 호소하는 병사들이 늘어났다고 NYT는 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비해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다. WP는 이날 상업용 인공위성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최근 몇 주 사이에 러시아가 크름반도 북부 해안 지역 등 우크라이나 본토와 인접한 지역에 여러 겹의 참호를 파놓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참호는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크름반도로 들어가는 접경 지역의 작은 도시 메드베데우카 주변을 비롯해 10여곳에 직선, 지그재그, 곡선 구간이 뒤섞인 형태로 설치됐다. 러시아는 구 소련 시절 개발된 장비인 BTM-3를 사용해 시간당 800m씩 참호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구인 사이트에는 참호를 팔 인력 모집 공고가 올라왔으며 하루 일당은 비교적 높은 90달러(11만8000원)였다고 WP는 전했다. 이외에 우크라이나 본토에서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주요 도로에는 ‘용의 이빨’로 불리는 쐐기 모양의 대전차 장애물도 설치됐다.
우크라이나 국립 전략연구소의 미콜라 비에리스코우 연구원은 “크름반도를 이 정도로 요새화한 것은 러시아의 두려움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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