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돌덩이? 내 말 곡해하지 말라” 돌부처 韓총리 버럭한 野질의

우제윤 기자(jywoo@mk.co.kr) 2023. 4. 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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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윤관석 한일 정상회담 관련 “유감 표명해야”
발언에 韓반박... “김용민 의원께 답변 의무 없다”
신정훈에겐 “듣고 싶은 답변만 들으려는 것 같다”
김진표 의장도 “의석에서 질문은 아니지 않냐” 진화
민주당 “양아치, 탄핵” 발언에 맞대응 분석도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대정부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답변하고 있다. [한주형기자]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정부질문에서 정부가 쌀을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양곡관리법과 한일 강제징용 해법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언성을 높이며 논쟁을 주고받았다.

그동안 야당의 어떤 공격에도 목소리를 키우는 일 없이 대응했던 한 총리이니만큼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야당이 양곡관리법의 한 총리 담화문에 대해 “양아치가 쓴 내용”이라고 원색적 비난을 하거나 탄핵까지 언급한 바 있어 한 총리의 강경대응이 더 주목된다.

4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 총리는 민주당 소속 윤관석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과 맞붙었다. 윤 위원장이 한일 정상회담 후 일본 여론은 긍정적인 반면 우리나라 여론은 부정적인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한 총리는 “외교나 협약, 협상이 끝나고 나면 평가는 각각 다를 수 있다”며 “우리가 한미 자유무역 협정 타결했을 때 대한민국 지지도는 굉장히 낮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미 FTA가 대한민국 어려운 대내외사정을 극복하는데 큰 기여하고 있다는거 현재는 명백하게 보인다”고 답했다.

윤 위원장이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이렇게 여론 극명하게 차이 난 적이 있었냐”고 다그치자 한 총리는 “1965년 저도 시청 앞에서 데모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만 그때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나빴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그러자 한 총리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한 “한일회담으로 가장 큰 돌덩이를 치웠다”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그는 “외교는 자화자찬이 아니다. 나홀로 고독한 결단도 아니다. 국민 앞에서 역사 앞에서 전세계 평가 앞에서 냉정하게 솔직하게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며 “답변 과정에서 돌덩이 치웠다고 했는데 상당히 부적절해서 당사자와 국민들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하는데 유감 표명하실 필요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가 이에 “아니다”라고 부정하자 윤 위원장은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를 돌덩이로 표현하냐”고 언성을 높였다.

한 총리도 “의도를 자꾸 곡해하지 마세요”라며 “돌덩이라고 한 것은 한일간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문제를 해결하고 치우려 했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제가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에 대해서 돌덩이라고 얘기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곡해하지 말라”고 격앙된 어조로 답변했다.

의석에선 곧바로 난리가 났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총리에게 항의했으나 한 총리는 “잘못 판단하신 것이다. 제가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다”라고 거듭 부인했다.

이어 “어려운 문제란 차원에서 한일간의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는 문제를 얘기한 것이다. 피해자를 지칭한 게 아니다”라며 “곡해하지 말라. 김용민 의원님께 답변할 의무는 없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한 총리에게 고성을 지르며 답변을 요구하자 이에 대해 대응한 것이다.

윤 위원장은 “대단히 오만한 태도”라며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셔야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총리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국민을 지칭한 적도 없고 징용의 희생자를 지칭해서 돌덩이라고 한 게 아니다”라며 “똑바로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똑바로 듣는 게 더 중요하다”고 받아쳤다.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 이어지자 김진표 국회의장까지 나섰다. 김 의장은 “의원님들은 의석에서 경청해 주시고 총리님께서는 윤관석 의원의 질문에 답변해주시기 바란다”며 의원들을 향해 “의석에서 질문하고 답변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장내를 진정시켰다.

한 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재의요구권 행사 방침에 반발해 이를 규탄하며 전날 삭발을 감행한 신정훈 민주당 의원과도 설전을 주고 받았다.

신 의원이 “일국의 총리라 존중하려고 했다”며 “양곡관리법 기본 취지는 사전생산조정이고 시장격리는 사후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조치로 예비하는 것이다. 자기 듣고 싶은 얘기만 듣는다”고 비난했다.

한 총리도 지지 않았다. 그는 “의원님이야말로 듣고 싶은 답변만 듣고 싶은 것 같다”며 “그 강제 수매제도를 가지고 선제조정은 이뤄질 수가 없다. 국가에서 수매해주는데 생산량을 줄일 인센티브가 없다”고 받아쳤다.

한 총리가 이처럼 야당 의원들과 강하게 충돌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정치권에선 한일관계 정상화와 양곡관리법 관련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특히 양곡관리법에 대해서는 시장개입을 강제하는 법안으로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인 한 총리로서는 더더욱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란 분석도 있다.

야당에 대응해 수위를 높인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신 의원과 마찬가지로 삭발을 한 바 있는 윤재갑 민주당 의원은 한 총리에 대해 “국무총리 담화 내용을 보면 이게 우리 대한민국 정부 총리가 내는 담화인가, 아니면 속된 말로 동네 양아치가 발표하는 내용인가 실망”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주철현 민주당 의원은 탄핵까지 주장한 바 있어 이에 대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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