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시뻘건 불길 순식간에" 대피한 함평 주민들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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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뻘건 불이 번지는 건 아주 순식간이었어요."
전남 함평군 신광면 일대에 발생한 산불을 피해 마을 회관으로 대피해 있던 삼덕리 덕천마을 주민들은 불이 더 번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산림당국이 마을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하자 일부 주민은 집에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을회관에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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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시뻘건 불이 번지는 건 아주 순식간이었어요."
전남 함평군 신광면 일대에 발생한 산불을 피해 마을 회관으로 대피해 있던 삼덕리 덕천마을 주민들은 불이 더 번지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민들이 불을 목격한 건 지난 3일 오후 봄맞이 대청소를 마치고 다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마을 회관에 모여있던 때였다.
약 3㎞ 떨어진 연암리에서 시작된 불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마을회관 앞 100m까지 번져왔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시뻘건 불길을 목격한 이들은 "아직도 손발이 덜덜 떨린다"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곧이어 대피령이 내려지자 마을 사람들은 짐을 챙길 새도 없이 서둘러 마을을 벗어났다.
한 주민은 "시뻘건 불길은 치솟고 불씨가 눈앞에 날아다녔다"며 "살면서 이런 불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대부분의 마을 사람이 마을회관에 모여 있어 대피 안내가 다소 수월했다.
몸이 불편해 집에 남아있는 어르신들은 공무원들과 마을 이장이 찾아다니며 대피소로 모셨다.
산림당국이 마을로 불이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하자 일부 주민은 집에 돌아갔지만, 대부분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마을회관에 모여 상황을 지켜봤다.
공무원들이 급히 챙겨온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진화 상황을 전하는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산불 진화가 한창이던 4일 오전 중학생 영어 듣기평가를 위해 헬기 진화작업이 잠시 중단됐으나 30여분 만에 재개되기도 했다.
오후 들어 강풍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자 주민들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앞산을 바라보며 진화 소식을 기다렸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림에 인접한 주류 공장 4동이 전소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이 공장은 함평 특산물인 복분자를 이용한 술을 제조하던 곳으로 함평군의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까맣게 그을린 공장 외벽과 철골 지지대는 종잇장처럼 구겨지거나 주저앉아 처참한 모습으로 변했다.
창고에 있던 완성품 대부분이 소실됐고, 생산·보관시설마저 망가진 모습에 공장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애써 만들어놓은 제품들이 잿더미가 돼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생산에도 차질이 생길 텐데 당장 납품을 맞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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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확산 와중에 이날 오후부터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 비는 마을 분위기를 크게 바꿨다.
덕남마을 이장 정동선 씨는 "불이 꺼졌다가 다시 살아나니까 그때마다 마을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는데 그나마 비 소식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며 "다친 사람 없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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