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40% 폭등 알고는 있나?”…양곡관리법 거부권에 전국 농민들 ‘분노’
쌀값 조금 오르면 물가 인상 주범 호도”
농민단체들 “시장만 외치며 책임 거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소식에 김무상 한국쌀전업농전라남도연합회 사무처장은 4일 “농민들이 요구한 것은 다 무시됐다. 현 정부가 농업을 포기했다고 본다”라며 “윤 대통령과 정부가 농촌의 실상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남 장성에서 9만9000㎡의 규모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 사무처장은 지난해 기름값과 인건비 등이 상승해 생산비가 40% 정도 더 들어갔다고 했다. 그는 “한 농민은 2021년 1300만원 정도였던 농기계 기름값이 지난해 3000만원으로 늘었다”면서 “생산비 폭등에는 뒷짐만 지던 정부가 쌀값이 조금만 올라도 물가 인상의 주범처럼 호도한다”고 말했다.
그는 “‘식량안보’인 쌀을 책임지는 농민들이 최소한의 생산비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일 뿐”이라면서 “논에서 땀 흘리며 한창 못자리와 논갈이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인데 농사가 재미가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농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전국농민회총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친환경농업협회 등 8개 농민 단체가 참여한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길’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했다.
이들 단체들은 “양곡관리법 전면개정을 요구했던 이유는 식량위기 시대 쌀의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과 농민생존권 보장이었다”면서 “농민들의 요구는 대부분 수용되지 않았고 윤석열 대통령마저도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시장격리는 쌀의 생산과 수급, 가격보장에 대한 정부의 최소한의 책임”이라면서 “지난해 쌀값 폭락 역시 정부가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시장에 모든 것을 맡겨 발생한 명백한 ‘시장실패’”라고 규정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은 조금의 고려도 없이 무조건 시장만을 외치며 책임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식량과 농업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농업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지역 농민들도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남 영암과 해남 지역 농민들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를 비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은 5일 오전 11시 전남도청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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