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CEO선임절차도 경영평가..."은행, 금리 내릴 여력있어"

이용안 기자 2023. 4. 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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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실에서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4.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금융감독원이 올해와 내년에 은행의 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감독·검사하기로 했다. 특히 경영실태평가에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비중을 높이고, 대표(CEO) 선임과 경영승계절차를 새 평가 항목으로 추가했다. 국제기준과 해외사례 등을 참고해 지배구조의 모범 관행을 확산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 주요 은행이 미국 주요 은행과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금리를 빠르게 올린 만큼 앞으로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코인거래에 활용된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관련 금융사의 임직원은 엄중조치한다는 계획이다.

"CEO 선임절차도 경영실태평가서 점검... 강제성 높인 지배구조 모범관행 가이드라인 마련"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은 4일 '은행부문 주요 감독·검사 현안 기자설명회'를 열고 은행의 지배구조·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밝혔다. 이준수 금감원 부원장은 "금융위원회는 법규 관련해서 제도를 개정하는 큰 작업을 진행하고, 금감원은 실제 현장에서 은행, 금융지주 내에서 어떻게 지배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를 진단하고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은행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기검사시 수행하는 경영실태평가를 개편한다. 앞으로는 경영관리 평가시 은행 지배구조의 관련 평가항목을 기존 4개에서 6개로 확대한다.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를 새 항목으로 추가해 임원 선임절차가 적절히 이뤄졌는지도 꼼꼼히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경영관리 부문의 하위 평가항목이었던 내부통제는 별도 평가부문으로 분리한다. 이밖에도 은행의 사회적 책임의 평가비중을 확대해 상생금융 등 은행권의 자발적 노력 확산도 유도한다. 금감원은 금융위와 협의를 거쳐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관련 규정 등을 개정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금감원은 은행권과 함께 지배구조에 관한 국제기준과 해외사례, 은행 모범사례 등을 참고해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 관행을 확산 유도한다. 이를 위해 지배구조 관련한 은행권의 자율 모범규준이나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기존에도 지배구조 관련 모범규준 핸드북을 만들어 은행들에 배포했지만, 쉽사리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일정 수준의 강제성도 부여될 전망이다.

이 부원장은 "지배구조 평가를 강화하는 만큼 기존 경영관리 부문 비중도 15%보다 높이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모범 관행 가이드라인은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만들 수도,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들 수도 있는데 강제성을 좀 더 두고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지배구조에 주된 책임이 있는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과 최소 연 1회 간담회도 연다. 정기적 면담뿐 아니라 이달부터 상시면담까지 진행해 은행별 지배구조 취약점,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관련 이슈를 심도 있게 다룰 계획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DGB금융 본점에서 열린 '지배구조 선진화 금융포럼'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DGB금융 이사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국내은행, 美보다 가파르게 금리 올린 만큼 내릴 여력도 있어... 은행 감당 가능"
또 금감원은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미국의 주요 은행과 과거 금리 상승기 때보다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만큼, 앞으로 금리를 더 떨어뜨릴 여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금감원이 대출·수신금리의 기준금리 민감도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은행 5곳의 지난해 여신과 수신 금리 상승폭은 각각 69.5%, 53.1%로 미국 주요 은행(여신 42.6%, 수신 27.8%)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요 은행의 대출, 예금 금리가 미국보다 더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뜻이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이 대출자와 예금주에게 더 많이 전가된 셈이다. 국내 은행의 지난해 여수신 금리 상승폭은 과거 기준금리 상승기보다도 높았다.

다만, 최근 들어 은행권이 금리인하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부산·대구은행 등은 차주 금리부담 경감에 초점을 맞춘 상생 금융 안을 연이어 발표했다. 금감원은 6개 은행 기준으로 연간 차주 170만명, 약 3300억원 수준의 이자감면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부원장은 "그동안 국내 주요 은행들의 금리 민감도가 높아 기준금리 인상에 더 확 올라간 측면이 있는데, 시장금리가 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의 금리도 적정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그 정도는 은행이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치프리미엄' 노린 이상 외화송금 16조원... 고위임원에 대해서도 엄중 조치"
금감원이 국내은행 12곳과 NH선물 등 총 13곳을 검사한 결과, 총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와 금융회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확인됐다. 이상외화송금 거래는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거액의 외화송금이 발견되면서 은행권 전반에 걸친 검사가 이뤄졌다. NH선물에서도 외화송금 정황이 포착되면서 지난해 9~10월 검사가 진행됐다.

수상한 외화송금액의 대부분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시작됐다.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빠져나온 자금은 다수의 개인·법인 계좌로 흘러갔고, 이 자금이 '수출입 대금' 명목으로 은행을 통해 해외로 송금됐다. 일부에서는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투기자금으로 본다. 실제로 검찰이 수사를 통해 우리은행 전 지점장 등 포함 외화송금 관련 다수 위법 혐의자 구속·불구속 기소한 내용은 김치프리미엄을 노린 코인 관련 수상한 외화송금이었다.

금감원은 제재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달 말 9개 금융사에 검사결과 조치예정 내용을 사전통지했고, 향후 신속히 제재심 심의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이상외화송금 재발방지를 위해 국내은행과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 마련 중이다. 외화송금 시 은행의 필수 확인사항을 표준화하고, 영업점→외환사업부→유관부서의 '3선 방어' 내부통제 체계 마련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부원장은 "제재심 등 절차가 진행 중이라 CEO가 제재 대상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특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이상 외화 송금 문제는 규모도 컸고 중요한 사안인 만큼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는 고위임원에 대해서도 엄중조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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