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 가속화 제주 금오름…이젠 분화구에 돌탑까지
멸종위기종 양서류 서식지 훼손 심각
제주환경운동연합, 긴급 대책 촉구
제주의 유명 오름 중 하나인 금오름의 훼손이 가속화되고 있다. 금오름은 수년전부터 탐방객 급증에 따른 정상부 환경훼손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에는 탐방객들이 오름 정상부 분화구 곳곳에 돌탑을 쌓으면서 양서류 서식지마저 파괴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제주환경운동연합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금오름 분화구 중심에 탐방객들이 쌓아놓은 돌탑, 돌무더기 수십여개가 늘어서 있다.
대부분의 제주지역 오름은 분화구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오름을 오른 탐방객들은 정상부에서 52m 가량 깊이의 분화구 중심까지 내려가 사진을 찍고, 누군가 무심코 쌓기 시작한 돌탑을 연결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탐방객들이 자주 오고간 탓에 오름 정상부에서 분화구까지 흙이 패여 길이 형성됐다.
더 큰 문제는 금오름의 분화구가 ‘금악담’이라고 불리는 화구호 습지로, 각종 양서류가 서식하는 곳이라는 점이다. 이 곳에 서식하는 양서류는 화산송이(화산분출물의 일종)가 유일한 그늘막인데 관광객들이 이를 주워 탑을 쌓으면서 서식지를 훼손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습지인 금오름 분화구에는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맹꽁이를 비롯해 제주도롱뇽, 큰산개구리 등 다양한 양서류가 서식하고 있다”면서 “최근 조사에서 이곳에 맹꽁이 330여 개체와 10만여 개의 맹꽁이 알이 확인되기도 했는데 습지 주변에 쌓은 돌탑으로 인해 양서류의 서식지가 훼손되고 있다”고 밝혔다.
금오름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에 위치한 해발 427m의 오름이다. 수년전 방송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이 방문하고, 각종 매체에 소개되면서 유명 오름이 됐다. 탐방객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환경 훼손이라는 부작용도 생겼다. 하지만 사유지라는 점에서 제주도 차원의 개선책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제주도는 금오름이 사유지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금오름 훼손이 결국 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생태계의 심각한 훼손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면서 “긴급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오름 분화구 내 돌탑을 원상복구하고, 안내표지판을 설치해 추가적인 돌탑 설치와 훼손을 방지해야 한다고 제주도에 촉구했다. 또 금오름 분화구 습지의 보전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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