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많은 캐롯 선수단, ‘미라클 시리즈’ 가능할까?

김종수 2023. 4. 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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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kt 소닉붐의 전신 나산 플라망스라는 이름을 언급하면 적지않은 클래식 팬들은 '자금적으로 어려웠던'부분을 떠올릴 것이다. 김상식, 이민형, 조상현, 현주엽, 에릭 이버츠 등 좋은 선수들도 많이 거쳐갔는지라 리그내 복병 역할도 종종했지만 그보다는 힘겨운 살림살이로 인한 열악한 환경, 다음 시즌을 보장하기 쉽지않은 팀 등으로 이슈에 오른 적이 더 많다.


골드뱅크 클리커스, 코리아텐더 푸르미 등으로 팀명이 바뀌면서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KTF에 인수되고나서야 '가난하다'는 단어와 멀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생활이 어려웠을 뿐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힘든 와중에서도 하나로 뭉쳤고 어떤 팀을 상대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2002~03 시즌 4강 신화를 이뤄내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했던 이상윤 코리안텐더 전감독은 점프볼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음식과 숙소 등 기본적인 생활에서부터 타팀과 차이가 컸다. 어떤 것을 상상해도 그 이상일 수 있다. 당장 뛰고는 있지만 다음 시즌을 장담하기 어려운 부분도 힘들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누구하나 우리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수들과 코칭스탭은 물론 밥해주는 여사님까지 한마음으로 뭉쳐서 가족처럼 지냈다. 때문에 돈 때문에 트레이드가 되면 더더욱 아쉬워하며 팀을 떠나고 싶지않아했던 기억이 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여년의 시간이 지나서 비슷한 팀이 하나 더 나타났다. 신생팀 고양 캐롯이 그렇다. 허재 대표를 필두로 검증된 명장 김승기 감독을 앞세워 올시즌 야심차게 신생팀으로서의 첫발을 내딛었으나 아쉽게도 몇보 가지도 못하고 이런저런 이슈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


화려한 창단식을 치를때까지만 하더라도 네이밍 스폰서십 등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한 색깔있는 팀으로서의 행보를 기대받았지만 이전 구단인 오리온에 인수비용을 완납하지 않은 것을 비롯 KBL 가입비 격인 특별회비 잔여분까지 밀려있는 사실이 드러나며 풍랑 속에 서있음을 노출하고 말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선수단과 구단직원 및 협력업체 등에 줄돈이 밀려있다는 부분으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팬들사이에서도 안타까움의 목소리가 높아져 가고있는 실정이다.


현재 캐롯은 20년전 골드뱅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골드뱅크는 대놓고 가난할 수밖에 없었지만 선수단 월급은 어찌어찌 충당하면서 갔다. 반면 캐롯은 가장 중요한 급여 부분에서부터 어려움이 많다.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미래야 그렇다치더라도 당장 현실부터 버거운 것이다. 때문에 이번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캐롯 선수단에 쏟아지는 팬들의 관심과 응원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분위기다.


캐롯 선수단은 이래저래 농구에만 집중하기 힘든 상황속에서도 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과거 골드뱅크 선수단이 그랬듯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플레이오프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엿보인다. 아쉽게도 첫시작은 삐걱거리고 있다.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정규시즌 4위 울산 현대모비스에게 71-86으로 완패하고 말았다.


‘체급이 다르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선수층의 양과 질적인 면에서 전력차가 큰 상황에서 가장 큰 무기인 ‘양궁농구’가 침묵한 탓이 크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 올시즌 캐롯 화력의 중심에서 팀을 이끌어준 ‘불꽃 슈터’ 전성현(32‧188.6cm)이 빠져있다.

 

 


올시즌 MVP후보에 이름을 올릴만큼 상승세가 대단했으나 이후 달팽이관 이상에 따른 돌발성 난청이 발견되며 시즌 막바지부터 자리를 비우고 있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허가 아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있으나 빠르면 6일 고양에서 있을 3차전부터나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캐롯이 자랑하는 외곽 농구에서 전성현의 비중은 매우 크다. 캐롯은 정규리그 54경기에서 가장 많은 3점슛 득점올 올린 팀이다. 매경기 평균 11.5개(1위)의 3점슛을 성공시켰으며 성공률또한 33%로 준수했다. 여기에는 상대팀이 알고 대비해도 막아내지 못했던 전성현의 힘이 컸다. 전성현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수비 압박을 뚫고 무수한 터프샷을 던질 수 밖에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 횟수 1위(경기당 3.42개), 성공률 7위(37.50%)를 기록했다.


팀내 상황이 좀 더 안정되어있고 달팽이관에도 문제가 없었다면 성적은 더 좋았을 수도 있다. 후반기 행보가 살짝 아쉬우면서도 '역대급 슈터 시즌을 보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성현은 자신이 고득점을 올리는 것은 물론 상대 수비의 집중타깃이 되어줌으로서 동료들에게 적지않은 오픈찬스를 제공했고 이는 캐롯이 외곽농구라는 색깔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실제로 전성현 없이 치러진 1차전에서 캐롯은 양궁농구가 완전히 실종된 모습을 노출했다. 정규시즌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못하는 5개의 3점슛밖에 적중시키지 못했으며 성공률 또한 13.9%에 그쳤다. 현대모비스가 대놓고 외곽수비에 집중한 가운데 혈을 뚫어줄 해결사 전성현의 부재가 뼈아팠다.


차세대 에이스 이정현(23‧187cm)이 건재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경험적인 부분에서 부족하다. 디드릭 로슨(25‧201cm) 또한 더욱 강해진 상대 압박에 힘겨워하고 있다. 전성현이 있었다면 분산되었을 수비가 추가된 셈인지라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승기 감독은 ”자신감을 가지고 집중을 한다면 수가 있을 것이다“며 선수단을 독려하고 있지만 에이스 공백에 따른 힘의 차이는 예상보다 더 커보인다.


캐롯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시리즈를 장기전을 가져가는 수밖에 없다. 빠르면 3차전부터 전성현이 돌아온다고 했지만 당장 좋았을 때의 경기력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전성현의 복귀를 통해 분위기를 전환하고 에이스의 컨디션 회복과 함께 화력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양궁농구의 특성상 제대로 분위기만 탈 수 있다면 어떤 팀도 두렵지않다.


올시즌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있는 캐롯은 플레이오프라는 큰 무대를 통해 여전한 투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 팬들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캐롯이 외부적인 문제가 아닌 경기력적인 측면에서 대형사고를 쳐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라클 시리즈를 기대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윤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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