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시지탄, 잘못 바로잡는다"…제주4·3 수형인 64명 '무죄'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4·3 당시 불법 재판으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수형인 희생자 64명이 재심을 통해 뒤늦게 오랜 누명을 벗었다.

제주지방법원 제4-1·4-2형사부(재판장 강건 부장판사)는 4일 제주4·3 수형인 희생자 64명에 대한 재심사건 선고공판을 열고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전체 64명 가운데 60명의 경우 광주고등검찰청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했고, 나머지 4명의 경우 유족이 직접 재심을 청구한 사례다.

지난 2월 법관 정기인사로 새로 구성된 재판부는 첫 공판 당일 판결을 선고했던 종전 재판부와 달리 첫 공판 후 판결 선고까지 14일의 기간을 뒀다.

재판부는 지난달 21일 34명(직권재심 30명 포함)에 대한 재심사건 첫 공판에서 "(무죄라는) 결론은 명백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나름 숙고한 다음 판결문을 남기겠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날 선고공판에서 "첫 재판 당일 하루라도 빨리 무죄 판결을 받아 위로하려 했던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해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34명에 대한 전원 무죄 판결과 함께 이날 첫 공판이 이뤄진 30명(직권재심)에 대해서도 전원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사와 변호인의 주장 대로 피고인들이 내란죄 등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만시지탄(晩時之歎·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함)이 될지 모르나 이 재심 판결로 잘못을 바로잡으면서 형언할 수 없는 고초 끝에 가족과 단절된 채 억울하게 망인이 된 피고인들의 영혼이 안식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어 "긴긴 세월 동안 깊은 고통, 설움 속에 살아가며 한이 쌓일 수밖에 없었던 피고인들의 유족과 그 아픔을 함께 한 일가친지들이 '망인은 무죄'라고 망인에 대한 기억을 새로이 하며 작은 위로나마 받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판시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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