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근석, 데뷔 31년차 아시아 프린스의 고백 "5년 공백에 연기레슨, 펑펑 울었다"[인터뷰S]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장근석이 약 5년 동안의 공백을 깨고 드라마 '미끼'로 컴백했다. 반짝반짝한 '아시아 프린스'에서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형사로, 배우로서 새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는 만족스럽고 평온한 모습이었다.
쿠팡플레이 드라마 '미끼'는 사상 최악의 사기 범죄를 저지르고 죽음 뒤로 숨어버린 '그 놈'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장근석은 이번 작품에서 강력 범죄 수사대 팀장 구도한 역을 맡았다. '미끼'는 지난 1월 27일 1부를 공개했으며, 오는 7일 2부를 공개한다.
4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티비뉴스와 만난 장근석은 "완성된 방송을 봤을때 만족보다는 성취감이 있었다. 첫번째로 느꼈던 건 팀워크였다. 지금까지 촬영할 때 팀워크가 가장 좋은 작품이었다"며 "스스로도 5년 만에 컴백하는데 있어서 많이 딱딱하고 긴장된 모습으로 보이지 않을까 고민도 했다. 다른 배우 분들이 끌어주셔서 잘 녹아내릴수 있었던 것 같다"고 공을 돌렸다.
그는 첫 촬영을 회상하며 "가장 희열을 느꼈던 때였다. 이 작품을 하기 전엔 스스로 굳어있던 면이 있었다. 몇 달 정도 연기 레슨을 받고 준비했다. 첫 촬영장에 굉장한 긴장과 설렘, 두려움이 있었다. 오케이 사인을 받았을 때 느낀 희열은 '내가 이래서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구나' 하는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한 장면씩 만들어가면서 느끼는 흥분이 모여 파트2까지 잘 마무리 됐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아역 시절부터 지난 공백기 직전까지는 쉴 틈 없이 활동해오 장근석. 이미 베테랑인 그에게 연기 레슨을 받는다는 선택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다. 장근석 역시 "주변에서 다들 의아해 하시긴 했다. 쉬운 말로 운전을 10년 동안 하던 사람이 1년만 안해도 어색하지 않나. 몸에 있는 세포나 기억은 남아있는데, 꺼내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제 새로운 새계관을 연다기보다는 일종의 스트레칭 느낌이었다. 호흡법부터 다 했다. 대학 시절, 아역시절 생각도 나서 좋았다. 적당한 긴장감이 적당한 겸손을 만들어서 되게 좋았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 아니라 제 안에 있던 감각을 깨우는 작업이었다. 테크닉을 만든다는 욕심은 없었다. 그냥 저라는 화분에 물을 주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오래 했다고 해도 그런 곳에서 오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제가 하겠다고 해서 진행을 했다"고 밝혔다.
물론 수업을 받는 대상이 장근석이란 점에서 연기 선생님 역시 부담을 느낀 지점이 있었다.
장근석은 "선생님들도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하셨다. 정말로 '그냥 저를 깨워주시면 된다. 그게 뭔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에게 그걸 맡기고 싶다'고 했다. 첫 수업에서 제가 되게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제가 지금까지 연기하며 가꾼 세계관과 관계 없이 제 인생의 감정을 꺼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반 사람이 감정을 100% 표현하며 살지 않지만, 배우들은 뽑아야 하니까. 캐릭터가 아니라 지금까지 제 삶에 있어서 누가 제일 그립고, 원망스러운지부터 시작해서 마인드맵을 그리다 보니까 그랬다"면서 "제가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 벌써 반은 된 거야'라고 하는데 자신감을 얻었다. 메마른 감정에 물을 준다는 것이 그런 것이다. 되게 좋은 시작이었다"고 전했다.
군 입대와 전역까지 약 2년, 이후 3년. 약 5년 동안의 공백 이후 '미끼'를 컴백작으로 선택하기까지, 장근석은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캐릭터보다는 아무래도 배우들과 앙상블을 맞출 수 있을까 싶었다. 이걸로 변신한 모습을 억지로 보여주려고 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준비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다. 보시는 분들도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것 같다고 하시는데, 처음부터 그것만 노린 것은 아니었다. 스토리가 매력이 있었다. '미끼'란 드라마가 친절하진 않지만 그런 퀘스트를 깨면서 나도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5년 사이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나는 앞으로 어떤 마인드로 살아야 할까라는 마인드 맵이 있었다. 성숙하고, 모던해져야 한다는 고민을 했지만, 제가 느낀 건 자연스러움은 어떤 것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게 뭐가 됐던 간에 5년 동안 느낀 것이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것이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무게 잡고, 근엄한 모습도 보여볼까 했지만 저의 팔자에 그런 것은 없는 것 같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사는 것이다"라고 웃음 지었다.
특히 그는 5년 동안 활동 없이 지내며 스스로 객관적으로 보게 된 '배우 장근석'에 대해 "어떻게 보면 별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었을 것 같다. 내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보면 '저 친구 참 별난 아이다. 재밌는 아이다. 가끔은 좀 가벼워 보이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저는 스스로를 가볍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저런 포인트가 가벼워 보일 수 있었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싶고, 그러면서 겁이 생기는 거다. 어떤 말을 할 때 '조심해야 돼' 해본 적도 있다. 오히려 그게 저답지가 않아서 거짓말 하는 것 같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가고 시간이 흘러가서 어떻게 변한대도 그냥 그게 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장근석은 "'미끼'를 하고부터 저에게 오는 대본 장르가 되게 다양해졌다. 저는 그게 뭔가를 부수긴 부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친구가 이것도 하네', '이것도 할 수 있을까'하는 대본의 장르나 종류가 다양해졌다. 그 부분에 저도 뭔가 망치질을 해보지 않았나. 또 어떤 작품을 선택해서 저를 어떻게 부숴나갈지 모르겠다. '미끼'로 장르를 열었기에 두려움은 없다"고 '아시아 프린스'다운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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