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물가 폭등해 실질임금 저하” 내년 최저임금 1만2000원 요구

양대노총 기자회견서 제시, 월급으로는 250만8000원, 올해보다 24.7% 높아
최저임금위, 18일 첫 전원회의…업종별 구분·생계비 방법 등도 논의

양대노총 참석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 노동계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 9620원보다 약 25% 인상된 시급 1만2000원을 요구했다. 월급으로 계산하면 250만8000원(209시간 기준)으로, 올해 201만580원 보다 49만 원 가량 더 많은 수준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은 4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24년 적용 최저임금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노동계는 이런 요구안의 근거로 물가 폭등 시기 최저임금 현실화,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실질임금 저하, 해외 주요국의 적극적인 임금인상 정책, 노동자 가구 생계비 반영 등을 제시했다.

양대 노총은 "지난 2년 연속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물가 상승률과 경제 성장률, 고용 증가율을 반영한 계산법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됐다"며 "이는 법적 근거도 불명확한 계산법으로, 최저임금위 역할이 무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기준이 올해도 여과 없이 적용된다면 사회적 대화 기구라는 최저임금위 근본 취지가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노동자의 생활 안정이라는 최저임금 제도 본래 목적에 맞게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도급인 책임 강화 ▲근로자가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은 경우 정부가 차액 지급 ▲플랫폼 노동자 등 최저임금 미적용 노동자에 대한 적용 방안 수립 ▲장애인 등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 대상 없애기 등 최저임금 제도 개선 요구안도 제시했다.

최저임금위는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등 총 27명으로 이뤄진다. 근로자위원 9명은 모두 양대 노총 소속이거나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사용자위원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경영계 인사들이 참여한다. 사용자 측은 아직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을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지난달 31일 최저임금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최저임금위는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장관은 매년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최저임금위는 오는 18일 제1차 전원회의를 열기로 잠정적으로 정해놓은 상태다. 앞으로 전원회의에서는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과 함께 업종별 구분(차등) 적용 여부와 생계비 적용 방법 등도 논의될 예정이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의 차등 적용을 도입해 숙박·음식업 등 임금 지급 능력이 부족한 업종에는 최저임금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노동계는 생계비와 관련해 저임금 노동자의 ‘가구 생계비’를 최저임금의 핵심 결정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다.

한편, 최근 5년간 최저임금과 전년 대비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87%),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05%), 올해 9620원(5.0%)이다.

정철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