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단속에도 성과 無…몰카 범죄 많은 곳 살펴보니
기사내용 요약
몰카 증가율 높았던 지역은...전남(9.64%) , 대구(7.13%), 전북(6.29%) 등의 순서
고도화된 범죄, 일회성 탐지 한계…"상시·첨단화돼야"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구멍이 뚫려있는지 확인해요"
학교와 직장 내 화장실, 개인 책상, 헬스장의 탈의실 등 가장 개인적이고 은밀한 공간에서조차 누군가에게 불법촬영을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과장이 아니다. 전국에서는 여전히 매년 6000여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쏟아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누군가에게 촬영 당할 수 있다는 불안은 여성들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도 대대적인 단속으로 불법촬영 범죄 소탕에 힘쓰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성과는 전무하다. 범죄 건수는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시스는 최근 6년간 신고된 불법촬영 현황과 관련 통계를 분석하고 불법촬영 범죄 소탕을 위해선 사후 단속이 아닌 근본적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범죄율 서울·인천·제주 순…번화가·관광지 多
약 6개년의 전국 경찰 행정구역 기준 불법촬영 범죄 발생 통계를 분석해본 결과, 전국 광역지자체 중 순수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는 ▲서울(1만1797건) ▲경기(8476건) ▲인천(2348건) 순으로 많았다. 행정구역별로 수도권 등 인구 밀집 지역은 불법촬영 범죄 발생 건수도 대체로 비례해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범죄 발생 건수가 가장 적었던 지역은 ▲세종(199건) ▲제주(479건) ▲울산(512건)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주 내에서도 관광객이 자주 방문하는 관광 집중 조성 지역은 인구수 대비 불법촬영 발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주 지역은 인구 대비 범죄 발생 비율로 따져보면 0.07%로 ▲서울(0.12%) ▲인천(0.08%)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관광지역·특구로 지정된 중점 지역의 불법촬영 범죄는 사전 예방을 위한 지자체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이 시급하단 점을 통계는 보여준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전남(9.64%) ▲대구(7.13%) ▲전북(6.29%)으로 나타났다. 다만 행정구역별 규모에 상관없이 불법촬영 범죄 증가율에는 큰 폭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기존의 일회성 방문 점검 중심의 대응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현재 대한민국 인구 18.3%(932만명)가 거주하고 있는 서울의 자치구별 불법촬영 범죄 양상을 살펴본 결과, 같은 기간 ▲강남(1425건) ▲마포(984건) ▲영등포(692건) 순으로 발생 건수가 많았다. 증가율은 ▲중랑(26.33%) ▲서대문(4.91%) ▲강서(3.6%) 순으로 높았다.
발생 건수와 증가율이 모두 높은 강남, 마포, 서대문 등 지역은 대학가·번화가에 해당한다. 공통된 특징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상업중심지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경찰청 범죄통계의 사회인구학적 범죄자 특성 분석내용에 따르면 불법촬영을 비롯한 성풍속 범행에서 21~30세 연령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초단체별로 서울 내에서는 중랑구(32.37%)와 영등포(-20.64%)가 각각 불법촬영 증가율 최고·최저 지역을 기록했으며 경기도에선 하남(48.96%)과 이천·과천(-19.73%)이, 부산에선 기장군(9.46%)과 서구(-24.21%)가 각각 최고·최저 지역으로 집계됐다. 제주도의 경우 증가율 최고 지역인 서귀포(4.10%)와 최저 지역 제주(0.33%)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엔 대구의 달성구(64.68%)가 이름을 올렸다. 강원도 정선·인제, 경남 하동·산청, 경북 청도·봉화·영양, 전남 해남, 전북 장수 등에서는 지난해 불법촬영 신고가 한건도 없어 증가율이 -100%로 가장 낮았다.
"벽에 구멍 뚫렸나부터 확인한다"…학교·직장, 일상 침투하는 카메라
불법촬영 불안감이 큰 장소는 숙박업소(43%)와 공중화장실(36%) 순이었다. 공중화장실 등에 구멍이 뚫려있는지 확인한다거나(61%) 외부 화장실 등은 가급적 이용하지 않으려 한다(44%)는 경향도 파악됐다.
학교마저도 불법촬영의 온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초·중·고교 디지털 성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 8월까지 학교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는 총 1860건이었으며 이 중 불법촬영 등 유형이 589건(30.4%)으로 1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불법 카메라는 여성들이 경계심을 장소뿐 아니라 보다 일상적인 곳까지 침투하고 있다. 개별 사례로 보면 경찰·공무원·사회복무요원 등이 지구대나 청사 근무지에 카메라를 달거나 교사 또는 학생이 학교에서 불법을 저지른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이 밖에 운전석 아래에 카메라를 설치한 운전 강사, 동료 직원 책상에 카메라를 설치한 사례, 병원 내 탈의실이나 집안에 카메라를 숨겨둔 경우까지 불법촬영 범죄는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있다.
또 범죄 특성상 불법촬영물이 단 한번이라도 온라인으로 유포될 경우 이를 영구 삭제하거나 확산을 막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점도 여성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일회성 범죄가 아닌 지속적인 범행으로 불법촬영 피해자를 확산시키기 때문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대대적인 합동점검, 단속 실적은 '0건'
불법촬영 범죄를 막겠다며 지난 2016년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근절 대책을 발표하고 적극적으로 합동점검을 펼쳐오고 있지만 실상 단속 실적은 부진해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이나 지자체가 수십대의 불법 카메라 탐지 장비를 구입해 공중화장실 불법촬영을 단속하고 있다면서도 적발 건수가 0건에 그친다는 보도도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불법촬영 범죄는 신고에 의해 적발되는 범죄가 대부분이다.
서울시는 과거 2016년 불법촬영 근절 캠페인 '여성 안심 보안관' 제도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5개 자치구, 2만6000여개 공중·민간화장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불법촬영 점검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2017년 7억원 ▲2018년 8억1500만원 ▲2019년 15억7800만원으로 점차 예산을 증액하며 사업 기간 4년 동안 총 48억57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점검 실적은 제로였다. 예산 및 인력 운영난으로 인해 결국 지난 2020년 사업은 종료됐다. 2018년 행정안전부에서는 불법촬영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전국적으로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탐지를 위해 5546대에 이르는 탐지 장비를 구입했지만, 단속 실적은 전무했다.
예방 계획도 큰 효과는 없었다. 지난 2021년 7월 경남에서는 '디지털 성범죄 방지 및 피해 지원 조례'가 시행되며 관련 예방계획을 수립한다고 홍보했으나, 관할인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해당 지역의 불법 촬영 발생 건수는 ▲2018년 172건 ▲2019년 197건 ▲2020년 206건 ▲2021년 229건 ▲2022년 281건으로 연평균 13.3%의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부 소행 多·지능화 추세…상시감시시스템 필요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불법촬영 범죄 5032건 중 고용인·동료·친구·애인 등 조직구성원 또는 면식범에 의한 범죄가 1400여건에 달한다. 관계인 소행의 불법촬영 범죄가 4건 중 1건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단 점은 많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형식적 정기 점검이 범죄의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또 법무부의 2020년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동종 재범률이 75%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불법촬영 재범 장소 중 초·중·고 학교와 공중화장실에서의 불법촬영 재범률은 50.1%에 달한다. 역시 일회성 점검이 대응책이 되기 어렵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불법촬영 범죄의 특성상 일회성 단속이 아닌 상시 탐지가 필요하며, 불법 소형 카메라를 잡아낼 수 있는 첨단 탐지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회성 탐지기로 점검하는 방식을 넘어 상시적으로 원천 차단 및 예방할 수 있도록 보다 근본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직 경찰 출인인 임호선 의원은 불법 촬영 근절을 위해 탐지 기술을 확보하는 등 날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임 의원은 "불법촬영이 근절되지 않는 상황에서 인터넷 카메라(IP캠)나 카메라소형화 등 범죄수법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며 "취약 장소에 대한 점검은 물론이고 첨단 수법에 맞는 탐지 기술 확보 등으로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oincidenc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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