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100년 전 만든 '파리 국제기숙사'..이제는 '한국관'이 대세
[편집자주] 프랑스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국가로 꼽힌다. 한류도 프랑스에서 확산되며 다양성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분명한 건 한국의 위상이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점이다. 한글을 배우는 교실이 급증하고 있는게 대표적이다. 그 현장을 직접 둘러봤다.
파리국제대학촌은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는 1920년부터 세계 각국 청년들의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다국적 기숙사촌 건립을 추진해왔다. 제1차 세계대전의 상처를 극복하기 위한 프랑스 정부의 노력이었다. 이는 1925년 프랑스 기업인의 기부로 결실을 맷었고, 당시 처음으로 파리국제대학촌에 기숙사가 들어섰다.
특히 '힘 없는 국가'의 유학생에게 파리국제대학촌은 부러움의 상징이었다. 캐나다(1925년)와 네덜란드(1926년), 스페인(1927년), 미국(1930년)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파리국제대학촌에 기숙사를 만들었다. 일본만 하더라도 1927년에 일본관을 건립했다.그간 한국 유학생들은 다른 국가의 기숙사촌을 빌려서 이용했다.
실제로 파리국제대학촌은 교류를 촉진한다는 당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국가관별로 다른 나라의 학생 30%를 의무적으로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유학생에게도 기숙사가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 유학생에게도 '우리 기숙사'가 생겼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한·불 정상회담에서 파리국제대학촌에 한국관 건립을 제안했다. 한국 정부도 이를 받아 들여 2018년 한국관이 세워졌다.
파리국제대학촌에 새로운 기숙사가 조성된 건 1967년 이후 처음이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장을 겸하고 있는 윤강우 프랑스한국교육원장은 "선배 유학생들은 한국 기숙사가 없어서 남의 기숙사만 전전했는데, 후배들이 유복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고 자랑스러워 한다"며 "쾌적한 시설 덕분에 외국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숙사"라고 강조했다.
한국관 건립으로 파리국제대학촌의 국가관은 26개국으로 28개관으로 늘었다. 6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은 252개실을 보유하고 있다. 식당과 체력단련실, 학습실, 공연장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갖췄다. 기숙사비는 1인실을 기준으로 월 630유로(약 88만원)다. 파리의 물가를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수준이라는 게 유학생들의 설명이다.
한국관도 파리국제대학촌 규정에 맞춰 객실의 30%를 외국인들에게 배정하고 있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에 입주한 외국인 유학생은 75명이다. 중국인 유학생이 29명으로 가장 많고 프랑스(18명), 폴란드(4명), 세르비아(3명), 베트남(3명) 순이다. 한국관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서류적격자 리스트를 바탕으로 국제대학촌 본부 대기자 풀을 활용해 선발된다.
프랑스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있는 독일 유학생 라파엘라 쾬러도 한국관에 머물고 있다. 그는 "파리 시내에서 거주하는 비용은 한국관과 비교해 2배 가량 차이 나기 때문에 한국관에 거주하는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관은 공동주방 등을 운영하고 있어 다른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파리국제대학촌 한국관은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프랑스 교민사회는 한국관에서 한국어 강좌와 케이팝(K팝) 댄스 수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경비원이 24시간 상주하면서 택배를 대신 수령해주는 서비스도 외국 유학생들에게 호평 받고 있다.
파리국제대학촌을 함께 둘러본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시설이 잘 돼 있고 학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하니 자긍심도 생긴다"며 "건물을 처음 만들 때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데, 운영 관리가 굉장히 힘든 일이기 때문에 프랑스한국교육원에서 열성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파리(프랑스)=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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