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백 경사 사건' 첫 대질…이승만·이정학 둘 중 누가 범인?(종합)

수사관 10여명 보내 대질조사 "수사 분수령 기대"
범행에 사용된 흉기에 주목…이정학 진범에 무게

경찰청은 사이버 추모관을 통해 2002년9월 전북 전주시 덕진구 금암2파출소에서 근무하다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직한 고 백선기 경사(경위로 추서)를 기억하고 있다.2023.4.4./뉴스1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경찰이 21년 전 발생한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의 두 용의자를 상대로 첫 대질 조사를 진행한다. 사건 현장에서 사라졌던 총기가 발견된 지 한 달여만이다.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4일 "현재까지 진행된 6번의 조사를 통해 저희가 갖고 있는 증거와 부합되는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냈다"며 "이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대질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대질 조사 대상은 '2001년 대전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 이승만(52)과 이정학(51)이다. 은행강도살인 범행 이후 20여년간 숨어 지내다 붙찹힌 이들은 현재 1심 선고를 받고 대전교도소에 수감된 상태다.

전북경찰청은 5일 10여명의 수사관을 보내 전주 백 경사 사건과 관련한 대질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두 사람의 진술은 대부분 엇갈리고 있다. 이승만은 이정학의 단독 범행을 주장하고 있고, 이정학은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은 대질 조사에서 다뤄질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이정학이 주범일 가능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점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정학과 이승만의 공동범행 또는 제3자의 도움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최소한 이정학이 사건에 관계돼 있을 것이란 게 경찰의 판단이다.

이 같은 판단의 근거 중 하나는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다.

경찰은 수사과정에서 이정학이 전주 사건 2년 뒤인 2004년 7월께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낸 사실을 알게됐다. 당시 교통사고를 조사했던 경찰은 트렁크에서 노끈과 회칼을 발견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강도 범행을 예비하고 있었다"고 진술을 받아냈다. 결국 이 일로 이정학은 징역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뒤 출소했다.

경찰은 이정학의 차 트렁크에서 발견된 '회칼'에 주목했다. 이유는 2002년 숨진 백선기 경사의 시신에서 발견된 깊은 칼자국이 '회칼'로 인해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당시 부검결과 때문이다.

경찰은 식칼과 과도처럼 쉽게 구할 수 없는 회칼을 소지하고 다녔다는 점, 백선기 경사를 살해한 흉기가 회칼일 가능성이 큰 점 등을 감안해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청사 안에 '추모의 벽'을 만들고 2002년 9월 추석 명절 근무 중 괴한의 습격을 받고 순직한 백선기 경사(순직 후 경위로 추서)를 추모하고 있다./뉴스1 DB

'전주 백 경사 피살 사건'은 2002년 9월20일 오전 0시50분께 전주시 금암동 금암2파출소에서 홀로 근무하던 백선기 경사가 잔혹하게 살해된 사건이다.

당시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과 실탄 4발, 공포탄 1발도 사라졌다. 경찰이 용의자 추적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범인을 검거하지 못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다.

20여년이 흐른 뒤 경찰이 두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하게 된 건 이승만의 '편지' 때문이다. 이승만은 지난 2월13일 경찰에 편지를 보내 "백 경사 살인 사건에서 사라진 총기가 숨겨진 장소를 알고 있다"며 권총을 숨긴 위치를 진술했다.

경찰은 이승만의 진술대로 철거를 앞둔 울산의 한 숙박업소에서 백 경사의 빈 권총을 발견했다. 실탄은 함께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관련 수사에 본격 돌입했다.

경찰 관계자는 "대전 사건 2심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승만이 이정학의 흉악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제보를 하게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두 사람을 상대로하는 대질조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letswin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