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인' 착수금 정황… 경찰, 윗선 추적

지난달 31일 출금금지…주범 혐의 부인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윗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서울 강남 주택가에서 여성을 납치·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남성 3명을 구속한 경찰이 범행을 주도한 '윗선'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수서경찰서는 강도살인과 사체유기 혐의를 받는 이모(35) 씨와 황모(36) 씨, 연모(30) 씨 등을 수사 중이다. 전날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은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씨와 황씨, 연씨는 지난달 29일 11시46분쯤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40대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살해한 뒤 대전 대청댐 인근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피해자의 가상자산을 노리고 2~3개월 전부터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대 남성 A씨도 입건해 수사 중이다. A씨는 지난 1월 황씨에게서 범행 가담 제안을 받고 피해자를 미행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후 지난달 중순께 범행에서 빠졌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애초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했으나 강도예비죄로 변경했다. 경찰은 이날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씨와 연씨는 이씨의 제안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다는 입장이다. 황씨는 지난해 이씨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700만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 돈을 착수금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씨는 피해자와 암호화폐로도 얽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가 지난 2020년 피해자가 근무하던 코인회사에 투자해 8000만원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경찰은 확인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발생한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 피의자 이 모(35)씨가 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찰은 이번 범행을 지시한 '윗선'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범행 배후로 지목된 가상화폐 투자자 황모·유모 씨 부부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이들이 이씨에게 4000만원을 착수금 명목으로 지급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는 전날 구속된 같은 성의 피의자와 다른 인물이다.

공범인 황씨, 연씨와 달리 이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배후로 지목된 황씨·유씨 부부 역시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 측 변호인은 '이씨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어 "(4000만원 착수금 의혹은) 전혀 사실 무근이다. 조사 과정에서 질문도 안 나왔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은 이들의 피의자 신상공개위원회도 열기로 결정했다. 신상공개위원회는 오는 5일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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