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불이 병원 코앞에서 활활…” 산도 마음도 타들어간다
4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장안동 장태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 뿌연 연기가 장태산 근처 안평산 위를 뒤덮고 있었다. 안평산과 장태산 경계에 있는 민가 바로 위까지 불길이 내려와 있었다.
경기도 오산·이천, 충북 괴산 등에서 온 소방차들이 좁은 임도에 여기저기에 서 있고, 소방 호스를 든 소방관들이 가파른 산 위를 아슬아슬하게 올라갔다. 불 쪽으로 물을 뿌렸지만,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산 바로 밑에서 한 주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민 윤아무개(77)씨는 “3일 동안 불안에 떨었다. 혹시 불이 번질까 싶어 집에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휴양림 쪽 정신병원 위로 불길이 번지고 있습니다!”
소방관의 무전기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병원으로 달려가니 불길이 코앞까지 내려와 있었다. 소방차 3대를 연결해 소방관들은 불길을 잡으려 애를 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저러다 소용돌이 바람이라도 불면 순식간에 불씨가 주변으로 퍼진다. 소방관들 뒤쪽으로 불이 번지면 퇴로가 막힐 수도 있다. 그런 상황이 가장 무섭다”고 걱정했다.
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입소자·종사자들은 산불이 발생한 지난 2일 약 5㎞ 떨어진 기성종합복지관으로 몸을 피했다. 불편한 잠자리에서 사흘을 밤낮을 보내는 사람들은 많이 지쳐 보였다. 대부분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 강당을 벗어나지 못하고 답답한 상황을 버티고 있었다.
정신병원 한 관계자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일 오후 급하게 모두 대피했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라 누가 씻겨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가장 불편하다. 인원에 비해 대피소 공간도 좁아 잠자리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낮 12시19분께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흘째 꺼지지 않고 있다. 지난 3일 오후 한때 진화율이 80%대까지 올랐으나 건조한 대기와 강한 바람에 시간이 지날수록 진화율이 오히려 내려갔다. 불길이 장태산 쪽으로 번지는 모양새라 소방대원들은 밤새 산불진화와 방어선 구축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를 지휘하는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시민의 심장과 같은 장태산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진화율 67%, 산불영향구역 625㏊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날이 밝자 헬기 23대 등 모두 37대의 헬기를 동원해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이 산불로 집 1채와 암자 1채가 불타고 정신·요양시설 입소자와 주민 등 650명이 기성종합복지관·산직경로당 등 시설로 대피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
충남 홍성 서부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아직 진화 중이다. 산림청은 이날 홍성에 산림청 10대, 소방 2대, 군 5대, 지방자치단체 2대, 국립공원 1대 등 헬기 20대를 투입해 이호리 뒷산 등 화선이 번지는 지역에 집중해 진화하고 있다. 홍성 서부면의 산불은 지난 2일 오전 11시께 발화해 이날 오후 1시20분 대응 단계를 최고 수위인 ‘산불 3단계’로 높였으나 강한 바람으로 사흘째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날 새벽에는 서부면 마을주민이 추가로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인명피해는 없으나 주택 34채, 창고 35동, 양곡사당 1곳, 기타 1곳 등 건물 71채가 불타고 주민 309명이 불을 피해 임시주거시설인 갈산중·고(48명), 신촌마을회관 등 13개 마을회관(261명)에 대피했다. 산림청은 홍성 산불 진화율은 69%, 산불영향구역은 1454㏊로 추정했다.
또 산림청은 충남 당진의 산불은 이날 새벽 헬기 6대를 투입해 오전 10시께 주불을 잡았다고 밝혔다. 지난 2일 발화한 당진 산불로 주민 41명이 조금리 초등학교와 경로당에 대피했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와 각 시·도의 산불방지대책본부는 “가용할 수 있는 산불 진화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안전한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안전사고 발생에 유의하며 빠른 시일 내 주불을 진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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