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산 놔두고 골프 친 김진태, 술자리 간 김영환

박수혁 2023. 4. 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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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도지사들이 골프연습장을 방문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에는 산불위기경보 '경계'가 내려진 상황이었고, 김 지사가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에는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휴양림 인근에서 오후 3시49분 산불이나 헬기와 진화인력 등이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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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산불]식목일 행사한 뒤 강원도청 복귀 안 해
김영환 충북지사도 산불 때 술자리 참석
김진태 강원지사가 홍천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난달 31일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합뉴스

건조한 날씨 속에 전국적으로 산불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도지사들이 골프연습장을 방문하거나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강원도의 설명을 종합하면,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30분께 춘천의 한 골프연습장을 방문해 20분 정도 골프를 쳤다. 이날 김 지사는 고성에서 식목일 행사를 마치고 도청으로 복귀하던 중 골프연습장을 간 것이다.

당시에는 산불위기경보 ‘경계’가 내려진 상황이었고, 김 지사가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시간에는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휴양림 인근에서 오후 3시49분 산불이나 헬기와 진화인력 등이 2시간 넘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논란이 일자 강원도는 김 지사가 한 시간짜리 연가를 내고 조퇴한 뒤에 골프연습장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연가 신청일이 지난달 31일이 아니라 사흘이나 뒤인 지난 3일인 것으로 확인돼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김 지사가 구두로 연가를 신청했는데, 비서실에서 누락해 뒤늦게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논평을 내어 “백번 양보해서 연가를 냈다고 해도 산불이 났는데 현장이 아닌 골프연습장으로 달려간 김 지사가 잘했다는 것이냐.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골프연습장에서 지키냐. 골프연습장이 강원도산불방지대책본부냐”고 꼬집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식목일이라고 나무심기하고선 돌아서자마자 불타는 산을 외면하고 골프연습장에 갔다. 화마에 상처받은 도민의 마음에 또다시 불을 지른 셈이다. 강원도가 불타는데 봄날의 골프 즐긴 김 지사는 도지사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김진태 강원지사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산불 위기상황에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 중요한 시기인데 도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더욱 유념하겠다”고 사과했다.

김영환 충북지사. 오윤주 기자

김영환 충북지사도 제천 봉황산에서 불이 났을 때 술자리에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김 지사는 지난달 30일 밤 9시30분께 충주의 한 음식점에서 청년단체 등과 술자리를 겸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김 지사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지만 상기된 얼굴에 술잔을 든 모습이 사회관계망 등을 통해 퍼지면서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지사는 이날 저녁 충주에서 열린 충북도립교향악단 공연을 관람한 뒤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곳은 불이 난 제천 봉황산과 차로 30분 남짓한 거리였다. 김 지사 쪽은 “산불 상황 점검 결과 진화율이 85%에 이르는 등 상황이 안정된 것을 확인하고 청년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봉황산 산불은 21㏊를 태우고 다음날 오전 9시30분께 진화됐다. 김연준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제천 봉황산 산불은 대응 1단계에서 인명피해가 없고,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어 지사의 현장 방문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산불 1~2단계는 시군구청장, 3단계일 때 지사 또는 산림청장이 지휘권자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보도자료를 내어 “김 지사가 술자리에서 즐거워할 때 제천 주민들은 산불 상황을 보며 숨죽이고 있었을 것이다. 지사로서 적극적으로 재난안전에 대처 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김 지사는 지난 2일 옥천 산불 현장에도 가지 않았다. 이를 두고 김 지사는 “산불 현장에 가면 여러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옥천 안내면까지 갔지만 진화에 방해될 수 있어 안 오는 게 좋겠다는 직원 의견이 있었다. 산불 현장을 방문하는 게 꼭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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