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의 시대, 작지만 뜨거운 ‘제비’[MK현장]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2023. 4. 4.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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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이들의 뜨거운 이야기, 영화 '제비'(감독 이송희일)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사랑을 꿈꾸는 1983년의 혁명가와 프락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그 시절 로맨스다.

대학가의 봄날이 유독 뜨거웠던 1983년, 학생운동에 앞장선 동지이자 비밀 연인 사이었던 '제비'(윤박)와 '은숙'(장희령), 그리고 은숙을 사랑하기에 '프락치'가 될 수밖에 없던 또 한 사람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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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손자 전우원 시사회 초청하자고...”
‘제비’ 주역들. 유용석 기자
‘난 꿈을 꾸는 게 혁명이라고 생각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이들의 뜨거운 이야기, 영화 ‘제비’(감독 이송희일)가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사랑을 꿈꾸는 1983년의 혁명가와 프락치,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신의 마음을 지키며 현재를 살아가는 그녀의 그 시절 로맨스다. 대학가의 봄날이 유독 뜨거웠던 1983년, 학생운동에 앞장선 동지이자 비밀 연인 사이었던 ‘제비’(윤박)와 ‘은숙’(장희령), 그리고 은숙을 사랑하기에 ‘프락치’가 될 수밖에 없던 또 한 사람의 이야기다. 은숙의 아들 ‘호연’은 세 사람의 40년 전 비밀을 알게 되고, 가릴 수 없던 사랑 이야기가 그의 마음을 건드린다.

극 중 여성 운동가로 분한 장희령은 4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비’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80년대 민주화 운동 이야기를 과거와 현재에 잘 이어놓은 구성이 와닿았다. 캐릭터도 좋았다.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역할이라 욕심을 내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숙’은 민주화 운동을 할 때 카리스마 있고 주체적이며 행동 대장으로서의 모습도 있다. 그걸 어떻게 눈빛으로 표현할지 고민했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며 다들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좋은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윤박 장희령. 유용석 기자
‘제비’로 열연한 윤박은 “뛰는 장면이 많다. 그런데 뛰는 장소가 경사가 심해 무릎이 너무 아팠다”면서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간접적으로나마 80년대의 힘듦이 느껴졌다. 그 힘듦이 화면에 잡히면 좋을 거 같다고 판단해 계속 달렸다”고 회상했다.

장희령도 “맨발로 뛰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경사진 곳을 맨발로 뛰는 게 가장 힘들었다”며 “영화를 촬영한 건 4년 전이어서, 지금보다 열정이 더 가득할 때라 아파도 아픈 것도 모르면서 찍었던 거 같다”고 힘을 보탰다.

윤박은 “감독님도 안타까워하시더라. 발바닥을 보호할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던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제비’는 ‘백야’(2012), ‘야간비행’(2014) 등 다수의 장편영화를 연출하며, 베를린영화제 등 다수의 해외 영화제 초청 및 수상 경력을 지닌 이송희일 감독의 신작이다. 영국에서 가장 큰 독립영화제인 레인댄스영화제(2022)에서 첫 상영돼 현지의 호평세례를 받았다.

로빈 민샬 레인댄스영화제 객원 프로그래머는 “자신의 삶에 대한 관심이나 통제력이 없는 무지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된 영화는 사랑, 혁명, 정체성을 조사하는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변모한다”는 찬사를 보냈고, 작품은 국제 장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박소진. 유영석 기자
윤박 장희령 외에도 영화 ‘만인의 연인’, ‘더스트맨’, 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안나’ 등에서 활약하며 독립영화 ‘치트키’로 잘 알려진 배우 우지현(호연 역)도 극을 함께 이끈다. 걸그룹 걸스데이 출신 박소진(은미 역)은 극 중 현대무용을 전공한 캐릭터를 완벽 소화하며 영화의 예술적 면모를 한층 돋보이게 만들어준다.

박소진은 “현대무용은 제가 해오던 춤과는 선도 다르고 표현의 방식도 달라서 어려웠다”며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시간을 많이 들였다”고 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에 “박소진이 한 달 정도 현대무용을 연습하면서 온 몸이 멍이 들었다. 다친 상태에서 촬영한 줄도 몰랐다가 나중에 알게 됐다”며 “독립영화라 상업영화처럼 대우를 못 해줬다. 박소진 배우의 첫 영화 촬영이었기 때문에 꽁꽁 감추고 촬영을 한 것 같아 미안했다.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고 안타깝고도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특히 영화 개봉을 앞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전우원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유가족과 피해자에게 사죄하는 등 이슈가 된 것에 “주변에서 전두환 씨 손자를 VIP 시사회에 초청하는 게 어떠냐는 말을 들고는 웃고 말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봉을 준비하면서 전우원 씨 이야기가 언론 등에 공개가 됐다. 우리 영화의 배경은 녹화사업인데,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 조명되지 못한 부분이다. 영화를 통해 많은 분들이 독재 정권에 여러 문제들이 있었다는 걸 상기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녹화사업’은 전두환 정권에서 독재 정권이 불온하다고 판단한 학생들을 강제 징집시켜 특별 교육을 받게 한 정책이다. 가혹 행위와 고문이 수반, 강제 입대시킨 사병이 대학생 출신일 경우 해당 학교에 있는 총학생회 및 운동권 친구를 찾아가 정보를 물어오게 하는 ‘프락치’로 활용했다.

이처럼 1983년의 뜨거운 사랑과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처절한 외침을 담은 ‘제비’는 오는 12일 만날 수 있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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