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권 영등포구청장 “30여 년간 정체된 영등포... 달라진 미래 그려나갈 것”

김승우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 2023. 4. 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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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래동 기계금속단지, 디지털화 추진
영등포를 과학교육 산실로 만들 것

“30여년 만에 영등포로 돌아왔는데, 달라진 게 없습니다. 달라진 미래의 영등포를 제가 그려보겠습니다.”

행정고시 패스 후 1992년 영등포구청 문화공보실장으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뎠던 최호권(60) 영등포구청장. 이후 서울시, 청와대, 인도 총영사 등 요직을 거쳐 30년 만에 영등포로 돌아온 그는 “옆의 구로공단이 디지털단지로 발전한 사이, 영등포의 문래공업단지는 그대로”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행복플러스 취재팀과 인터뷰 중인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그는 “30여 년간 그대로였던 영등포의 미래를 새로 그리겠다”고 했다. /영등포구

최호권 구청장은 역대 구청장직을 정치인 출신들이 차지하며 영등포가 뒤처졌다고 분석했다. 표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면서 미래에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결정한 제2세종문화회관 이전 건립에 대해서도 “전임자들의 실책에서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 구청장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문래동 구 소유지에 시 건물을 무상으로 지으라고 동의했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건물이 시 소유인 만큼 구민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악수(惡手)’였다”고 평했다. 그는 이번 이전을 통해 공유재산법상 토지 무상사용 기한이 5년이기에 생길 수 있는 법적 분쟁도 근본적으로 해결됐다고 강조했다.

되찾은 구 소유 부지에는 문래동 구민들이 실사용자가 되는 복합문화시설을 짓기로 했다. 기존 영등포공원 문화원도 이곳에 이전해 ‘영등포 예술의전당’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최 구청장은 이를 통해 지역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해지고, 5만명 이상의 이용객이 모여 지역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봤다. 결과적으로 제2세종문화회관과 복합문화시설을 ‘1+1′으로 확보하게 된 셈이라는 얘기다.

서울시내 준공업지역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영등포구 준공업지역의 첨단화 구상도 내놨다. 공장 부지 특성상 부지가 넓고 소유권이 복잡하지 않아 개발이 어렵지 않다는 판단이다. 특히 문래동 일대 기계금속단지는 산업부 등과 협력해 기존 기술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초정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구로공단처럼 첨단 산업을 키워 IT 인력이 일할 고급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최 구청장은 “삼성전자를 가보니 인도 출신 IT 인력이 수천명이더라”며 “최근 일자리 부족현상은 IT 인재를 제때 양성하지 못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IT 인력에 대한 수요는 많지만 국내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서울시교육청과 ‘과학교육 특별구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4차산업 혁명시대를 뒷받침할 미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하반기에는 ‘영등포 미래교육재단’(가칭)을 만들어 과학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행사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아과학 놀이터인 ‘서울상상나라’ 2호점의 영등포구 유치도 추진하고 있다. 최 구청장은 ‘과학교육 특별구’에 대해 “양천구 목동이나 강남구 대치동 같은 학원가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고 했다. 단순히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군을 만드는 것을 넘어 과학영재 양성을 위한 물적 토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120년간 ‘철의 장벽’처럼 영등포를 두 갈래로 갈라놨던 경부선 철도의 지하화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최 구청장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을 만나 경부선 등을 지하화하는 특별법 재정을 건의했다. 올해 초 국토부 업무보고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되며 경부선 지하화 가능성도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최 구청장은 “지하화가 성사되면 이곳에 첨단지식산업을 유치하고 산이 없어 녹지가 부족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대규모 녹지공간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저는 ‘미래 씨앗을 뿌리는 구청장’이 되고 싶습니다.” ‘다음 선거’가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해 구정을 펴겠다는 의미다. 최 구청장은 “문래동 공단 첨단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과학인재 양성, 경부선 철도 지하화 등은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지만 영등포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름없이, 정직하고, 청렴하게’라는 자신의 좌우명처럼 “평가나 상에 매이지 않고 구민을 위한 지방자치, 생활자치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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