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지지율 반등?…역대 정부 살펴보니
“지지율 반등에 날개 달 것” vs “오히려 지지율 毒 될 수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에서 강행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1호 거부권'을 행사했다. 정치권에선 최근 각종 악재로 추락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대통령 거부권을 계기로 반등할지 주목하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후 지지율이 오른 전례가 여럿 있어서다.
거부권 행사로 지지율 반등한 李·朴
4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양곡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재의요구안)을 심의·의결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 생산량을 전량 매입하는 내용이 골자다. 앞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야권에선 지난 3월 거대의석으로 밀어붙여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이 야당이 강행한 법안을 반려시키면서 그 파장에 정치권 관심이 집중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직후 정부여당 지지율이 요동친 전례가 있어서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 등을 종합하면,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사례는 모두 66회에 달한다. 이중 거부권 행사 전후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한국갤럽·리얼미터) 수치 자료가 남아 있는 사례는 총 7건이었다. 노무현 정부 4건(총 6건 중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의결 당시 권한대행이 행사한 2건 제외), 이명박 정부 1건, 박근혜 정부 2건 등이다.
노 전 대통령이 처음 행사한 거부권은 2003년 7월22일 '대북송금 특검법'에 대해서였다. 다만 이후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세를 보였다. 거부권 행사 후 발표된 3분기(8월2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분기보다 9.8%포인트나 떨어진 30.4%로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이 같은 해 11월25일 행사한 '대통령 측근비리 의혹 특검법' 거부권의 반향도 좋지 않았다. 한국갤럽에서 당해 연말(12월26~27일) 실시한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3.9%까지 추락했다. 이는 3분기 조사 결과보다도 6.5%포인트 더 하락한 수치다.
다만 이후 노 전 대통령이 행사한 나머지 2건의 거부권은 지지율 반등 효과를 가져왔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8월3일 '태평양전쟁 전후 강제동원 희생자 지원법'에 대해서도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한국갤럽에서 같은 해 8월12일 실시한 조사에선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직전 조사보다 5.3%포인트 상승한 32.1%로 나타났다.
또 퇴임 직전에도 노 대통령은 지지율 상승효과를 봤다. 그는 2008년 2월12일 '학교용지부담금 환급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당시 리얼미터에서 거부권 행사 직후인 2월19~20일 조사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27.9%까지 상승했다. 직전 조사보다 2.4%포인트 오른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인 2013년 1월22일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일시적 지지율 특수를 누렸다. 당시 리얼미터가 2013년 1월21~25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전주보다 2.0%포인트 상승한 28.0%를 기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임기 중 두 차례의 거부권 행사로 지지율 반등 효과를 봤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6월25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첫 거부권을 꺼내들었다. 당시 리얼미터가 2015년 6월22~26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직전 조사보다 7.5%포인트나 오른 37.4%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6년 5월27일에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때도 리얼미터가 2016년 5월23~27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33.9%를 기록해 전주 대비 1.6%포인트 올랐다. 종합하면 7건의 거부권 행사 사례 중 2건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지율 반등 효과를 누린 셈이다.
지지율에 약 vs 지지율에 독…엇갈리는 전망
여권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정부여당을 향한 민심이 반등할 것이라 자신하는 분위기다. 친윤계(친윤석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직전에도 화물노조 등 기득권 타파를 주장하며 지지율이 반등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도 야당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법안에 대해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면 국민들에게도 리더십 면모를 각인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이번 거부권 행사가 지지율과 무관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양곡관리법은 앞서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들에 비해 국민들이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 법안"이라며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칠지 잘 모르겠다. 오히려 여소야대 정국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해야 할 때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야 정쟁 국면에서 거부권 행사는 오히려 지지율에 독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국민들 입장에선 여야가 정쟁은 물론 정책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 후에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시키고 여야 관계를 개선시켜나갈 지가 지지율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장예찬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통화에서 "거부권 행사 여부가 지지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을 수 있다"며 "민주당의 막무가내 법이 실제 국민들과 농민들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설명해 드리고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기조를 앞으로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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