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양곡법 개정안 거부권 의결…野 "농민 심장에 비수"(종합)

나연준 기자 한상희 기자 최동현 기자 강수련 기자 2023. 4. 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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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국무회의서 재의요구권 의결…尹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
與 "농민·농업 미래 위한 거부권 당연"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3.3.21/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한상희 최동현 강수련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악법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 옹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입법권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국민에 반기를 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하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윤 대통령은 곧 재의요구안을 재가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5월 취임한 윤 대통령의 '1호 거부권' 행사로, 2016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7년 만이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양곡관리법 개정안 재의요구안은 원안대로 의결됐다"며 "의결된 안건에 대한 재통령의 재가는 절차대로 이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생산량이 목표량의 3~5%를 초과하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3일 민주당의 강행 처리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 31일 정부로 이송됐다.

윤 정부는 개정안은 국가 재정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고, 쌀 과잉 생산을 조장할 수 있어 농업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고, 다른 산업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었다.

윤 대통령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0월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회동에서 당정 협의를 통해 의견을 모아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한 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에게 재의 요구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농가 소득을 높이려는 정부의 농정 목표에도 반하고 농업인과 농촌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그간 정부는 이번 법안의 부작용에 대해 국회에 지속적으로 설명해 왔지만, 제대로 된 토론 없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우리 농정의 목표는 농업을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켜 농가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과 농촌을 재구조화하여 농업인들이 살기 좋은 농촌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을 농산물 가공산업 관광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해 2차 3차의 가치가 창출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시장의 쌀 소비량과 관계없이 남는 쌀을 정부가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들여서 모두 사들여야 한다는, 남는 쌀 강제 매수법"이라며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더라도 이렇게 쌀 생산이 과잉되면 오히려 궁극적으로 쌀의 시장 가격을 떨어뜨리고 농가 소득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논평을 통해 거부권 의결을 환영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양곡법은 목적과 절차에서 모두 실패한 악법"이라며 "농민과 농업의 미래를 위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밝혔다.

강 수석대변인은 "양곡법은 양곡의 효율적인 수급관리로 농민의 얼굴에 웃음을, 농업의 미래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그러나 개정안이 초래할 쌀의 무제한 수매는 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법의 목적 자체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강 수석대변인은 "양곡법은 절차적으로도 의회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며 "민주당은 양곡법을 이재명 대표의 1호 민생법안이라는 이유로, 실질적 협상과 토론 없이 ‘의회 폭거'를 자행하며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 방탄 정당으로 전락한 민주당은 농업 전체에 대한 고민보다는 자신들의 방탄 진지가 되어 줄 특정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쌀값 정상화법 공포 촉구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4.3/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식량 주권이며 농민들의 삶"이라며 "농민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고 규탄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은 심사 거부,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로 농민생존권과 식량 안보·주권을 포기했다"며 "민생에 대한 책임은 내팽개치고 알량한 권한만 행사했다"고 직격했다.

이어 "쌀값 안정을 바라는 농민의 절규에 대통령의 응답이 고작 거부권 행사인가.우리 헌정사에 대통령이 민생법안을 거부한 사례가 있냐"고 반문하며 "대통령의 마음속에 '농민', '민생'이란 단어는 아예 없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폭거는 농정, 농민에 대한 포기로 기록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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