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사가 아닌 가학수사에 누명쓴 3인조…21년만 누명벗나?

최정규 기자 2023. 4.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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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백 경사 피살사건 용의자 혐의 벗을지 관심

[전주=뉴시스]최정규 기자 = 전북경찰청 추모의 벽에 있는 백선기 경사. *재판매 및 DB 금지

[전주=뉴시스]최정규 이동민 기자 =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습니다."

당초 '백선기(당시 54) 경사 피살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3인조에 대한 혐의가 21년만에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이후신 전북경찰청 형사과장은 4일 진행된 '백 경사 피살사건' 비공개 백브리핑에서 '당초 지목된 3인의 용의자들은 관련이 없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재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지난 2002년 9월 20일 0시 50분께. 전북 전주북부경찰서(현 덕진경찰서) 금암2파출소에서 살해당한 백선기(당시 54) 경사. 백 경사의 시신에는 목에 3번, 몸에 3번의 칼로 찔려 숨졌다. 이때 왼쪽가슴과 등 뒤에서 찔린 칼이 심장을 관통하며 직접적인 사인이 됐다. 백 경사가 차고 있던 38구경 권총도 함께 사라졌다.

전북경찰청은 ‘공권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진척이 없었다. 그렇게 사건 발생 4개월여인 2003년 1월 15일 전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절도행각을 벌이다 20대 초반 3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내가 백경사를 죽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당시 이들은 2002년 5월 22일 전주시내에서 무면허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 백 경사에 걸려 오토바이를 압수당해 백 경사에 대한 원한도 있어 살해동기가 충분하다는 것이 경찰의 시각이었다.

경찰은 “검거된 3명이 오토바이를 찾으러 파출소를 방문했고, 이 중 한 명이 흉기로 백 경사를 살해하고 권총을 탈취해 달아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들이 총기를 버렸다고 진술한 장소를 뒤졌지만 범행에 사용된 흉기와 권총을 찾지 못했다. 수상한 점은 당시 경찰의 태도에서도 볼 수 있다.

현장검증 당시 3인조는 경찰이 알려주는 방식대로 범행장면을 재현했다. '어디로 출입을 했는지', '어떤방식으로 살해했는지' 본인 스스로 범행 장면을 재현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검찰에 송치 직전 이들이 돌연 진술을 바꿨다.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고백한 것.

3인조 중 2명은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해 "전북경찰청 3층 체력단련실에서 구타 등 각종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고백했다. 총기를 버린 위치도 경찰이 알려줬고 수색을 하지 못해 찾지 못하면 또 다른 곳을 불러주고 "그곳에 버렸다"고 진술을 수차례 뒤바꿨다고도 한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는 ‘가혹행위에 의한 수사가 의심된다’고 판단했고 결국 20대 3명의 용의자들은 ‘백 경사 피살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경찰 내부에서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이 범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당시 수사경찰은 "고문과 가혹행위는 없었다"고 밝힌바 있다.

이승만(위쪽)과 이정학(아래쪽) 몽타주와 얼굴 비교 사진.(사진=대전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수사선상에서 제외된 건 불과 지난 2월부터다.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피고인인 이승만(52)이 "백 경사의 총기 위치를 알고 있다. 이정학이 백 경사를 살해 후 총기를 탈취했다"는 내용의 편지로 인해서다. 경찰은 실제 백 경사가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확보했고, 이승만과 함께 강도살인을 계획한 이정학(51)은 "내가 살해하지 않았다. 이승만이 살해했다"고 서로가 서로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이정학이 이번 사건의 유력 용의자"라고 지목했다. 당초 붙잡힌 3인조에 대한 범행연관성도 현재로써는 없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과학수사가 아닌 가학수사로 허위진술을 했다고 고백한 3인조. '백 경사 피살사건'의 진짜 용의자가 검거돼 오랜 기간 가슴에 안고 살았던 누명을 벗을 수 있을지 경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경찰은 백 경사 피살사건의 단독범행 여부 및 공동범행을 밝히기 위해 5일 대전교도소에서 이승만과 이정학의 대질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cjk9714@newsis.com, iamdongm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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