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덕에 꽃 핀 열의…“한국학 배우고 유학도 해보고 싶어요”
K-팝, K-드라마에서 한국어로 인기 이어져
한국 여행, 유학, 취업 등으로도 관심 확대…인프라 강화 고심
“막심, 세느강에서 배를 타봤어요?”
“네, 배를 타봤어요”
“재밌었어요?”
“네, 재미있었어요”
선생님이 두 명씩 ‘회화 짝꿍’을 지정하면 학생들이 서로 마주보고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이 날 주로 배우는 표현은 경험을 나타내는 ‘~ 해봤다’와 ‘~한 적이 있다’ 등 2가지.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따라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과 한국의 경복궁, 에펠탑과 남산타워, 마르세유와 부산 등을 대비하며 ‘가봤다’, ‘가본 적 있다’는 표현을 익혔다.
조윤정 교사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회화 연습을 하는 이곳은 파리 13구에 있는 끌로드모네 고등학교. 끌로드모네 고등학교는 교육청의 권고로 2015년부터 한국어를 가르쳐왔다. 총 47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는데, 다른 학교의 학생들도 포함한 일종의 연합수업이다. 한국어 수업이 없는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한국어를 배우고 싶은 이들은 끌로드모네 고등학교로 수업을 들으러 온다. 미셸 세르보니 교장은 “파리 시내10여개 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러 온다”고 전했다.
한국어는 최근 프랑스에서 관심이 급증하는 언어다. 시작은 대부분 BTS로 대표되는 K-팝이었다가 언어를 포함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된다. 끌로드모네고 한국어반 3학년인 리자 타르 양은 “중학교 2학년때 K-팝이나 춤, 한복 등에 관심이 생기면서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조윤정 교사는 “K-팝이나 K-드라마의 영향이 커서 제가 오히려 학생들로부터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들의 영향으로 제가 아미(BTS 팬을 일컫는 용어)가 되서 콘서트를 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학교 수는 2018년 17곳에서 2022년 60곳으로 증가했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 수도 같은 기간 631명에서 1800명으로 늘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은 많지만 강사, 수업시수 등 인프라로 인해 수업을 급속도로 늘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공립학교의 경우 교사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이미 개설해놓은 다른 외국어 수업을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른 시일 내에 개설 현황 기준으로 일본어(70개교)는 넘어설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한국어를 미래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문화에 대한 매력에 더해 IT 기반으로 성장을 지속하려는 나라라는 점이 프랑스의 경제 성장 전략과도 결이 맞기 때문이다. 끌로드모네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운 후 파리시테대 한국학과로 진학한 이만 엔고보 양은 “한국은 테크놀로지도 많이 발전됐고, 대학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많다”며 “한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장은 “프랑스 대학들도 인기가 없어지는 언어는 정리하고 한국어처럼 인기있는 학과를 신설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12개의 한국어학과가 있는데 모두 경쟁률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프랑스는 언어를 문화와 함께 배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리시테대학이나 이날코 등은 언어 뿐 아니라 종합적인 문화를 배우는 ‘한국학과’로 개설되어있고, 나머지 대학들은 언어 중심으로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파리시테대학이나 이날코의 한국학과는 입학경쟁률이 20대 1정도다. 보르도몽테뉴대학 경쟁률은 35대 1에 이른다. 다른 학과들은 입학 경쟁률이 한 자릿수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기가 높다 할 수 있다.
프랑스 내 한국어 보급 사업은 교과서와 교사 양성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프랑스 내 교사 임용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없다 보니 공립학교의 교사들도 시간강사 신분이다. 학생들의 열의를 직업 등 진로로 연계해주는 것도 고심하는 대목이다. 윤 원장은 “학생들 대부분이 처음에는 K-팝에 매료되서 언어를 배우다가 한국으로 여행가는 것을 희망하게 되고, 이후 한국으로의 유학과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된다”며 “프랑스에서는 한국과 관련된 취업 자리가 많지 않아, 학생들의 진로를 어떻게 안내해줘야 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파리)=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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