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부는 한국어 열풍…"존댓말 어렵지만 달라서 흥미롭죠"
"일본어 추월은 시간 문제"…한국어 정규 교원 양성·일자리 확대는 숙제
(파리=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마리옹, 센강에 가봤어요?" "예, 센강에 가봤어요."
"엘리앙, 한강에 가봤어요?" "한강에 간 적 없어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공립고등학교인 클로드 모네고.
20명가량의 학생이 느리지만 비교적 또박또박한 한국어로 경험에 관해 묻고 답하기를 익히고 있었다.
한식을 먹어본 경험이 있느냐는 한국인 교사 조윤정 씨의 물음에 학생 중 한명이 순대를 먹어봤다고 답하자 학생들 사이에선 부러움과 신기함이 섞인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K팝, K드라마 등 한류 열기에 힘입어 프랑스에서도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한국어 교육 인기는 주로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에 국한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프랑스와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한국어 인기가 일본어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하는 모양새다.
4일 교육부에 따르면 프랑스 내 한국어반이 개설된 내 초·중·고교는 2018년 17개교에서 지난해 60개교로 3.5배, 한국어반 학생 수는 같은 기간 631명에서 1천800명으로 2.9배 불었다.
그중 아틀리에 수업(방과 후 수업)이 아닌 정규 수업으로 채택한 학교는 15개교에서 25개교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어 정규 수업을 받는 학생 수는 551명에서 848명이 됐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장은 "일본어 선택 학교가 70개 정도인데, 한국어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클로드 모네고 역시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중국어, 이탈리아어, 아랍어와 함께 한국어를 정규 수업으로 채택해 운영하는 학교 중 한 곳이다.
한국어 수업은 매주 한 번 열린다. 수업에는 이 학교 소속 학생뿐 아니라 파리 시내에 있는 10여개 고교에서 한국어를 선택한 학생들이 참여한다.
한국어반 학생은 1학년 14명, 2학년 16명, 3학년 17명 등 총 47명에 달한다.
클로드 모네고에서 2015년부터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는 조 씨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다 보니 한국어 위상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며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도 줄어들지 않고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도 여기(프랑스에) 나와 있다 보니 한국 문화에 대해 계속 공부해야 하는 입장인데, 학생들에게 오히려 (한류) 정보를 많이 얻는다"며 "2017년에 가르치던 학생 중에 방탄소년단(BTS)을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학생들의 영향으로 저도 아미(방탄소년단 팬)가 됐다"고 귀띔했다.
학생들은 한류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게 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프랑스와 다른 문법이나 문화 때문에 어려울 때도 있지만 오히려 그 점이 흥미로운 요소라고 입을 모았다.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리자 타르(18)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K팝, K팝 댄스에 관심이 있어서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한국에 간 적 있었는데 식사를 같이 차려 먹고 나눠 먹는 문화에 감명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어 교육을 통해) 예의범절 등 한국 문화를 배우는 것이 개방된 태도를 갖게 하는 기회가 된다"고 덧붙였다.
클로드 모네고 졸업생으로 파리 시테대 한국학과에 재학 중인 이만 엔고보(21)는 "한국 문화가 프랑스와 달라서 흥미로웠다"며 "존댓말이 가장 어렵긴 하지만 한국인들과 실제로 얘기하면서 한국어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교환학생, 외국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많은데 영어를 배울 경우 갈 수 있는 미국·영국행은 경쟁률이 높다"며 "한국은 기술 분야가 발달했고 한국 대학에도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많은 데다 많은 회사가 있기 때문에 성공할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류 외에도 다른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 나중에 가치를 교류하는 분야에서 한국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프랑스 내 한국어 교육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은 프랑스 초·중학교의 한국어 아틀리에 수업 개설을 지원한다.
아틀리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한국 문화 이해도를 높이면 한국어에도 관심이 커져 정규 수업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프랑스 내 한국어 교육이 기반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서는 한국어 정규 교원을 양성하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프랑스 내 정규 교원 임용 시험에는 한국어 과목이 없다. 조씨를 비롯해 대부분 한국어 교사는 시간 강사로 근무하며 생계 등을 위해 학교 밖에서도 강의한다.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 향후 한국으로 유학하거나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더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원장은 "고등교육 측면에서도 상당히 한국어가 인기가 많은데 여기서 한국과 관련된 취업 자리는 많지 않다"며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의 진로를 어떻게 안내해 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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