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서문시장의 정치학

2023. 4. 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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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대구를 가면 성지순례처럼 꼭 방문하는 곳이 서문시장이다.

조선 중기부터 형성된 시장으로 예전엔 대구장으로 불리다가 1920년대에 대구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서남쪽에 있던 천황당지를 매립, 다시 장을 옮긴 것이 오늘날의 서문시장이다.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하는 서문시장은 주단 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서문시장을 한번 방문하고 나면 입소문이 퍼지고, TK 지역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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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정치인들이 대구를 가면 성지순례처럼 꼭 방문하는 곳이 서문시장이다. 전국적으로 워낙 유명한 곳이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조선 중기부터 형성된 시장으로 예전엔 대구장으로 불리다가 1920년대에 대구시가지가 확장되면서 서남쪽에 있던 천황당지를 매립, 다시 장을 옮긴 것이 오늘날의 서문시장이다. 1923년 4월 중구 대신동에 자리 잡은 뒤 현재 점포 4000여 개, 상인 2만여 명이 모여 있다. 조선 시대 평양장, 강경장과 함께 3대 장터 중의 하나로 전통시장 중에서는 전국적 규모다.

올해로 개장 100주년을 맞이하는 서문시장은 주단 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대구 지역에 섬유업체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한복, 액세서리, 이불 등 다양한 상품이 거래되는데 요즘은 수제비와 칼국수, 칼제비, 잔치국수와 가락국수 가게가 많이 있으며, 납작 만두와 호떡 가게도 유명하다. 어릴 적 납작 만두를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던 것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무래도 중장년층이 많이 찾다 보니 대구·경북(TK)지역 여론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서문시장을 한번 방문하고 나면 입소문이 퍼지고, TK 지역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난 2009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서문시장을 찾아 수제비 ‘먹방’을 한 뒤 시장 상인에게 용돈 3만 원을 건네받고 “꼭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2015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현장 행보로 서문시장에서 한복을 맞춰 입었는데 상인들의 환영 열기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보수 정치인들의 방문이 급격히 늘었다. 그러나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9년 3월 서문시장 대신 칠성시장을 찾았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문시장 사랑은 남달랐다. 지난해 대선 전후로 세 차례 방문했으며, 특히 투표 바로 전날인 3월 8일에도 방문했다. 그리고 당선 후 4월 12일에도 당선사례차 재방문했다. 또 김건희 여사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서문시장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서문시장에서 격려와 응원을 힘껏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특정 시장을 너무 자주 방문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젠 시장 방문보다 장사 잘되게 하는 정치가 급선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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