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모든 항구 입항금지' 北선박, 中 지원으로 최근까지 계속 운항 [특파원+]

박영준 2023. 4. 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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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제재 결정으로 전 세계 모든 항구의 입항이 금지된 북한 선박이 중국 당국의 지원으로 최근까지도 운항을 계속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은 중국이 안보리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한 사례로 판단하고 이달 중 조사 보고서를 공개한 뒤 추가 제재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3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 ‘페트렐 8호’가 매각과 수리, 선명 변경 등을 거치며 계속 운항하다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서 압류됐다고 보도했다. 페트렐 8호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북한의 석탄, 철광석, 해산물 등의 금지 품목을 중국 등에 운반하다 적발돼 2017년 10월3일 모든 유엔 회원국에 입항이 금지됐다.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북한 선박 ‘페트렐 8호’. Vessel Finder 제공
WP는 공식 법원 문서와 연구자들의 정보를 토대로 중국 당국이 페트렐 8호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 사실을 알고도 선박을 경매를 부치고, 항구에 정박을 허용하고, 선명 위조 등을 허용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불법 활동과 각국의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에릭 펜턴-보크 조정관은 WP에 “패널은 페트렐 8호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그 활동과 배후에 있는 소유권 네트워크의 변화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는 이달 중 보고서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보고서에는 페트렐 8호가 2017년 10월 안보리 제재 이후 중국 당국의 지원 등을 통해 북한을 포함한 항구 등을 드나들며 제재를 위반한 상세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 결과에 따라 제재 위반에 연루된 중국의 기관이나 단체, 기업 등도 추가 제대 대상에 오를 수 있다. 

WP는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북한의 불법 활동에 점점 더 눈을 감고 있고, 페트렐 8호는 그 실태를 정확히 보여주는 드물고 상세한 사례”라며 “이런 선박은 고립된 북한 정권에 중요한 생명줄 역할을 하며 석탄을 불법적으로 외국 항구로 운반하고 종종 북한 정권이 원하는 상품과 물자를 운반한다”고 지적했다. 

페트렐 8호는 재제 위반 북한 선박의 전형적인 운항 방식대로 북한 해역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채 운항하고, 북한산 석탄을 실은 채 중국으로 향하는 중 러시아 항구에 정박하며 원산지 위장 등을 시도하는 위반 행위를 하다 유엔에 적발됐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17년 10월 페트렐 8호를 포함한 북한 선박 4척에 대해 유엔 안보리 사상 처음으로 회원국 모든 항구에 입항 금지 조치를 했다. 

WP에 따르면 페트렐 8호는 제재 직후 유엔 회원국인 중국의 항구 등에 입항할 수 없게 되자 중국 라오닝성 잉커우항 인근에 정박했다. 이후 얼음층에 갇혀 3개월 가까이 표류하며 보급품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조난 신호를 보냈다. 2018년 1월 중국 당국의 구조팀이 선원을 구출하고, 페트렐 8호를 잉커우항으로 견인했다. WP는 유엔은 조난 선박에 대한 입항 금지 예외를 허용하지만 중국 당국은 유엔에 입항 금지 예외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후 페트렐 8호는 2021년 중반 중국 법원 경매 사이트에 ‘하이옌 8호’라는 이름으로 경매에 올랐다. 해당 경매 내용에는 선박이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른 배라는 사실이 표기됐으나, 한 중국인이 95만달러(약 12억4000만원)라는 헐값에 배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WP는 매각 이후 페트렐 8호가 중국 허베이성 카오페이뎬항에 입항했고, 이후 2022년 3월 항해에 나서 중국 푸젠성 후안시 마토 조선소에 정박하는 등 수차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WP는 익명의 외교관을 인용, 2022년 5월 일본 선박 중개인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페트렐 8호를 380만달러(50억원)에 인도네시아의 화물운송회사에 매각했고, 인도네시아 화물운송회사는 페트렐 8호가 제재 선박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페트렐 8호는 지난해 6월에는 ‘동홍항 1호’라는 선명으로 신호를 전송하며 남중국해를 항해했고, 7월에는 인도네시아 자바의 한 조선소에 정박했다. 인도네시아 항만청에 따르면 페트렐 8호는 동홍항 1호에서 ’LBN 10’으로 선명이 변경됐고, 몽골 국적 선박으로 등록됐다고 WP는 전했다. 이른바 ‘선박 세탁’을 거쳤다고도 덧붙였다. 

미 국무부 관계자에 따르면 자카르타 주재 미국대사관이 페트렐 8호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 입항한 사실을 파악해 인도네시아 정부에 통보했고, 인도네시아 정부가 해당 선박을 압류 중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워싱턴 소식통은 “선박이 경매에 부쳐지고, 중국의 여러 항구와 조선소 등에 입항이나 정박하는 등의 과정을 중국 당국이 파악했을 수밖에 없고 이를 사실상 허락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엔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 결과에 따라 관련된 기관과 단체 등이 제재리스트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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